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에게 소니는 특별한 의미다. 패전 후 잿더미 속에서 트랜지스터 라디오와 워크맨, 트리니트론 TV와 같은 혁신 제품을 선보이면서 ‘메이드 인 재팬’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회사. 당시 일본 기성세대에게 소니는 자부심의 상징이었다.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한 제조 기술을 의미하는 ‘모노즈쿠리’에서도 소니의 위상은 대단했다. 대기업이 된 후에도 끊임없는 혁신을 강조한 ‘벤처정신’은 다른 일본 기업에서 찾기 어려운 소니만의 DNA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전자 분야에서 소니의 위상은 급격히 추락한다. 새로운 기술로 빠르게 바뀌는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삼성·LG전자 같은 한국 기업에 이어 지금은 중국 가전 업체에도 밀리는 상황이다.
하드웨어 명가 이미지가 사라진 소니지만, 지난 8월 7일 도쿄 본사에서 진행한 실적발표회에서 2025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의 연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4% 증가한 1조3300억엔(약 12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발표 직후 소니그룹 주가는 11% 이상 급등했고 도쿄 증시 시가총액 3위 위치를 이어갔다.
소니 실적을 견인한 것은 다름 아닌 콘텐츠다. 2012년 소니의 방향타를 잡은 히라이 가즈오 사장은 “소비자에게 기계가 아닌 경험을 선사하자”며 콘텐츠로의 과감한 방향 조정에 나섰다. 2019년부터 콘텐츠와 지식재산권(IP)에 대해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최근까지 누적 투자액은 1조9000억엔(약 17조9000억원)에 달한다. 소니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IP다. IP 하나로 애니메이션, 영화, 음악, 게임, 상품 등 다양한 분야의 수익 기회를 넓히는 것이다.
소니 올해 이익 4% 증가 전망
주가 11% 급등·시총 3위 유지
소니는 최근 반다이남코홀딩스 지분 2.5%를 680억엔(약 6400억원)에 취득했다. 반다이남코가 가진 최대 IP는 ‘기동전사 건담’이다. 지난해에는 일본 종합콘텐츠 기업인 가도카와 지분을 총 10%까지 끌어올렸다. 가도카와는 2022년 글로벌 시상식을 휩쓴 게임인 ‘엘든 링’ 개발사 프롬소프트웨어, 일본 최대 동영상 플랫폼 ‘니코니코 동화’ 등을 보유한 업체다. 다양한 출판 만화 IP가 풍부한 것도 강점이다.
이에 앞서 소니는 미국 애니메이션 플랫폼 ‘크런치롤’을 인수하는 등 플랫폼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덕분에 북미 애니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고, 일본 애니가 북미 시장에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구조를 만들었다.
최근 영화·애니메이션 히트작 중 상당수도 소니의 손을 거쳤다.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이 본 애니메이션 영화라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도 소니픽처스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케데헌 애니에 수록된 주제곡 ‘골든’이 최근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1위에 오르면서 음악을 담당한 소니뮤직도 짭짤한 수익을 얻고 있다.
7월 18일 일본서 개봉해 첫 주말에만 384만 관객을 끌어들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역시 소니 자회사 애니플렉스의 작품이다. 이들이 2021년 선보인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누르고 일본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하는 등 신드롬을 일으켰다.
소니는 최근 도쿄 긴자에 있는 소니 파크에서 스누피 전시회를 열었다. 1950년 미국의 찰스 M. 슐츠가 처음 세상에 선보인 연재 만화 ‘피너츠’의 탄생 75주년을 맞은 전시다. ‘소니가 왜 스누피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피너츠 캐릭터 IP의 39%를 보유한 곳이 바로 소니다. 소니의 글로벌 IP 침공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https://www.mk.co.kr/news/business/11393690

인스티즈앱
리디남주 스타일로 차려입은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