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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깊은 충신 집안의 딸로 태어나 세자와는 어릴 적부터 가까이 지내며 자라왔음. 소녀는 세자의 피만 나누지 않은 오누이였고 오랜 시간 추억을 공유한 벗이었고 그리고... 혼담이 오가는 정인이었다. 그믐날 밤 자객의 습격을 당하기 전까지. 달이 빛을 잃어 어둠이 잠식한 밤 소녀는 날카로운 검에 피를 쏟아냈음 하늘이 도와 간신히 목숨만은 구했으나 살아난 대가는 너무나 가혹했다. 깊은 상처를 입어 생명을 품을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결코, 세자의 정실이 될 수 없는 몸. 그렇게 소녀의 운명은 바뀌었음. 운명이 바뀌었음에도 소녀는 세자의 곁을 떠날 수 없어 그녀의 마음이 이미 그에게 묶여버려서. 그래서 검을 쥐었다. 수많은 피를 쏟아내고도 그를 떠날 수가 없어서 수많은 눈물을 쏟아내고 이젠 두려울 것이 없어서 그래서 소녀는 검을 쥐어야만 했다.
그렇게 날이 갈수록 성장한 소녀는 오랜 고생 끝에 태양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었음. 달이 아닌 달의 그림자가 되어.
태양을 바라보던 소녀는 끝내 그림자가 되어버렸으나 달이 곁에 있을 때만 태양을 바라볼 수 있는 달의 그림자가 되어버렸으나 그럼에도 여전히 태양만을 바라본다. 그녀의 중심이 태양이기에 고개를 돌릴 수 없어 태양만을 바라본다.
오늘도 소녀는 생각한다. 이렇게라도 그와 이어질 수 있다면 차가운 눈물쯤이야 얼마든 마음에 새길 것이라고. 외로워도 외롭지 않으리라 비록 한발짝도 더 가까이 다가서지 못할지라도 - 그럼에도 소녀는 생각한다. 하루라도 단 하루만이라도 그의 낮을 날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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