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같은 친밀감’을 내세운 팬사인회와 유료 소통 플랫폼 등을 주 수익원으로 삼는 케이팝(K-POP) 산업 구조 속에서 열애설에 대한 분노와 혼란을 단순히 ‘과몰입 팬들의 문제’로만 치부할 순 없다.![[정보/소식] 유사연애 마케팅하더니 열애설엔 묵묵부답…정국·윈터가 드러낸 아이돌 산업의 모순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25/12/13/18/87653e41846d293359c6bd5bca84b830.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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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일부 팬들이 소속사에 시위트럭을 보냈다. 팬들이 ‘침묵은 답이 아니다. 책임감을 보여라’, ‘그룹에 피해 주는 팬 기만 행동 제정신인가?’ 등의 메시지를 송출하는 트럭을 보낸 이유는 최근 이 둘을 둘러싼 열애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온라인에는 두 사람의 ‘커플 타투’ 의심 사진, 비슷한 옷·신발·악세서리 등을 짜 맞추는 게시물과 함께 악성 댓글이 급증했다.
윈터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법적 대응 카드를 꺼내기도 했다. 지난 10일 자사에서 운영하는 서비스 플랫폼 ‘광야 119’에 “성희롱, 명예훼손, 인신공격, 허위사실 유포, 사생활 침해, 딥페이크 제작·유포 등에 대해 형사 고소와 민사 청구를 진행 중”이라며 “선처 없이 강경 대응하겠다”고 공지했다. 한편 열애 여부에 대해서는 두 소속사 모두 ‘입장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윈터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법적 대응 카드를 꺼내기도 했다. 지난 10일 자사에서 운영하는 서비스 플랫폼 ‘광야 119’에 “성희롱, 명예훼손, 인신공격, 허위사실 유포, 사생활 침해, 딥페이크 제작·유포 등에 대해 형사 고소와 민사 청구를 진행 중”이라며 “선처 없이 강경 대응하겠다”고 공지했다. 한편 열애 여부에 대해서는 두 소속사 모두 ‘입장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팬덤은 고소 공지를 반기면서도 여전히 아티스트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분위기다. 팬들에게 가수를 연애 대상으로 본 것이냐는 2차 가해를 하기 전에 케이팝 아이돌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이 산업의 비상식적인 구조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오프라인 팬사인회다. 대형기획사 남자 아이돌을 기준으로 하면 갓 데뷔한 신인조차 대면 팬사인회 응모를 위해 수십만원, 어느 정도 인지도가 쌓이면 수백만원을 쓰는 것이 암묵적 상식으로 통한다. ‘팬싸컷’은 공개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지만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인기 남자아이돌 기준으로 국내 팬사인회는 300만원 이상, 중국 등 해외 팬사인회는 500만원 이상이 든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다. 그럼에도 팬사인회장에서 아이돌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은 1~2분 남짓. 보상심리가 작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팬사인회 현장에서는 ‘내가 애인이라면 어떻게 할 거냐’는 식의 연인 상황극 질문이 반복되고 아이돌 역시 그 설정을 전제로 답하며 암묵적인 유사 연애를 수행한다.
일본에서는 CD 봉입 추첨으로 멤버와 손을 맞대는 하이터치회, 개별 사인회, 2인 샷 폴라로이드 촬영회 등 각종 ‘특전회’가 기본으로 붙고 이 일정을 맞추기 위해 한국 팬들이 비행기를 타고 원정을 가는 풍경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명품백 한두 개 값에 해당하는 비용을 1~2분의 접촉과 인증샷 한 장을 위해 쓰게 만드는 구조가 과연 건강한 산업인지 되묻게 된다.
이 산업의 비상식적인 구조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오프라인 팬사인회다. 대형기획사 남자 아이돌을 기준으로 하면 갓 데뷔한 신인조차 대면 팬사인회 응모를 위해 수십만원, 어느 정도 인지도가 쌓이면 수백만원을 쓰는 것이 암묵적 상식으로 통한다. ‘팬싸컷’은 공개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지만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인기 남자아이돌 기준으로 국내 팬사인회는 300만원 이상, 중국 등 해외 팬사인회는 500만원 이상이 든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다. 그럼에도 팬사인회장에서 아이돌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은 1~2분 남짓. 보상심리가 작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팬사인회 현장에서는 ‘내가 애인이라면 어떻게 할 거냐’는 식의 연인 상황극 질문이 반복되고 아이돌 역시 그 설정을 전제로 답하며 암묵적인 유사 연애를 수행한다.
일본에서는 CD 봉입 추첨으로 멤버와 손을 맞대는 하이터치회, 개별 사인회, 2인 샷 폴라로이드 촬영회 등 각종 ‘특전회’가 기본으로 붙고 이 일정을 맞추기 위해 한국 팬들이 비행기를 타고 원정을 가는 풍경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명품백 한두 개 값에 해당하는 비용을 1~2분의 접촉과 인증샷 한 장을 위해 쓰게 만드는 구조가 과연 건강한 산업인지 되묻게 된다.
