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부
쟤가 왜 저러지. 일단 의심 섞인 반응부터 나올 수 밖에. 정수연이 저러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밖에 없다. 진짜 크게 아주 대박으로다가 큰 사고를 쳐서 그 수습 때문에 그러는 거라던가. 아니면 정말 지르고 싶은 물건이 있는데 눈치는 보이고, 그래서 어떻게든 살살 구슬려서 꼬득이려는 거. 내가 너 머리 꼭대기에 있어.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경계태세를 놓지 않고 신발을 가지런히 벗은 다음에 조심스레 거실까지 걸어갔다. 예쓰! 일단 거실까지는 무사히 진입했어. 소파에 앉아서 입고 있던 자켓을 벗으려는데 또 어디선가 정수연이 튀어 나와서는 내 옆에 찰싹 붙어서 앉았다.
“이거 물 마셔. 너 힘들잖아.”
“정수연 혹시 너 말이야…….”
“응? 왜에?“
“아니야. 잘 마실게.“
그래. 설마 며칠 전에 나 몰래 카드로 자동차 무이자 24개월로 긁었던 것도 있었으니 최소한 양심이 있다면 그럴 일을 없겠지. 그래. 그냥 요 근래 야근에 특근에 일이 하도 많아서 바쁘니까 신경 써주는 거겠지. 그래. 수연이는 그럴 애가 아니야. 하여간 김태연 너는 수연이를 그렇게 못 믿니! 이제 같이 사는데. 믿자. 믿어. 속으로 단념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어깨를 주물러 주겠다며 몸을 돌리라며 손가락을 휘휘 젓는다. 얘가 서비스가 확실하네. 그래. 그렇다면 그래야지. 몸을 휙 돌리자 수연이 주먹으로 내 어깨를 쾅쾅 내리치기 시작했다.
“근데 말이야. 어제 내가 옆집에 잠깐 갔다왔거든.”
“으응. 아, 수연아 거기 말고 그 목 쪽…. 그치. 거기.”
“옆집 윤아네는 이번에 M 브랜드 신상 가방을 사줬다지 뭐야. 그냥 딱히 갖고 싶어서 그런건 아닌데. 아무튼 그렇다고.”
그러면 그렇지.
2. 권태기
ㅡ태연씨는 권태기 그런거 없어요?
때마침 아파트 입구에서 옆집 사는 윤아씨를 만났다. 근데 엘리베이터에 올라서는 나한테 이상한 말을 했단 말이지. 권태기라니. 그러고보니 신경도 안 쓰고 있었어! 결혼하고 1~2년 정도 지나면 자연스레 그런 현상이 생긴다던데. 딱 우리가 그 시기잖아. 권태기, 권태기…….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 내내 그 단어가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 우린 이제 곧 권태기가 올거야. 어떡하지.
“나 갔다왔어.”
사람이 왔으면 대꾸라도 좀 해주지. 소파에 누워서는 턱을 괴고서는 누워있는게 아주 상전이 따로 없다. 나 왔다니까! 크게 소리를 내자 그제서야 어여. 하며 손을 번쩍 들고 만다. 으, 진짜 너무해. 진짜 싫어……. 헐! 이거 권태기인가. 순간 공황상태에 빠지고야 말았다. 이게 그 흔한 부부갈등의 시작인건가. 우린 이제부터 갈등의 고리가 더 깊어지고, 맨날 치고 박고 싸우고, 그러다 헤어지는 건…. 아냐! 이건 말도 안되잖아. 냉수나 먹고 속차리자. 물을 벌컥 벌컥 들이키는게 옆에서 정수연이 멀뚱멀뚱 서있었다. 뭐지. 근데 얘 옷차림이 왜이래. 핫팬츠랑 나시인줄 알았는데……. 푸웃! 깜짝 놀라서는 입에 머금고 있던 물을 확 뱉어버렸다. 그러자 수연이가 아. 디러, 이런다.
“야! 너 옷이 그게 뭐야.”
“어엉. 깜빡하고 빨래를 못해서. 옷이 이거밖에 없어.”
“옷이 아니라 속옷이거든. 빨리 당장 뭐라도 챙겨 입어.”
“뭐 어때. 아무도 안 보는데.”
“나, 나는?”
“괜찮아. 옆집 미영씨가 그랬는데. 네 앞에서는 홀딱 벗고 있어도 아무 일 없을거래.“
아, 그렇구나…, 가 아니지! 그거 이상하게 디게 기분 나쁜 말이네.
“그럼 한 번 벗고 있어볼까?”
순간 입에서 아니! 라는 말이 나와야 되는데 나도 모르게 3초 동안 정적이 흘러버렸다. 그러면 그렇지. 권태기는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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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썰 재미지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절한 탱시커들 있다면 단어 하나씩만 주고 가주세요.
근데 막 첫날밤 이런거 쓰면 혼난다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