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아일릿이 뉴진스를 따라 했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나를 해임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25일 미니앨범 1집 ‘SUPER REAL ME’로 데뷔한 걸 그룹 아일릿은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 소속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알유넥스트’를 통해 멤버들을 선발했고, 방시혁 의장이 데뷔 앨범을 프로듀싱했다.
다만 이번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아일릿은 뉴진스와 콘셉트가 비슷하단 의견이 있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단 단순히 표면적으로 봤을 때 대중이 비슷하다고 느낄 만한 점이 3가지 있다. 인원수, 헤어스타일, 안무다. 두 그룹 모두 5명으로 구성되었으며 해외 멤버가 2명씩 포함돼 있다. 인원수는 안무 대형이나 단체 화보 등에서 비슷하단 느낌을 줄 수 있는 요소다.
또 아일릿 다섯 멤버 모두 검은색 긴 생머리 스타일로 통일해 청순함을 극대화한 점도 데뷔곡 ‘Attention’으로 뉴진스가 대중 앞에 처음 섰을 때와 같다. 물론 길고 검은 생머리가 뉴진스만이 처음 선보인 독창적인 스타일은 아니다.
그러나 소녀들이 단체로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안무의 한 포인트로 활용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아일릿의 곡 ‘My World’에서 멤버들이 허리를 돌린 뒤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안무는 뉴진스의 ‘Attention’ 속 안무 동작과 흡사하다. 이 동작 외에도 뉴진스의 ‘Ditto’와 르세라핌의 ‘EASY’에서 본 듯한 동작이 화제였다. 또 최근 아일릿의 후속 활동 곡 ‘Lucky Girl Syndrome (Sped Up)’에서도 뉴진스의 맥도날드 CM송 안무와 유사한 손동작이 보인다.
안무는 일부러 ‘대놓고’ 따라 해 화제성을 노린 전략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룹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콘셉트에 대해 특히 말이 많은 점은 이제 막 데뷔한 아일릿이 풀어야 할 과제다. 현재 음악을 제외한 뮤직비디오나 콘셉트 포토, 프로모션 방식 등 전체적으로 아일릿에서 뉴진스가 떠오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콘셉트가 비슷하다고 해서 표절로 판정 내리긴 쉽지 않다. 법무법인(유한) 대륜의 지식재산권 전문 김태환 변호사는 “아일릿과 뉴진스를 각각의 상품으로 봤을 때 유사하다 볼 여지가 높다” 그렇지만 콘셉트는 ‘아이디어’의 영역으로 저작권법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 하지만 그래도 한 끗 차이를 만들어내려고 노력은 해야 하고, 그 노력이 보인다면 비슷하다고 느낀 점을 문제 삼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아일릿과 뉴진스 표절 논란은 하이브의 도덕성 문제로도 연결된다.
김태환 변호사는 “창작이나 예술과 같은 영역에서 콘셉트의 카피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 경쟁사도 아닌 모기업에서 콘셉트를 카피했다고 논란이 나온 것은 도덕의식, 윤리의식 측면에서 비난받기에 충분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콘셉트의 유사성 정도는 둘째 치고 ‘같은 모기업을 둔 레이블끼리 이런 표절 논란을 일으켜도 되는가’의 문제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김영대 평론가는 ‘앰플리파이드’ 팟캐스트에서 “지금의 하이브는 신을 선도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데, 뭔가를 제시한다는 느낌보다 자신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상태를 반복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른 기획사도 소속 그룹끼리 비슷한 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민희진 대표는 현재 어도어를 이끌고 있긴 하지만 애초 2019년 하이브에 합류할 때 최고브랜드책임자(CBO)로 입사했다.
하이브의 입장에선 당연히 민희진의 역량을 하이브 소속의 모든 그룹에 적용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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