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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야구부 이동혁
인기가 아주 많다. 운동장 뜨거운 뙤약볕 아래 여학생들을 몰고 다니는 인물. 엄마 친구 아들이기도 하다. 곧 있을 고교 야구 대항전을 위해 한참인 연습 때문에 창가석은 이미 매진이다. 꺄악 거리는 소리에 원래 창가 자리 주인인 나는 절로 인상을 찌푸렸다. 이동혁을 처음 봤을적 조그만한 녀석이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과 어깨 죽지에 배트가방을 메고 있었다. 창 밖에서 3루에서 홈으로 향해 달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짧은 시간에 많이 자라 있었다. 홈런이다. 그리고 기분 탓 인지 모르겠지만. 홈런을 치고 들어와 해맑게 웃던 그 얼굴과 눈이 마주 쳤다. 찰나 였다. 사실 우리는 나이를 하나씩 먹고 이성에대해 생각이 깊어 질 즈음 자연스레 거리가 생겼다. 마음대로 손을 잡지도 그 어떠한 스킨쉽도 할 수 없었다. 그게 무얼 의미하는지 알아버려서. 그렇게 눈이 마주쳐도 그냥, 그냥 그렇게 지나갔다.
학원을 마치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아파트 단지 안에 들어서니 놀이터 그네에 앉아 있는 익숙한 등이 보인다. 등번호 13번. 아는체를 하기에는 이미 멀어져버린 거리를 내가 볼 자신이 없어서 그냥 평소처럼 모른척 지나간다. 시준희. 제발 그냥 넘어가길 바랬지만 이동혁의 입에서 나온 내 이름에 나는 발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뒤돌아 안녕. 인사를 건냈더니 자신 옆에 비어 있는 그네에 앉으라는듯 손으로 두어번 자리를 두들겼다.
오랜만이네. 이번에도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러게. 돌아오는 대답은 담백했다. 어색해지는 분위기에 그네를 잡은 손을 꽉 쥐고 발을 굴렸다. 천천히 그네가 진자 운동 마냥 움직인다. 시준희. 다시 한번 내 이름이 불린다. 움직임이 멈췄다. 이동혁이 내가 앉아 있던 그네를 잡아 돌려 자신과 눈을 마주하게끔 만든다. 이렇게 두 눈을 가까이서 본 적이 있었나. 나보다 더 긴장한 것 같은 얼굴을 한 이동혁. 목울대가 한번 꿀럭 이더니 입을 연다.
" 나 내일 경기에서 홈런 치는 수 만큼, 소원 들어줘. 거절은 없어. 모른체도 하지마. 나 상처받아 -. "
등번호 13번, 시준희와 처음 만난 날 x월 13일.
다음날 동혁은 고교 대항전 역대 최대 홈런 수를 기록했다.

4년 연애, 이별한 이동혁
이 이별은 누구의 탓도 할 수 없었다. 공인이라는 직업으로 잠자는 시간도 부족한 동혁과 잦은 부재중과 한달에 한번 꼴로 만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지친 준희. 늘 카메라 앞에서 웃어야하고 힘들어도 힘든 티를 내서는 안되는 지켜보는 눈이 너무 많은 동혁을 준희는 자신이 백번이고 이해해야 한다 생각했다. 겪어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이니까. 하지만 사랑하는 연인의 감정은 이성이 제어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준희가 먼저 헤어지자 이별을 고했다. 이별마저 얼굴 보고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전화 너머로 들리는 지친 동혁의 목소리. 준희야, 내가 다 미안해. 지금도 너 혼자 둬서 안되는 거 아는데. 당장 갈 수 가 없어서 더 미안해. 목소리에 물기가 서려있다. 전화를 끊고, 준희는 예닐곱 먹은 아이도 아니면서 자주 보지 못하고 연락 되지 않는다고 헤어지자 말한 어른스럽지 못한 자신의 모습이 너무 못나고 화가나 엉엉 울어버렸다. 끝까지 준희 먼저 생각하는 동혁. 자신이 차이기라도 한 듯 준희는 보름의 밤을 거의 눈물로 지새웠다.
동혁은 이별속에서 강행되는 스케줄을 모두 완벽히 소화중 이었다. 누군가 자신을 본다면 독하다고 할 수 있을 노릇이다. 이동중 짧게 준희의 메신저 프로필을 보기도 하고 SNS에 접속해 보기도 했다. 소식이라도 알고 싶었는데. 준희의 흔적은 그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자신의 욕심이라 생각했다. 일과 사랑을 다 가지고 싶은. 그런데. 하나를 잃고 나니 깨달았다. 동혁은 자신의 전부를 잃은 것 이었다.
- 동혁씨에게 가장 소중한 것 은 뭘까요?
" 제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거라 .. "
조곤히 말을 이어가던 동혁이 기어코 묵어뒀던 눈물을 다 토해내 버렸다. 매니저는 잠깐 끊고 가자며 방송 관계자들에게 사과했고. 동혁은 자리에 앉아 어린아이처럼 목놓아 눈물을 흘렸다. 준희가. 시준희가 너무 보고싶었다.

