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된 카테고리 세븐틴
사는 게 혼란스러웠다.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 건가.' 하는 고민이 들면 샤프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빠졌다. 나는 정말 제대로 살고 있는 건가… 잘 모르겠다. 원래 미성년이란 그런 것이다.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는. 만약 생각한다 해도, 어떤 게 바른 것인지 알아차릴 수 없는. 그래도 나는 그렇게 살고싶었다. 이 철 없는 소음 속에서 선명한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소음시그널 - signal46 "왜 너 청호중 나왔잖아. D시에 있는." "…….." "건오 친구. 아니야 너?" 청호중학교. 송건오. 익숙한 이름들이 나온다. 믿기지 않았다. 그것에서 도망치기 위해 이 학교를 지망한 것이었다. 이모네 집으로 주소까지 이전해가면서 쌩쇼를 해댔는데. 이곳에서 청호중이 있는 D시로 가려면 시외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을 달려야만 했다. 슬그머니 목에 건 명찰을 뒤집었다. 이름이 보이지 않게. "아, 이름이 되게… 시골 같았는데." "…순돌이였나?" . 한동안 조용했던 이석민이 그런다. 이름 알려달라고 하면 또 싫다고 할거지. 그래서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또다시 침묵. 그러자 이석민은 손을 뻗었다. 목에 걸린 채 교복 와이셔츠 주머니에 꽂혀있던 내 명찰을 빼내는, 이석민의 손. 와락, 줄을 잡았으나 이석민은 플라스틱 명찰을 꽉쥔채 가로등 불빛에 명찰을 비추고 있다. "권순영" 내 이름을 읽는다. "열시 십분, 권순영. 맞다. 너 순돌이 아니다." 그리곤 또 웃는다. 골목길, 온 가로등의 빛을 다 먹은 듯.. "순영아." 평생을 부른 것처럼 자연스럽게 내 이름을 부르는 이석민. "이상하다." 시선도 여전히 나에게로. "나 왜 자꾸 네가 욕심나냐." 서둘러 손가락 하나로 대일밴드를 밀었다. 아슬아슬하게 입술을 피해 대일밴드를 붙였다. 나는 서둘러서 자리를 뜨려했다. 이석민이 나를 잡아 세우지만 않았어도. "권순영이 욕심나." 그냥 나랑 친구해줘라. …….. 체육복도 교과서도 다 빌려줄게 …….. 교복 잘 줄이는 집도 알려줄게 …….. 친구 좀 하자. …….. 한 달 만이라도.
. 그거 아니. 사람은 입이 없으면 본게 있어도 말할 수 없어. 그런데 입이 있으면 말이야. 눈이 없어도 마치 본 것처럼 떠들어댈 수 있단다. 아마 걔네들이 죽는다면 혀부터 썩어 없어질 거야. 봐, 벌써부터 악취가 나잖아? 그렇지. 순영아. 너만 향기롭지. . "순돌이는," 이석민은 손가락 하나를 펴, 내 주변에 결계를 그리듯 나 형상을 따라 선을 그린다. "빈틈없이 치밀하게 경계를 하는데" "…….." "허술해." 방금, 빼빼로 같이 말이야. 손가락 하나가 투명한 선을 넘어 나를 찌를 듯 들어온다. "그게 참, 애가 타."
. 너는 파도여야만 하는데 어쩌자고 바다인건지.
. "마침, 친구가 여기서 놀고 있는데." "…….." "또 마침, 이석민을 봤다고 하잖아?" "…….." "그럼 내가 여길 와보겠니, 안 와보겠니. 권순영 이름을 꺼낸 애가, 여기 있다는데." 여유롭고 고양이처럼 나긋나긋 유연한, 껄렁거리는 말투. 아, 맞다. 황인종이 아니라 적인종이네- 했던 목소리다. 아까는 기억 못했던 목소리. "어? 석민아."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발을 옆으로 내딛은 후 몸을 더 뺀다. 이석민에게 가려져있던, 인영이 완전하게 드러난다. 눈이 정확히 마주친다. … .. . "오랜만이네. 예쁜아." 손을 흔들며. 코를 찡그리는,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나 잊은거 아니지?" 송건오가 나타났다. . "기다렸어. 계속계속 기다렸다고. 순돌이가 언제 연락하려나, 그것만 기다렸어." "…….." "괜찮냐고 한 번쯤은 묻겠지. 잘 들어갔냐고 걱정은 해주겠지. 그냥 그 생각만 했어." "………" "난. 너만. 기다렸어." "………" "나쁜 새.끼. 내가 와야 얼굴 보여주지 넌." 목 멘 목소리. 울먹거리는 이석민. 울상이 된 그 얼굴을 매만진다. 새파랗게 얼어붙은 얼굴이 손에 닿자 견딜 수 없이 스스로가 한심하고 미안해 심장이 뜯어질 것처럼 아파온다. "네가 그거 까먹은 줄 알고 좋아했는데." "…….." "한 달이 지나서 내 유통기한이 끝난 줄 알았어." "…….." "네가 그랬으니까. 한 달 짜리 친구라고." "…….." "포기하려고 했는데 억울해서 왔어. 순돌아, 말해 봐. 너 나한테 왜 이래. 왜 나한테만, 이렇게 함부로 구는데." 영주한테도, 송건오한테도 안 그러면서 왜 나만. 무덤덤하게 말하는 이석민을, 와락 끌어안았다. 내가 얹어준 옷이 멋대로 흩어진다. 이석민을 안고서 이석민의 두터운 목덜미를 손으로 쓸어내린다. 미안해. 내가 중얼 거린다 미안해. 석민아. 미안해. 난, 네가……….네가……… "날, 두 번 다시, 안 볼 줄, 알았어…….." 미친 듯이 우는 나를. 이석민이 마주 안는다. 그럴 리가. 그렇게 말하며. 순돌이를 어떻게 미워하는데. 좀 알고싶다. 미워하게. 이석민의 사무친 목소리가 내 고슴도치를 쓰다듬는다. 어느새 가시가 누워 이석민의 손길을 받는다. 가슴의 통증을, 이석민이 잠재운다. 거짓말처럼.
. "다 가져." "네 꺼야."
. 시그널님 포스타입- https://signal46.postype.com/category/소음-시그널-完 석순러라면 꼭 봐야할 소음시그널 명대사겸 영업글입니다 소음시그널보세요 후회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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