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배우 이순재(향년 91세)가 70년에 가까운 뜨거운 연기 인생을 마감했다.
고인은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의 ‘대발이 아버지’ 역을 통해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표상으로, MBC 드라마 ‘허준’에선 허준의 강직한 스승 유의태로 분해 근엄함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그는 MBC ‘거침없이 하이킥’의 ‘야동순재’를 통해 전 세대에 웃음을 안기는 코믹 아이콘으로 등극하는가 하면, tvN ‘꽃보다 할배’에선 다정한 리더의 모습을 보이는 등 쉼 없이 변신하며 대중과 호흡했다.
그 사이 고 이순재가 남긴 삶과 연기에 대한 명료하고 깊이 있는 어록들은 우리에게 ‘진짜 인생’이란 무엇인지 되묻는다. 90세가 넘어서도 현역을 고집했던 영원한 선생님, 고 이순재의 삶을 관통하는 어록들을 되짚어본다.
■ 70년 연기 철학 “배우에게 완성이란 없다”
고 이순재는 70년에 가까운 연기 경력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노력을 강조했다. 아흔이 넘는 나이에도 ‘리어왕’ 등 장시간 대사를 소화하는 연극 무대에 주연으로 오를 수 있었던 힘은 그런 철학에서 나왔다.
“배우에게 완성이란 없다. 죽을 때까지 노력해야 하는 것이 연기다.”
그는 연기할 때마다 항상 ‘진실’을 담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연기는 진실하게 해야 한다. 가짜는 대중들이 귀신같이 안다”는 말은 오랜 세월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이 진정성에 있다는 걸 증명한다.
■ 코믹 연기 속에 담은 진정성 “‘야동순재’도 진실하게”
고 이순재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꼰대이면서도 비밀스러운 취미를 가진 ‘야동순재’ 캐릭터로 젊은 세대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는 파격적인 코믹 연기 속에서도 연기의 기본을 놓지 않았다.
“코믹 연기도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 웃긴 분장이나 과장된 행동이 아니라, 상황 속 인물의 진실한 반응에서 웃음이 나와야 한다.”
새로운 세대와의 소통에 대해서도 그는 “나이가 들었다고 꼰대가 될 필요는 없다. 새로운 세대와 교감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말하며, 끊임없이 변화를 받아들이는 개방적인 태도로 귀감이 됐다.
■ 후배들에게 남긴 유산 “기본을 지켜라”
대학 교수로서 수많은 후학을 양성한 그는 화려한 기술보다 배우의 가장 기본적인 소양을 강조했다.
“발성, 발음, 호흡…이 세 가지는 연기의 기본이다. 기본을 무시하면 절대로 좋은 배우가 될 수 없다.”
고인은 “배우에게 게으름은 가장 큰 적” 이라며 “대본을 외우는 건 기본이고, 인물에 대한 탐구와 공부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늘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 일상에서 묻어난 진심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해야 한다”
고 이순재는 생전 일상에서도 여러 가르침을 남겼다. 예능 ‘꽃보다 할배’에서 90대의 나이에도 짐꾼(이서진)에게 의지하지 않으려 노력했던 그의 모습은 깊은 울림을 줬다.
“남들한테 폐 끼치면 안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해야 한다.”
여행 중 계획이 틀어지더라도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게 인생의 맛이다”라며 긍정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였던 그의 태도는, 예측 불가능한 인생을 대하는 현명한 자세를 보여줬다.
■ 후배를 향한 애정 어린 질책 “오래 버티는 놈이 이기는 거야”
연기 외적인 부분으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후배들을 향해선 선배로서 따끔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배우라면, ‘밥 먹고 뭐 하니’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한다.”
또, 빨리 성공하고 싶어하는 젊은 배우들에게는 “자네들, 너무 빨리 뜨려고 하지 마. 오래 버티는 놈이 이기는 거야”라고 조언하며, 조급함 대신 긴 호흡으로 묵묵히 연기 생활을 이어갈 것을 강조했다. 이는 70년 가까이 ‘현역’을 지킨 그의 삶이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가르침이다.
■ 마지막 감사 인사 “평생 신세 많이 졌다”
지난해 아흔이 넘는 나이에 연기대상 수상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던 순간, 고 이순재는 소감을 통해 감사와 겸손을 전했다.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다”며 말문을 연 그는, 모든 공을 동료와 스태프들에게 돌렸다.
“제가 평생을 연기했지만, 저 혼자 한 게 아닙니다. 동료 배우와 스태프, 그리고 시청자들께 평생 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노력했던 그가 남긴 마지막 공식 감사는 수많은 이들과 함께 걸어왔던 70년의 연기 동행에 대한 헌사였다. “신세 많이 졌다”는 고 이순재의 짧고 굵은 한 마디는, 한 시대를 풍미한 국민 배우가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진심 어린 작별 인사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https://m.entertain.naver.com/now/article/144/0001082189

인스티즈앱
한국인은 대다수가 초록버튼.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