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임현택 전 의협 회장, 검찰 고발장 제출 "의사 호소인과 박씨 모두 엄중히 수사해야"
의사 단체, '주사 이모' 주장 반박하며 무면허 의혹 제기…복지부, 행정조사 여부 검토
방송인 박나래씨(40)가 이른바 '주사 이모'로부터 수액 처치 등 의료 서비스를 받았다는 사실이 공개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의료법을 위반한 정황이 확인된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는 의사 면허가 없는 인물이 의료기관 밖에서 의료행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날 경우 박씨 역시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임현택 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8일 박씨의 '주사 이모'로 지목된 이아무개씨를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법과 의료법,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며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임 전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박씨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며 "'의사 호소인'인 이씨는 물론 그의 남편과 박나래, 박나래의 매니저에 대해서도 공동 정범, 방조교사범 여부를 엄중히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이씨가 내외국인 최초 최연소 교수까지 역임하며 졸업했다고 한 '내몽고 포강의과대학병원'에 대해 정체가 없는 곳이라며, 제대로 된 학력과 경력이 모두 확인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젊은 의사와 의대생들로 구성된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들의 모임(공의모)'은 전날 성명을 내고 "이씨는 불법 의료행위를 부인하며 자신이 '내몽고 포강의과대학병원에서 교수로 역임했다'고 주장했지만 확인 결과 '포강의과대학'이라는 의과대학은 존재하지 않았다"며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유령 의대"라고 반박했다.
공의모에 따르면, 중국 내 의과대학 수는 집계 방식에 따라 162~171개다. 이 중 내몽고 지역에 있는 의대는 △내몽고의과대학 △내몽고민족대학 의과대학 △내몽고적봉의대(치펑의대) △내몽고포두의대(바오터우의대) 등 4곳뿐이다. 세계의학교육협회(WFME)가 운영하는 세계 의과대학 목록에 명시된 내몽고 지역 의대 정보도 이와 동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논란은 연예매체 디스패치의 보도로 촉발됐다. 매체는 박씨가 오피스텔 등에서 주사 이모 이씨로부터 피로 해소용 링거 등을 맞았다며 불법 의료행위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주사 이모' 또는 '주사 아줌마'는 통상 수액 등 여러 의약품을 허가되지 않은 공간에서 불법적으로 주사하는 인물을 칭하는 은어다.
박씨 측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의사 면허를 보유하고 있는 이씨로부터 영양제를 맞은 것"이라며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료계를 중심으로 논란은 한층 거세지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는 수사기관에 고발 및 인지된 사건이므로 수사 경과를 지켜본 후 행정조사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만일 의료법 위반을 인지하고도 의료 행위에 대한 적극적 요청이 있었다고 판단되면 환자 본인인 박씨도 공범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복지부 측 입장이다.
쟁점 사항인 이씨의 의사 면허 보유 여부와 별개로 오피스텔이나 박씨의 차량 등에서 수액 등을 처방하고 주사한 게 사실로 확인되면 이 자체만으로도 불법 의료행위가 될 수 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료인이 의료기관 안에서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응급환자 진료나 가정간호 목적,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만 의료기관 밖에서의 의료행위가 허용된다.
이씨가 해외에서 의사 면허를 딴 점이 인정되더라도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하려면 의사 면허를 취득해야 하고, 간호사라면 의사의 지시와 처방에 의해 적법하게 의료기관 외 의료행위를 수행해야 한다. 무자격자의 의료 행위는 의료법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한편 박씨는 이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리고 "더 이상 프로그램과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칠 수 없다"며 "모든 것이 깔끔하게 해결되기 전까지 방송활동을 중단하기로 결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신에 대한 갑질 등을 폭로한 전 매니저들과 만나 오해를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11월 초 가족처럼 지냈던 매니저 두 분이 갑작스레 퇴사했고, 최근까지 당사자들과 얘기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서로 오해가 쌓이게 됐다"며 "어제서야 전 매니저와 대면할 수 있었고 오해와 불신을 풀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모든 것이 제 불찰이라고 생각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그동안 저를 믿고 응원해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https://naver.me/5TQhOfgF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