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와 민희진 분쟁은 갈수록 혼탁해진다. 이젠 이 분쟁의 최초 논점이 무엇이었는지도 헷갈릴 정도다.
이 싸움은 치열한 여론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젊은 세대와 여초 커뮤니티는 민희진에게 지지를 바치고 있고, 나머지 사이트에선 비교적 지지가 양분되는 양상으로 보인다.
처음 하이브가 ‘경영권 침탈’이란 키워드로 사태를 공론화했을 때, 민희진은 벼랑 끝에 몰려 있었다.
이만큼 전세를 뒤집은 걸 보면 그 기자회견의 파급력은 엄청난 것이었다.
정말이지 모두가 홀려 버린 것만 같았다. 회견이 끝난 직후 인터넷은 민희진 이야기로 떠들썩했고, 공중파 기자들은 “파격”이란 격찬을 쏟아내기 바빴다.
그는 분쟁의 상대방인 방시혁이 아니라 ‘대중’을 상대로 회견에 나왔고, 주어진 논점을 해명하려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논점을 새롭게 던졌다.
그렇게 판도를 확장하는 동시에 주도권을 가져갔다. 사람들은 솔직함과 충동적이란 키워드로 회견을 평가했지만, 사실은 주도면밀하게 준비되고 통제되었다는 인상이 든다.
여론은 권선징악에 몰입한 군중의 가학성과 응보심리에 의해 뒤집힌 면이 크다.
기자회견 이후 아일릿과 르세라핌에 관한 악플은 커뮤니티와 유튜브, 모든 SNS에서 폭증했다.
그들이 악역이 된 건 악한 일을 해서가 아니라 저 기자회견의 모노드라마를 연행하며 선역이 된 이들의 반대편에 있다는 이유다.
민희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태도는 특히 진보 언론에서 강한 것 같다.
그들이 민희진에게 끌리는 이유는 알만하다.
그는 민중적 프레임으로 엘리트 계층과의 대결에서 승리하였고, 제도권 미디어를 동원한 언론플레이를 한 번의 기자회견으로 뒤집었다.
유튜브와 커뮤니티에서는 풀뿌리 여론의 비호를 얻고 있다. 여기엔 진보 언론이 매력을 느낄 만한 서사적 요소가 가득하다.
지금껏 ‘민희진 현상’을 분석하는 많은 논평이 나왔지만, 이 점을 캐묻고 돌아보는 의견은 못 봤다.
언론과 식자들이 이 사건을 결국엔 ‘연예가 가십’의 일환으로 보며 폐해를 가볍게 여긴다는 증거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 우리 사회의 코드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