팬사인회와 짝을 이루는 또다른 콘텐츠는 바로 유료 소통 앱이다. 디어유에서 제공하는 메시지 서비스 ‘버블’은 아티스트 한 명당 월 4500원 안팎의 구독료를 내면 1:1 채팅방에서 ‘프라이빗 메시지’를 주고받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앱 화면에서는 ‘보고 싶어’, ‘밥 먹었어?’ 등 개인 대화창에 메시지가 올라오고 사용자는 자신이 정한 이름으로 불리며 답장을 보낸다. 아이돌 산업의 상당 부분이 연애에 가까운 감정 교류를 얼마나 정교하게 상품화하는지 보여준다.
그런데, 이번 사안에서 눈에 띄는 지점은 스스로를 ‘유사연애 안 하는 팬’이라고 밝힌 이들조차 분노를 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애 자체는 상관없지만 커리어에 악영향이 갈까 봐 걱정된다”는 이유에서다. 어떤 기조로 ‘덕질’을 하든 팬들의 공통된 목소리는 “투자한 만큼 아티스트에게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수년 동안 앨범과 유료 소통, 팬클럽, 굿즈 등에 비용과 시간을 쏟아온 팬들에게 아이돌은 단순한 연예인이 아니라 자신이 공을 들여 키운 장기 프로젝트에 가깝다. 그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라면 부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고 최소한 사건의 사실 관계만큼은 알고 싶어 하는 마음도 자연스럽다. 사람을 전면에 내세워 감정과 관계를 상품으로 파는 구조에서 팬들이 이런 감정을 갖는 것만을 이상하다고 잘라 말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논쟁은 여전히 ‘연애할 수도 있지 왜 그러냐’와 ‘팬 기만이다’ 수준의 감정싸움에 머물며, 근본적인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기 쉽다.
정국과 윈터의 열애설 자체는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수 있는 가십에 그칠지 모른다. 그러나 이 사건은 사람의 감정과 관계를 세밀하게 쪼개 팔며 소비를 부추겨온 케이팝 산업이 과연 건강한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남긴다. 연애한다는 이유만으로 쏟아지는 악성 게시물과 딥페이크, 살해 협박은 어떤 경우에도 옹호될 수 없고 단호하게 처벌돼야 한다. 다만 다음 열애설이 등장했을 때도 가수와 팬 모두가 겪은 상처를 ‘악플러를 고소하겠다’는 공지로 덮는 데 그친다면 같은 일이 반복될 뿐이다. 아이돌 소속사들이 그동안 팔아온 유사연애라는 감정과 그 위에 세워진 산업 구조를 함께 돌아봐야 비슷한 사건이 다시 발생해도 지금과는 조금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안에서 눈에 띄는 지점은 스스로를 ‘유사연애 안 하는 팬’이라고 밝힌 이들조차 분노를 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애 자체는 상관없지만 커리어에 악영향이 갈까 봐 걱정된다”는 이유에서다. 어떤 기조로 ‘덕질’을 하든 팬들의 공통된 목소리는 “투자한 만큼 아티스트에게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수년 동안 앨범과 유료 소통, 팬클럽, 굿즈 등에 비용과 시간을 쏟아온 팬들에게 아이돌은 단순한 연예인이 아니라 자신이 공을 들여 키운 장기 프로젝트에 가깝다. 그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라면 부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고 최소한 사건의 사실 관계만큼은 알고 싶어 하는 마음도 자연스럽다. 사람을 전면에 내세워 감정과 관계를 상품으로 파는 구조에서 팬들이 이런 감정을 갖는 것만을 이상하다고 잘라 말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논쟁은 여전히 ‘연애할 수도 있지 왜 그러냐’와 ‘팬 기만이다’ 수준의 감정싸움에 머물며, 근본적인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기 쉽다.
정국과 윈터의 열애설 자체는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수 있는 가십에 그칠지 모른다. 그러나 이 사건은 사람의 감정과 관계를 세밀하게 쪼개 팔며 소비를 부추겨온 케이팝 산업이 과연 건강한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남긴다. 연애한다는 이유만으로 쏟아지는 악성 게시물과 딥페이크, 살해 협박은 어떤 경우에도 옹호될 수 없고 단호하게 처벌돼야 한다. 다만 다음 열애설이 등장했을 때도 가수와 팬 모두가 겪은 상처를 ‘악플러를 고소하겠다’는 공지로 덮는 데 그친다면 같은 일이 반복될 뿐이다. 아이돌 소속사들이 그동안 팔아온 유사연애라는 감정과 그 위에 세워진 산업 구조를 함께 돌아봐야 비슷한 사건이 다시 발생해도 지금과는 조금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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