곰인척 하는 여우 연하 이동혁
준희는 졸업을 앞둔 4학년. 동혁은 갓 입학한 새내기다. 신입생 환영회. 무슨 화석이 그런 곳을 가냐며 뿌리쳤지만 친구의 손에 이끌려 온 그날을 준희는 후회한다. 그 곳만 가지 않았더라면 이 순진한 척을 하는건지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진짜 순딩이인지 모를 동혁에게 꼬이지 않았을테니 말이다. 동혁은 준희 옆에 붙어 학식이며 사소한 일까지 함께 했다. 마음약한 준희는 또 뿌리치지 못하고 그래 일학년 이니까^^. 라는 마음으로 함께 해주었다. 그게 여우의 속셈인지도 모른체 말이다. 준희야 너 소개팅 안받을래?, 이 오빠가 너무 어린애들은 싫다해서. 과방 라꾸라꾸 침대에 누워있던 준희가 볼을 긁적였다. 글쎄. 한번 나가라도봐, 그 오빠 차도 있고 되게 다정해. 준희는 귀찮아 대충 고개만 끄덕였다. 과방에 있는 한 사람은 잠깐 잊은체 말이다.
네가 어떻게 여기에 있어?. 소개팅 당일 그래도 첫 만남이니 나름 꾸미고 나온 준희 앞에는 웃고 있는 동혁이 존재했다. 상민선배가 오늘 대신해서 저보고 나가라고 하던데, 누나가 있을줄 몰랐죠. 라는 동혁의 대답. 뭔가 찜찜했지만 그 기분 뒤로하고 이왕 나온거 밥이나 먹고 들어가자는 말에 긍정적으로 응했다. 정말 딱 밥만 먹을 생각이었는데. 해가 지고 함게 술까지 할 줄이야. 준희는 미리 동혁에게 자신의 집주소를 적어다 줬다. 술이 저엉말 약하니 혹시라도 잠에 들면 택시라도 태워다 보내달라고. 아니나 다를까 준희의 고개는 꾸벅 꾸벅 냅다 박기 일보직전이 되었다. 동혁은 그 모습을 보고는 웃었다. 정말 확신의 자기 스타일, 시준희.
때는 신생회 일주일전. 과실 앞을 낑낑 지나가던 준희를 보았던 동혁 이었다. 저런 사람도 있었나. 수소문해보니 졸업반이며 이름은 시준희 라고 했다. 아싸도 인싸도 아닌 그 어딘가에 걸쳐진. 그런 사람에겐 자신의 여우같은 면모 보다는 먼저 편하게 아주 둔하게 다가가는게 성공확률이 높았다. 벌써 친해진 선배에게 아양을 떨며 간곡히 부탁했다. 4학년 선배들도 다 함께 환영회를 하면 안되냐고. 절대 안된다할리가 없다. 동혁은 자신의 앞에 앉은 준희를 보며 성공의 미소를 지었다.
" 안녕하세요, 누나 -. 제 이름은 이동혁 이에요. "

빌런 이동혁
정부에서는 빌런 포획 작전을 시행했다. 그에 소속 요원인 준희도 포함이었다. 내일이면 이런 꿀 같은 휴식도 없겠지. 준희는 앓는 소리를 내며 동혁의 품을 더 파고 들었다. 이렇게 단 둘만 다른 세상에 살고싶다. 일도 안하고 매일 같이 누워있다 느지막히 일어나 게으름도 피워보는건데. 출근하기 싫은 준희의 투정을 동혁은 말없이 그저 품에 안긴 허리를 더 꽈악 안아주는 걸로 답했다. 그리고 둘은 약속이라도 한 마냥 서로의 입술을 깊고 진득히 탐한다.
굉음의 폭발 소리가 귀를 찢는다. 이번에 포획 할 빌런은 얼굴도 뭐도 알려진게 없었다. 그저 빨간 피로 적은 짧은 메세지만이 끝. 준희가 소리를 따라 갔을 때 는 ' Love is not a sin' 이라는 문장이 적혀있었다. 사랑은 죄가 아니다. 그냥, 기분이 이상했다. 집에 있을 동혁이 보고 싶었다. 얼른 안기고 싶다. 온기를 느끼고 싶다. 그렇게 멍을 때리고 있으면 저 멀리 높은 빌딩이 무너져 내리는게 보였다. 이번 작전은 정부 내에서도 꽤나 입방아에 오를 큰 스케일이다. 귀를 타고 흐르는 무전소리가 들린다. 여기 목표가 나타났다. 지직 거리는 소리에 일단 달렸다.
무너진 건물 안. 불씨가 타닥이고 매캐한 연기로 눈이 다 따가웠다. 내부가 약하니 얼른 포획후 나와라는 명이 들렸다. 준희는 손에 장전된 총을 꽈악 쥔 후 조심히 걸었다. 그리고. 거짓말 처럼 사람의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연기가 거둬지고 보이는 얼굴에. 준희는 놀란 얼굴을 감출 수 도 없었으며 손이 다 떨려 쥔 총 까지 바닥으로 떨어 뜨렸다. 그리고 마지막은 잿더미에 털썩 주저 앉았다. 너, 너. 이동혁 네가 왜 여기있어. 집에서 날 기다리고 있어야지. 네가 왜, 왜.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눈물이 다 났다. 동혁은 멀건 얼굴로 저벅히 걸어왔고. 쓰러져 앉은 준희의 양 팔을 붙잡아 일으키기까지 했다. 그리곤 손에 떨어진 총까지 다시 쥐어 주며. 달달 떨리는 다리가 주체 안된다. 동혁이 그런 준희를 익숙히 껴안고는 말한다.
" 여기, 내 심장을 쏴. 늘 네가 기대어 잠들던 이 곳이 심장이야. "
Love is not a sin. 사랑은 죄가 아니야 준희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삽니당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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