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할지 피디로서 처음 고민을 시작했던 건 약 10년 전이다. 2015년 겨울, 일명 연출 '입봉'을 준비하라는 말을 듣고 입봉 프로그램 기획을 하고 있던 시기에 KBS 연예대상에 현장 업무 지원을 나갔다.
지금이야 방송 3사 연말 시상식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많이 덜해졌지만, 그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당대에 내로라하는 최고의 예능 스타들이 현장에 참석해서 자리를 빛냈고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활약한 스타들이 수상을 했다. 그런데 백스테이지에서 시상자와 수상자들을 안내하다 보니 특이한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여성 출연자'들이 보이지 않았다. 수상자는 물론 후보군에서조차 그랬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예년에 부문별로 여성과 남성을 균등하게 배분해서 상을 주었다면 2015년도엔 도무지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최우수상을 받은 여성 출연자는 없었고 그나마 우수상을 고 김수미 선생님께서 수상하셨다. 아무리 그래도 KBS에서 2015년 한 해 동안 두각을 나타낸 여성 출연자가 고령의 배우 선생님 한 분이시라니.
'여성 버라이어티를 만들어 볼까?'
솔직히 말해 어떤 젠더 감수성 내지는 예능 바닥 성평등에 대한 책임감으로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모든 피디들은 새로움을 꿈꾼다. 출연자를 여성판으로만 바꿔도 새로움이 있을 것 같았다.
사실 당시에 예능 바닥에 남성 중심현상이 심한 이유도 개인적으로는 그간 사회에 강요되어 온 여성에 대한 역할 관념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반대로 여성 출연자가 메인이 되는 프로그램을 할 거라면 육아와 살림에서 벗어난 '꿈을 이루는 성취'를 콘셉트로 가져가면 어떨지 생각했다. 내 인생 도서인 〈슬램덩크>에서 착안해서 제목을 〈하이힐 신고 슬램덩크>로 지었다. 아니다. 하이힐이란 단어마저도 뭔가 성에 대한 프레임을 씌우는 것 같았다. 그래서 최종 낙점된 제목이 〈언니들의 슬램덩크>였다.
예능의 주류가 남초 프로그램일 때 여성 버라이어티를 만들고, 관찰 프로그램이 주류인 시대에 '구개념 버라이어티'랍시고 예능인들 모아서 〈홍김동전>이라는 옛날식 감성의 예능을 만드는 청개구리 같은 피디는 아마 앞으로도 그리 성공하진 않을 것이다.
언젠가 〈홍김동전>과 〈드라이버>를 회상할 때 누군가의 마음이 몽글몽글하고 기분 좋아진다면 그걸로 됐다. 물론, 좀 더 많은 사람이 그랬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며 오늘도 〈드라이버> 출연진과 제작진은 기꺼이 예능의 전장에 나선다.
https://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_m.aspx?CNTN_CD=A000316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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