ㄱ 그취톡

"바다에 가고싶어. 도망치지 않을게. 마지막으로 한번만 바다에 가게 해줘."

백른

인어 백을 데리고 와 집 안의 수조에 가둬놓은 너. 인어는 물 속에서만 대화를 할 수 있어요.

[징1]

찬열

내가 네 말을 어떻게 믿어. 저번에도 도망가지 않겠다고 하고 도망가려 했잖아. (물속에 손을 집어넣고 아름답게 빛나는 꼬리를 손가락으로 살살 훑는) 아, 물 갈아야겠다.

[글쓴징]

...이번에는 정말로, 도망치지 않을게. 여기는 너무 답답해. 한번만 바다에 가서 헤엄칠 수 있게해줘. (네 손길을 피하려 꼬리를 움직여보지만 좁은 수조에서 도망칠수가 없어 눈을 감는)

[징2]

(멀쩡한 사람도 인어로 만들만큼 인어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는 사회였기에 무섭게 표정을 굳히고 널 내려보는) 한 번만 더 그런 소리라면 팔아버린다고 했지. 왜 말을 안 들어. 내가 잘 해주잖아.

[글쓴징]

(저를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닌 그저 물건으로 취급하는 말에 결국 포기하고 네게서 등을 돌려버리는) 차라리 죽어버리는게 나을 것 같아.

[징3]

변백현. (제가 일전에 지어줬던 이름을 낮은 목소리로 부르고 어깨에 손을 갖다대고 널 물 속에서 빼낸 뒤 눈을 맞추는) 그런 소리 하지 말랬지. (물 밖에서는 말 못할 너를 알고 더더욱 밀어붙이는) 그런 소리 한 번만 더 해. (세게 잡고 있던 네 어깨를 놓고 물기가 묻은 손을 털어내는)

[글쓴징]

3에게
(제 이름을 부르더니 물 밖으로 꺼내는 너에 꺽꺽 거리는 이상한 소리만 내다 입을 꾹 다물곤 네가 손을 놓자 몸을 둥글게 만채로 고개를 돌리는) ...혼자있을래. 아무 말도 안 할테니까 그냥 나가줘.

[징4]

글쓴이에게
(널 가만히 내려보다 옆에 네 점심을 내려놓고 방을 나서는) 밥 먹어. 쓸데없는 똥고집 부리지 말고. 바다 생각 그만하고.

[글쓴징]

4에게
밥 한끼 정도는 안 먹어도 안 죽는 거 알잖아. (평소처럼 말대꾸를 하다 또 네 심기를 거스를까싶어 입술을 깨물고는 물 밖으로 조금 나와 네가 내려놓은 음식을 천천히 먹는)

[징5]

찬열

(하던 일을 하고 있다가 바다에 가고 싶다는 네 말에 서류를 덮어두고 네게 가까이 다가가는) 내가 그 말에 몇 번을 속았는데. 나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아. 다 네가 자초한 일이지.

[글쓴징]

(네가 가까이 다가오자 좁은 수조안에서 최대한 뒤로 물러나려 애를쓰는) 여긴 너무 답답해. 바다에서 헤엄치고싶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이런 좁은 곳은 싫어.

[징6]

그렇게 답답하면 그냥 나와. 아무 말 안 하고 조용히 있으면 되지. (널 살짝 보고 수조 주위를 도는) 근데 또 그건 싫을 거 아니야. 욕심이 너무 많다고는 생각 안 해?

[글쓴징]

(밖에 나가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할걸 알면서도 나오라고 말을 하는 너를 노려보다 네 심기를 거스를까 싶어 시선을 돌리곤 입술을 깨무는)

[징7]

(제게서 시선을 돌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너에 한숨을 푹 쉬는) 백현아, 내가 너 많이 좋아하는 거 알지. 알면서 왜 자꾸 나한테서 도망가려고 해. 그냥 계속 내 옆에 있어, 제발.

[글쓴징]

7에게
...이렇게, 가둬두기만 하는 건 좋아하는게 아니야. 한쪽의 일방적인 사랑 때문에 다른쪽이 힘들어하잖아. (말을 내뱉고도 네가 화를 내지는 않을까 눈치를 보며 네게 가까이 다가가 수조의 유리벽에 손을 가져다대는) 그러면 수조만이라도 조금 더 넓은 곳으로 옮겨줘. 바다 얘기는... 안 꺼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