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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지막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지금 봄이 와서 그런가. 나도 나이 들어서 저런 말 할 수 있는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싶고, 저런 말 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할머니가 됐으면 좋겠다 싶다. 우리 할머니 생각도 많이 났다. 돌아가시기 전에 같이 살 때 할머니가 말씀을 재미나게 잘하셨다. 약간의 초기 치매 증상이 있으실 때였는데 비오는 날 창 밖의 비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계셨다. 너무 밖을 멍하니 보고 계셔서 약간 걱정돼서 '뭐하세요? 뭘 그렇게 오래 봐요' 했더니 씨익 웃으시면서 '비는 주륵주륵 오시는데 님은 영영 안오시고' 그러시더라. '무슨 님? 오실 님이 있어?' 했더니 '니만 님 있나 내도 님 있다' 그렇게 농담을 주고 받았다. 그 생각이 났다. '수만 날이 다 봄이었더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그리고 박해준씨랑 누워서 도란도란 하던 신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경험상 난 세 테이크 지나가면 눈물이 잘 안난다. 그래서 리허설 때 안 울려고 노력한다. 리허설 때 한번 울면 두번 밖에 기회가 없는거다. 근데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 컷해도 눈물이 계속 났다. 얼굴을 가리고 있는데도 이불이 젖도록 울었던 신이다.
또 하나가 나문희 선생님과의 신이다. 아무도 못 알아보시다가 내가 가니까 한규 딸 왔다면서 바라보신다. 선생님과 처음이었는데 리허설 한다고 앉자마자 눈물이 너무 나더라. 처음에 만나자마자 우는 신이 아닌데 할머니가 해준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 같아서 리허설 때 눈물이 쏟아졌다. 리허설 끝나고 한 테이크 찍고 일어나는데 나문희 선생님이 '왜 사람들이 문소리 문소리 하는지 알겠네' 하시더라. 그 말이 금메달 딴 것 같은, 서울대 합격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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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넨 이거 호임 불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