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의 배우가 고액의 출연료를 받을 때 후배 배우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런 임금 격차로 뮤지컬 시장의 균형은 이미 깨져있었다." 뮤지컬 업계는 지난 1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겪으며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배우들은 공연이 중단된 텅 빈 무대를 뒤로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택배, 배달, 대리기사 등 돈벌이를 찾아 떠났다. 한국뮤지컬협회 배우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배우 정영주는 최근 강남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코로나19로 생계 문제에 봉착한 배우들의 상황에 대한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정영주는 당장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수면 위로 드러났지만, 배우들의 생계 보장이 되지 않는 임금 체계의 문제는 뮤지컬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터를 잃었죠"라고 운을 떼며 "공연을 올리지 못하니 출연료는 0원이고, 이런 기간이 길어지면서 택배,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이어 "어느 날 새벽 2시에 후배한테 전화가 왔길래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대리기사 배정을 기다리고 있는데 너무 졸려서 잠을 깨려고 전화했다고 하더라"라며 씁쓸해했다. 지난해 말부터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뮤지컬 공연은 두 달 가까이 '셧다운' 상태다. 좌석을 두 칸 띄어 앉아야 하는 방역지침으로 좌석 점유율이 30%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대다수의 제작사가 공연을 중단했다. 공연을 준비하던 배우들은 아무런 안전망 없이 거리로 내몰렸다. 캐스팅 직후 출연료의 10∼20% 수준의 계약금만 받고 연습 기간을 버텨온 이들은 공연이 중단되면서 출연료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어떤 프로덕션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주연급 배우의 출연료를 30∼40% 삭감했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며 반발한 후배가 있었다"며 "대다수 배우들이 출연료를 자기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유명 배우의 고액의 출연료가 공개된 이후부터 인지도 있는 배우들이 비슷한 몸값을 요구하며 이들의 출연료가 천정부지로 올랐다"며 "이런 방식의 출연료 책정은 동료 배우는 물론 제작사에도 좋은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팬층이 있는 배우들이 있지만, 뮤지컬 무대는 한 사람이 독식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주연부터 막내 앙상블까지 모두가 만드는 무대인데, 어떻게 관객들을 누굴 보러 오는 관객으로 나눌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http://naver.me/x8lM6Y8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