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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그런 날들이 있다. 이미 너무 커버린 지금에 와서도, 결코 떨쳐버릴 수 없는 과거의 망령 같은 날들이. 어렸던 마음을 전부 바친, 조각 하나 잃어버릴 수 없는 날들이. 그러니 이건, 지금의 내가 과거의 그에게 보내는 작은 편지 같은 것이다. 푸르게 물들였던 제 머리카락 만큼이나 싱그러웠던 날들을 떠올리며, 민윤기는 오래간만에 깊은 추억에 사로잡혔다.

그 시절의 민윤기는, 사랑을 했다. 어리숙하고 서툴러서 풋내가 날 법한, 그러나 그의 짙푸른 가슴 속에 존재하는 모든 진심을 담었던, 그런 사랑을. 행복했다. 정말로. 두서없이 늘어놓는 말들로 둘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시간을 가득 채운 나날들이었을지 몰라도 거짓 하나 없이 마냥 순수했던 기억들 뿐이었다. 그리고 청춘. 한 번 겪었던 이라면 듣기만 해도 아려오는, 어쩜 한여름의 청량하고 푸르른 공기와도 같은 이름. 완전한 성숙함을 갖추지 않았기에 생애 가장 뜨거울 수 있었던 그 시절. 민윤기의 사랑은 그의 온 청춘을 함께 했다. 사랑하는 이의 말 한 마디, 손길 한 번, 미소 한 조각에 여린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려오는 기분을, 윤기는 수도 없이 느꼈다. 그녀의 맑고도 자유로운 웃음은 그 안의 영혼을 춤추게 했다. 그들은 함께 흩어질 행복 같은 모래성을 지어도 보았고, 눈앞에 펼쳐진 눈부신 태양을 향해 질주하기도 했다. 함께라면 모든 것이 의미가 있었고, 그들을 스쳐 지나간 라일락의 달큰한 향기마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를 지니고 있었다. 19살, 눈부신 여름이었다. 아마 어수룩한 청춘이어서 그들은 더 아름다웠을 터다. 완벽이란 단어가 주는 이질감은 너무나도 낯설었고, 또 거창했으니까. 그들은 닿는 대로 나아가고, 되는 대로 내뱉으며 치기어린 사랑을 나눴다. 그리고 그렇게 헤매이다 보면, 완벽은 곧 찾아오리란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완벽이 차마 다가오기도 전에, 끝은 기어코 가까워졌다. 청춘은 철창 안에 갇힌 한 마리 새와도 같아서, 철창이 견고해지기 전 반드시 그 안을 벗어나고야 만다. 청춘의 따사로운 햇살을 점점 뒤로하며 멈출 수 없어 성장하던 그들의 눈동자엔 하나둘씩 인생의 모진 풍파가 서렸다. 둘로서 완벽하던 세계엔 균열이 갔고, 그들은 각자의 울타리를 품었다.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천천히, 그리고 분명히 멀어져갔다. 함께 보내던 시간은 줄어들었고, 연락은 뜸해졌으며 관계는 미묘한 기류를 타고 시들어갔다. 돌이켜보니 그들은 지독히도 닮아있었다. 잘 맞았던 만큼 멀어져야 할 때를 확실히 알았고, 정도를 정확히 지켜갔다. 청춘을 시작한 날부터 여름이 끝나갈 무렵까지. 찬란히 흩어지는 아침을 끝까지 맞이하자는 약속이 무색하게, 그들은 끝을 맞이했다. ...후회는 없었다. 끝이 있기에 가장 아름다운 것이 청춘이었고, 돌이켜보면 도망친 시간의 끝자락에서 그들은 슬픔을 뒤로한 채 못내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었으니까. 윤기는 생각한다. 당신과의 추억은 오래된 책 사이에 끼워둔 낡은 잎처럼, 어쩌다 한번씩 머릿속을 맴돌 때나 펼쳐 보며 기억 한 켠에 자리잡은 행복으로 남게끔, 그저 그렇게만 남아있어도 충분하다고. 기억 속의 우리는 영원히 젊을 테니, 이젠 웃으며 보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영겁을 지나고 나면 그때 우리 비로소 다시 만나서 웃자고. 손바닥만한 추억 하나를 잊기가 그토록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만 잊기 위해 절실히 노력해왔던 윤기였다. 그렇게 빌었는데. 윤기는 제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마주한다. 첫사랑, 첫 여름, 첫 청춘. 그리고 그가 간직한 마지막 사랑, 마지막 여름, 마지막 청춘. 끝끝내 잊지 못하고 함께 다녔던 장소들을 담기 위해 들었던 카메라를 내려놓은 윤기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표정을 짓고 서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눈부시게 웃었다. "안녕, 나의 여름." "... ..." "또 만났네." 우리는 지독히도 닮아있었다. 길었던 겨울을 끝내고, 다시금 봄을 맞이할 시기까지도. 그러니 이건, 지금의 내가 과거의 너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다.

새벽감성이네요, 두 사람의 청춘만큼이나 서툴고 두서없이 늘어놓은 글이지만 부디 즐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