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태연은 그룹 슈퍼주니어 은혁과 동해가 운영하는 채널 '동해물과 백두은혁'에 출연했다. 태연은 SM에서 독립해 직접 기획사를 설립한 선배들에게 힘을 북돋기 위해 등장해 다양한 이야기를 했다. 이날 태연이 작심하고 발언한 이야기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은혁은 태연에게 "음악방송을 왜 안 했냐?"고 묻자 "음악방송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본인의 소신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태연의 솔로 미니 5집 타이틀곡 'To X'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여타 가수들이 음악 방송에 나가 무대를 꾸미고 홍보 활동을 펼치는 것과 다르게 태연은 음방 출연을 하지 않았다. 일부 팬들은 아쉬워했는데 여기에 태연의 이유가 있었다.
음방에 출연하지 않은 태연은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새벽 시간에 노래해야 하는 것도 사실 너무 배려가 없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있지만"이라고 말했다. 이를 듣고 은혁 역시 "제작비, 환경도 있고 여러 가수가 사전 녹화도 해야 하고 어쩔 수 없다"고 공감했다. 그러다가 태연은 "결론만 놓고 봤을 때 더 좋은 무대를 못 보여준다는 게 아쉬워서 (음악 방송 출연하지 않았다)"라며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서 더 좋은 걸 보여드리자는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태연처럼 음방 출연 없이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가수는 많지 않다. 태연은 인기 정상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고정 팬덤 및 일반 음악 팬들의 지원이 뒤따르기에 가능한 것. 굳이 음방에 나가지 않더라도 몇몇 개인 채널 출연 등으로 대체하고 자체 콘텐츠 제작을 하면 신곡 발표와 동시에 각종 음원 순위를 석권한다. 이제 막 데뷔했거나 한창 입지를 다져야 하는 가수, 그룹에겐 이와 같은 방식은 가능하지 않은 것.
밴드 그룹 씨엔블루 이정신 역시 음방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 5월 10일 공개된 대성의 채널 '집대성'에서 이정신은 음악 방송에서 쓰는 비용을 밝혔다. 밴드 라이브 비용만 출연료에 600배에 달한다고 밝히며 "어차피 진짜 연주가 아닌 핸드싱크였다. 음방에서는 밴드 라이브를 할 수 없는 여건"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그는 "무대를 하고 빨리 빠져야 하는데 밴드 라이브는 선 연결을 많이 해야 하고 리허설도 무조건 해야 하니까 라이브를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모르는 분들은 씨엔블루가 라이브를 못 하는 밴드라고 하는 거다"며 억울해했다.
라이브를 못 한다는 편견은 상처로 남은 이정신은 "우리가 잘 되고 그런 말들에 트라우마가 생겨서 '라이브 못한다. 핸드싱크다' 이런 게 듣기 싫어서 '우리가 비용 다 댈 테니까 올 라이브 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고백했다. "음방에서 (밴드) 라이브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신은 "순전히 씨엔블루 돈으로 우리 돈 태워서 라이브를 했었다"고 말했다. 이에 빅뱅 대성이 "그래서 한 번에 무대할 때 얼마나 들었냐?"고 묻자 이정신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음방을 가면 출연료가 한 5만 원 되지 않냐?"고 말했다. 팀이든 개인이든 상관없는 출연료라며 "현실적으로 거마비도 안 된다. 밥값도 안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대성은 "홍보 때문에 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신은 "밴드 라이브 하면 기본 3000만 원 이상"이라고 고백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태연, 이정신에 이어 아이돌 그룹 빅톤 도한세는 음방에 출연하지 못하는 이유를 고백했다. 출연료에 비해 들어가는 돈이 지나치게 많아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최근 도현세는 K팝 플랫폼 버블에서 "음방에 나갈수록 빚이 쌓인다"고 말했다. "예전처럼 음방 홍보 효과가 엄청난 게 아닌데 음악방송을 일주일 도는 데 1000만 원이 든다. 반면 음방 출연료는 5만 원 수준. 요즘 올랐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방송당 5만 원을 받았다"고 음방 실태를 밝혔다.
음방 출연에 들어가는 돈에 대해 "컴백하려면 멋있어야 하니까 세트를 짓지 않냐. 이러면 비용이 추가된다. 여기에 헤어 메이크업비, 스타일링비, 스태프 식비와 간식비, 음료비까지 하면 2000만 원도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거 다 아이돌한테 달리는 빚이다. 그러니까 (음방은) 안 되는 게임이다. 음방 1주, 2주 돌 바에 뮤비 하나 더 멋있게 찍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도한세는 "정산받는 아이돌은 거의 없다. 대중까지 다 아는 몇 팀 빼고는 다 빚만 쌓이다 계약이 끝난다. 받는 돈 없이 중간에 해체하거나 계약을 무사히 마치면 잘 버틴 거다. 활동하며 쌓인 빚은 계약이 끝나면 안 갚아도 된다"고 토로했다. 그러다가 도한세는 "K팝 아티스트들 진짜 존경한다. 세상 치열한 곳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존경을 표했다. 실제로 5인조 아이돌 그룹이 데뷔하는 데 최소 5억~10억 원 이상이 드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데뷔 후 인건비 등 유지 비용까지 더하면 투자 비용은 수십억 원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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