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의 베스트 팝송 리스트에는 이 앨범의 ‘There She Goes’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낭랑한 기타와 팔세토 보컬, 귀에 착 감기는 멜로디의 멋진 조합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라스의 이름을 전혀 들어보지 못한 사람일지라도 광고와 영화에 삽입된 이들의 노래만은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노래가 한 소녀에게 보내는 사랑노래인지 살짝 감춰진 헤로인에 대한 송시(“머리를 관통해 질주하고, 혈관을 따라 고동치는” 부분)인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어쨌든 이 곡을 1998년의 리메이크 영화 쌍둥이 대소동> 사운드트랙에 삽입했던 디즈니의 주목에서 벗어나야만 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The La’s」에 숨은 보석 같은 곡은 ‘There She Goes’가 전부가 아니다. 이 앨범은 중독성 있는 2, 3분 길이의 팝송과 발라드로 가득 차 있다. 말발굽 박자와 일렁이는 베이스라인을 들려주는 ‘Son Of A Gun’도 앨범의 하이라이트다. ‘Timeless Melody’는 경쾌한 박자에 퍼즈 기타 솔로를 도입했고 ‘Feelin’은 듣기 좋은 거친 재즈 스타일의 폭풍을 구사하고 있다.
평단의 한결같은 찬사를 얻고,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는데도 왜 라스는 단지 한 장의 앨범을 내고 사라졌을까? 리드 싱어이자 송라이터인 리 메이버스가 심한 완벽주의자라서 신경이 몹시 예민했던 것 같다. 이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The La’s」를 마무리짓는 데에만 4년이 걸리자 더 이상 참지 못한 레이블에서는 스티브 릴리화이트 버전으로 출반하겠다고 못박았다. 그렇게 되기 전까지 부지기수의 프로듀서들이 제작에서 손을 떼버렸다. 기대서 특히 There she goes에는 수많은 버전이 유튜브를 돌아다닌다.
그로부터 얼마 후, 『NME』가 리 메이버스에게 앨범 소개를 부탁한다고 하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난 그 앨범을 증오한다. 최악의 허접한 쓰(레기)다. 그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좋게 말할 건더기가 없다.” 이 앨범을 이렇게 말할 사람은 오직 리뿐이었다.
“완벽해지면 완벽해질수록 불완전해지는 것 같다.” - 리 메이버스,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