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의 뜨거운 감자는 음악방송 앵콜 무대 라이브다. 아이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1위 트로피를 수상하는 자리가 왜 논란에 오르는 걸까. 이어지는 앵콜 무대를 통해 가창력이 시험에 들기 때문이다. 제대로 부르지 못하면 놀림거리가 되고 영상이 퍼져나가 ‘흑역사’로 남는다. 그런 사례가 이미 여럿 기록돼 있다. 앵콜 무대는 케이팝 가수들의 가창력을 평가하는 공식적 이벤트로 정착해 버린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심사위원이 돼 합격인지 낙제인지 '패스 앤 패일' 증명서를 발급한다. 이번 주에는 르세라핌이란 그룹이 낙제점을 받고 몰매를 맞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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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같은 환경에서도 실수 없이 부르는 그룹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의 앵콜 무대 역시 자신들의 다른 무대보다는 음정과 발성이 불안정하다. 그 정도면 선방했다, 다른 그룹처럼 ‘망하지 않았다’ 정도의 차이다. 설령 앵콜을 훌륭히 소화한다 해도 특별히 화제가 되지도 않고 팬이 유입되지도 않는다.
엔믹스는 탁월한 라이브 무대를 수차례 보여줬지만 그들이 라이브를 못하는 다른 그룹들보다 인기가 많은 것은 아니다. 잘 부른 라이브보다 못 부른 라이브가 훨씬 화제가 되고, 사람들은 누군가를 칭찬하기보다는 질타하기 위해 무대를 평가하는 것 같다. 앵콜은 그런 ‘깐깐한’ 잣대에 안성맞춤으로 취약하게 노출되는 환경이란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노래를 못 부른 가수가 뒷말을 듣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거기서 나아가 과열된 분위기로 상황을 몰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돌을 인격적으로 모욕하는 악플을 퍼붓고 여기저기 영상을 퍼트린다. 이런 사람 중엔 다른 그룹의 팬으로서 현재 자기 그룹에 불리한 이슈가 있거나 똑같이 가창력 논란으로 비난을 당한 '흑역사'가 있어 경쟁 그룹을 끌어내리고 자기 그룹의 허물을 덮으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케이팝의 발전을 저해하는 건 앵콜을 부르다 음정이 이탈하는 아이돌이 아니다. 뭐든지 줄을 세우는 과열된 경쟁문화와 미성숙한 마인드의 안티 팬덤이다. 그들이 문화의 성숙을 좀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