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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탄이 쓴 고르기, 조각글 모음💜
1.
"야, 김태형!"
"빨리 와. 지각하면 안 된단 말이야. 나 모범생인데.."
"3분 늦었다. 3분! 가자, 모범생."
"야 너 신발 끈 풀렸다, 잠깐 서 봐. 됐다."
열여덟, 그때 나의 세상은 온통 너였지. 어렸을 적부터 ‘친구’라는 이름으로 너의 옆에 서있던 게 7년이 좀 넘었었나. 사실 처음 본 그 순간부터 난 널 친구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 너 같은 애를 어떻게 안 좋아해. 그래도 이렇게 같은 반에 등하교 같이하는 ‘친구’라는 이름이 우릴 의미하는 것에 행복했어.
2.
"아 맞다, 김탄소 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다~"
"진짜? 누군데..?"
"그 우리 반에 네 친구 있잖아. 지금 연락 중이야. 잘 되게 도와주라! 그리고 이거 비밀인데 지민이가 너한테 마음 있나 봐. 잘해봐. 괜찮은 애야.."
"뭐래.. 나 연애 관심없어."
"그럼 나 좀 도와주라. 떡볶이 사줄게!"
"떡볶이? 그런거에 내가 또.. 넘어가지."
너의 말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음에도 도와준다는 말밖에 할 수 없던 내가 처음으로 미워지더라. 통 연애 얘기는 하지 않던 우리 사이에 그런 말을 꺼내는 네가 얼마나 진심인지 느껴져서 너무 마음이 아팠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행복을 바라는 나는 너만큼 아니 훨씬 더 너에게 진심이었던 걸까.
3.
"탄소야 안녕, 나 태형이 친군데, 아려나.. 이거 먹을래?"
"어? 안녕.. 고마워!"
"나 너랑 친해지고 싶은데, 번호 줄 수 있어?"
"음.. 그래. 핸드폰 좀!"
그때 난 너에 대한 내 마음을 지우고 싶었던 걸까? 잘 모르겠어. 왜 지민이에게 번호를 줬는지. 그냥 널 안 좋아하고 싶었나 봐. 그날 이후로 지민이와 나는 더 가까워지기 시작했어. 나에게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오는구나. 널 묻어야겠다 싶었지.
4.
"너 지민이랑 잘되간다며? 다 들었다~"
"너는 잘되가고 있어?"
"응. 내가 떡볶이 살게. 그리고 나 이제 등하교 같이 못하는데 어쩌지. 걔랑 하기로 해서.."
"괜찮아. 이제 곧 사귀겠네. 축하한다~"
"야 부끄럽다. 조용조용!"
"그렇게 좋아? 너 귀 빨개졌어."
너 앞에서 그렇게 장난쳤지만, 그날 집에서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울었어. 눈물밖에 안 나오더라. 볼까지 빨개지면서 아무 말도 못 하는 너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했었나 봐. 이 마음을 지우기 위해서 널 피해야겠구나 생각했어.
5.
"어? 지민아, 나 안늦었지!?"
"응, 늦어도 괜찮아. 신발끈 풀렸다. 묶어줄게."
"고마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지민이와 넌 나의 친구와 연애를 시작했어. 그렇게 영원할 것 같았던 우리 사이는 점점 멀어져 갔지. 지민이에 대한 나의 마음이 무엇인지 갈피도 잡을 수 없었지만, 널 잊을 수 있다면 뭐든 상관없었어. 그때 난 너무 아팠으니까.
6.
"탄소야. 너 왜 나 자꾸 피해? 아까 인사했는데.. 그냥 가고."
"어? 음.. 안피했는데! 못봤나봐."
"그럼 다행이다. 자, 이거 먹어. 너 요즘 통 안먹는거 같더라. 공부 쉬엄쉬엄해, 몸 상해."
열아홉 겨울, 우리는 수능을 앞두고 있었어. 나와 너, 둘 다 헤어진 지 몇 달이 지난날이었지. 네 말이 맞아, 나 너 피한 거야. 너랑 다시 친구하기 싫었던 거지. 내가 좀 이기적이잖아. 그런데 이렇게 챙겨주면 나 어떡하라고. 이제 너 좀 놓고싶어, 나 더이상 너랑 친구 못하나 봐.
7.
"졸업 축하해. 이거 네거야. 받아."
"너도 졸업 축하해. 난 준비 못했는데.."
"괜찮아. 축하해줘서 고마워! 나 간다, 편지 있으니까 읽고 연락해."
졸업식, 이제 연락을 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사이. 어쩌면 마지막 인사였어. 그 순간까지 다정했던 너는 나에게 꽃다발을 안겨줬지. 아 내 첫사랑이 드디어 가는구나 싶었어. 그건 내 착각이었나. 편지 읽자마자 눈물이 쏟아지지 뭐야.
8.
탄소에게
안녕 탄소야, 이렇게 편지 쓰려니까 어색하다. 그치? 우리 드디어 졸업하나 봐. 나 실감이 안 난다. 네 얼굴 보고 말 못 할 거 같아서 이렇게 편지로 써. 우리 처음 본 게 언젠지 기억나? 빨간 그네 있던 놀이터 있잖아. 거기서 혼자 놀고 있는 내 손을 잡아주며 웃어줬어 네가. 그때부터였지. 우리 친구로 지낸 게. 3학년 되고 좀 멀어진 것 같지만, 나한테 제일 소중한 사람 뽑으라면 너인 거 알지? 나랑 친구해줘서 고마워, 항상. 앞으로도 연락하고 지내자. 내가 써놓고도 오글거린다. 그럼 안녕. 졸업 축하한다.
p.s. 다 읽고 카톡 해라. 떡볶이 먹자, 내가 쏜다! 편지 놀리기 금지
미안해. 그날 그리고 이후로도 나 너한테 연락 한통 하지 못했어. 첫사랑이란 단어가 나오면 떠올리는 너라서, 같이 듣던 노래만 들려도 그 자리에 멈춰 서는 나라서, 널 너무 좋아해서 미안해. 내 첫사랑, 태형아. 내 첫사랑이 되어줘서 고마워.
나의 청춘에게
p.s.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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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이의 답장, 당신도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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