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컵으로 낙하하면서 P가 있던 서재의 풍경이 갑작스레 뒤틀린다. 빨간 노을이 M의 얼굴과 (??을) 슬프게 물들였다. 숨겨온 슬픔이 차올라 이내 오렌지색으로 반사되어 P의 눈에서 뚝 떨어진다. P는 세상에서 가장 아픈 M의 뒷모습에 대고 소리 없이 소리친다. 사랑했다고. 사랑한다고. 안녕 잘 가. 서점 문이 열리고 M이 들어온다. 매일 일하는 퀴퀴한 책 냄새로 꽉 찬 이 공간이 갑자기 반짝인다. 소설가가 꿈이지만 쓰고 싶은 얘기도 쓰고 있는 얘기도 없었던 P에게 주인공이 나타난 기분이었다. 너와 나의 모든 순간을 빛나게 하고 싶어. 소설 속의 작가가 되어. 포기하고 싶다고 여러 번 생각했다. 절망 끝에 기적 같은 그녀가 나타나 시작도 하지 못한 첫 문장이 채워져 나간다. 외딴섬에 외톨이는 거칠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바다로 뛰어든다. 파도는 지치지 않고, P는 실감한다. M으로 인해 놀랍게 달라진 자신의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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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무섭다...ㄹㅇ 역대급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