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너는 이미 사회적으로 끝난 사람’이라는 공포감이 돼서는 안 될 텐데요.”
서울남부교도소 내 소년수 전담 교육 프로그램인 ‘만델라 소년학교’를 운영했던 김종한 전 교장이 8일 한겨레에 최근 배우 조진웅(본명 조원준·49)씨 은퇴 과정에서 불거진 ‘소년범 논란’을 보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관련 논란이 유명인인 조씨 이력에 대한 실망을 넘어, 낙인 효과를 줄이려 만들어진 ‘소년보호처분 이력 비공개 제도’ 자체로까지 번진 탓이다. 김 전 교장은 “낙인에 노출되면 아이들은 자포자기 상태에 빠지고, 이는 재범 가능성만 높일 뿐”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공직자와 고위공무원의 소년기 중대 범죄 전력을 기록·판결문 기준으로 국가가 공식 검증하고 국민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소년법 개정안 등을 발의했다. 조씨의 소년범 이력이 언론 보도로 뒤늦게 드러난 뒤, 일부 언론이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소년보호처분 제도 자체를 문제 삼고 나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소년보호처분은 범죄·비행을 저지른 19살 미만 소년에게 내려지는 교정·교화 목적의 처분으로, 형사처벌과 달리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나 의원은 “살인, 강도, 성폭력, 방화, 납치, 중상해, 중대 마약범죄와 같은 흉악범에 대해서까지 ‘소년범’이라는 이유만으로 영구 사각지대를 남겨두는 것은 공정에도,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고 소년법 개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소년범들을 곁에서 지켜봐온 소년범 교화 전문가들은 이런 움직임에 대해 우려했다. 청소년기 범죄를 ‘영원한 낙인’으로 소비하는 흐름이 ‘회복과 재사회화’를 목적으로 하는 소년법 근간을 흔든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울소년원 원장을 지낸 한영선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초빙교수는 “발달범죄학에서 보면, 평생 지속형 범죄자는 6%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러나 사회적 비난이 반복될 때 아이들은 ‘나는 원래 나쁜 사람’이라는 자기 낙인에 갇히게 되고, 이는 어떤 교화·회복 프로그램도 무력화시킨다”고 했다. 이어 “실제 교화 프로그램에 성실히 참여하던 아이들도 사회적 낙인을 다시 직면하면 변화 동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소년범에게 더 가혹한 현실을 만드는 게 아니라, 소년범을 만들어낸 사회적 구조와 어른들의 책임을 돌아보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김경호 법무법인 호인 변호사는 이날 국민신문고를 통해 조씨의 과거 범죄 이력을 보도한 ‘디스패치’ 소속 기자 2명을 소년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디스패치는 지난 5일 조씨가 고등학생 시절 차량 절도 및 성폭행 등 혐의를 저질러 소년원 생활을 했다는 의혹을 처음 보도했다. 소년법 제70조는 소년 보호사건 관련 기관은 사건 내용에 관해 재판, 수사 또는 군사상 필요한 경우 외의 어떠한 조회에도 응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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