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BS, 국내 유일 데일리 다문화 프로 폐지…공영방송 포기?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박장범 사장 체제 KBS가 국내 유일 데일리 다문화 라디오 프로그램 〈공감 코리아, 우리는 한국인> 폐지를 결정했다. KBS 경영진은 프로그램 폐지 사유로 '제작비 절감'을 들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제작비는 1주당 100만 원대 수준으로 타 데일리 라디오 프로그램과 비교해 낮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KBS가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공영방송의 역할을 일방적으로 포기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KBS 경영진이 제작진과 협의이 없이 공익 프로그램 폐지를 일방 통보했다고 한다. 

 

17일 미디어스 취재 결과, KBS 3라디오 〈공감 코리아, 우리는 한국인>은 오는 27일 방송 이후 폐지된다. KBS 경영진은 지난달 말 제작진에 프로그램 폐지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감 코리아, 우리는 한국인>이 폐지되면 한민족방송 〈세월따라 노래따라> 재방송이 편성될 예정이다. 

KBS 3라디오는 장애인, 노인, 다문화 가정 등 사회적 약자·소수자들을 위한 공익적 프로그램을 전문 편성하는 채널이다. 월요일~토요일 오후 3시에 방송되는 〈공감 코리아, 우리는 한국인>은 다문화 가정·계층 관련 소식을 전하고 필요한 생활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프로그램 기획의도에 대해 "결혼, 노동, 귀화로 우리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이 된 다문화 가정 및 계층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다함께 형성해가는 우리 사회의 정체성을 공유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공감 코리아, 우리는 한국인>은 지난 2010년 4월 방송을 시작해 14년 명맥을 이어왔다. 해당 프로그램은 과거 한 차례 중단된 바 있다. 지난 2017년 2월 당시 고대영 사장(박근혜 대통령 임명) 체제 KBS는 〈공감 코리아, 우리는 한국인>의 전신 〈우리는 한국인입니다>를 폐지했다. 2018년 10월 양승동 사장(문재인 대통령 임명) 체제 KBS에서 〈공감 코리아, 우리는 한국인>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공감 코리아, 우리는 한국인>을 연출·제작하는 이은미 PD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프로그램 폐지를 통보받은 게 맞나'라는 질문에 "인력과 제작비 문제로 프로그램을 폐지한다고 일방 통보를 받았다"며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할 수 있는 공적 책무 중 하나인데 이런 부분에 대한 충분한 고려와 판단, 제작진과의 협의가 부족했던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PD는 "역사가 오래된 프로그램이다. 이주노동자 이슈가 불거진 지 오래인데, KBS는 가장 먼저 앞서서 이런 문제들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것"이라며 "현재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 비중이 5%가 넘어서는 다문화 국가로 분류된다. 다문화 관련 이슈와 문제들이 더 부각되는 추세인데 갑작스럽게 폐지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이 PD는 "현재 KBS의 인력·예산 문제가 큰 건 사실이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너무 쉬운 방법, 가장 손쉽게 폐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찍어내는 것 같아 너무나 안타깝다. 제작비가 정말 미미한 프로그램을 하나 없앤다고 예산 문제 대응이 되는지도 의문"이라며 "국내 유일의 다문화 프로그램을 굳이 폐지했어야 하는 것인가. KBS의 공적 책무 프로그램이 이렇게 없어지는 데 대한 문제의식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프로그램 진행자인 김태규 KBS 아나운서는 'KBS가 프로그램을 폐지할 때 원래 제작진과 협의 없이 통보를 하나'라는 질문에 "당연히 제작진과 협의를 하는 것으로 안다. 일반적인 케이스와는 다르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김 아나운서는 "KBS 3라디오는 다른 방송국에는 없는 채널이다. 장애인과 소외계층을 위한 성격이 자리매김한 3라디오는 영향력이 크거나 청취자가 많거나 하지 않지만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당연히 의무적으로 있어야 하는 채널로 전문 프로그램이 많다"며 "공영방송이 예산이 없어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이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은 공영방송 성격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아나운서는 "특히 다문화 전문 프로그램은 다른 채널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외국인이 출연하는 예능형 프로그램이 아니라, 주 6일 1시간씩 다문화 관련 소식과 종합정보를 다루는 프로그램은 지상파든 종편이든 케이블이든 없는 것으로 안다"며 "'다문화'라는 용어가 생겨나기 전부터 다문화 인권에 신경 써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폐지가 제작비 절감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정확한 폐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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