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미운 사랑'은 16부작 대단원의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정재·임지연에 '굿 파트너' 김가람 감독·'닥터 차정숙' 정여랑 작가의 시너지는 제대로 피어오르지 못했다. 우선 성과적인 측면이 그렇다. 닐슨 코리아 유료가구 기준으로 11월3일 5.5% 전국 시청률이 첫 방송 수치였는데 마지막회가 용틀임을 하지 않는 한 그 수치가 최고치일 가능성이 커졌다.
시청률은 1회 이후 완만한 내림세다. 11월18일 6회에서 3.1%를 찍었고, 약간 반등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5% 이하다. 캐스팅의 조합을 기대했을 때도 아쉬운 결과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12회 이후 본격적인 둘의 로맨스가 진전되고 마지막 갈등에 대한 조짐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시청률은 점점 가라앉는다는 점이다.
이 상황을 분석할만한 준거는 어느 정도 마련돼 있다. 일단 외재적 비평의 측면으로 봤을 때 두 주인공의 나이 차에 대한 비토가 많았다. 1972년생인 이정재와 1990년생 임지연의 '케미스트리'를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연예인 중에 20살이 훨씬 넘게 차이 나는 부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중들은 일단 물리적인 나이를 놓고 남자 주인공이 훨씬 많을 경우 공감보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다는 점은 증명됐다.
그리고 연예부 기자와 스타의 연애담에 대한 기시감이다. 스타의 연애담은 할리우드 영화 '노팅힐' 등의 서사가 떠오르는 데다, 비슷한 시기 'F형 연예부 기자'의 연애담인 JTBC '경도를 기다리며'도 막을 열었다. 무엇보다 이런 드라마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톱스타의 사생활에 대한 기대감이 필요한데, 12월은 박나래다 조세호다 이이경이다 갖은 스타들의 구설수가 연예면을 장식했다. 심리적 거리는 멀어진다.
내재적으로도 '얄미운 사랑'은 구조적 문제를 갖고 있다. 일단 가지고 있는 시놉시스에 비해 16회차는 지나치게 긴 회차였다. 이는 김가람 감독의 전작 '굿 파트너'와 정여랑 작가의 전작 '닥터 차정숙'도 그랬다. 최근 OTT 플랫폼의 발전으로 8~12회 정도의 분량이 한 시즌을 구성하는 드라마의 분위기와 달리 '얄미운 사랑'은 16회를 택했다.
하지만 '톱스타와 연예부 기자가 연애를 한다'는 서사를 가지고는 이 전체를 커버할 수 없었다. 그래서 주인공 임현준(이정재)의 엄마 성애숙(나영희)에 대한 트라우마, 두 사람의 연애를 방해할 법한 또 다른 톱스타 권세나(오연서) 등의 존재를 들고나왔지만, 활약은 미미했다.
드라마는 큰 틀로 두 사람의 '혐관(혐오관계)'기, 입덕부정기, 연애기 등의 기한을 정해놓고 관계변화에 신경을 쏟았다. 그러다 보니 연애담으로만 16회를 채우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어긋나는 상황이 길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지루함을 유발하는 것이었다. 이를 채울 보조서사로 위정신(임지연)이 정치부 당시 쫓았던 비리 사건의 해결도 묻어놨지만 2회만 남긴 상황에서 갈등이 드러나지 않는 걸로 봤을 때 분량조절의 '실수'가 엿보인다.
또한 주된 인물관계를 보조하는 이른바 '서브 주인공'들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도 큰 문제다. 드라마는 메인 커플인 임현준-위정신을 보조하는 이재형(김지훈)-윤화영(서지혜)의 서사가 있다. 두 커플의 역학관계는 초중반 이재형이 위정신을 조금 마음에 두다 위정신이 그 마음을 받지 않은 정도의 서사를 빼고는 크게 맞물려 돌아가지 않는다.
이재형과 윤화영은 연인 관계였고, 그 아들도 윤화영이 혼자 키우는 것 같아 결국 연민과 미련, 아이를 통한 재결합이 예상되는데 이 서사가 결정적으로 도드라지지 않는다. 일단 언론사 사장과 데스크의 연애라는 점이 비현실적이다는 평가를 벗어나 두 사람의 '화학작용'이 매력적이지 않다. 거의 임현준-위정신 커플의 남는 시간을 채우는 것 같은 물리적으로 소외된 커플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결국 드라마는 최근 이들 커플을 제쳐놓고, 주인공들의 동생라인 임선우(김현진)-위홍신(진호은)의 호흡 그리고 임현준의 소속사 대표 황지순(최귀화)과 드라마 감독 박병기(전성우)의 호흡에 집중한다. 두 번째 커플의 매력이 반감되며 보조서사가 난립하다 보니 결국 시청자들은 메인 서사는 '힘이 달리고', 보조 서사는 '뒤받치지 못하는' 로맨스를 보게 된다.
물론 드라마는 안하무인의 톱스타가 아닌 '쩨쩨하지만 정많고 인간적인' 톱스타의 캐릭터를 제시했고, 연예부 기자 역할에 있어서도 '악마성'을 제거한 다음 인간적인 고뇌가 있는 캐릭터를 설정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초반 엇갈리는 과정에서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 '양파'를 통해 서로 다른 자아를 인식한다는 서사를 넣어 신박한 전개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러한 순간 순간적인 재치로 모면하기엔 16부의 길이는 길었다. 결국 어느 정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얄미운 사랑'은 이미 펼쳐져 있었던 주연배우들의 '나이 이슈'에 구조적인 문제, 궂은 뉴스가 가득했던 연예계라는 외재적인 악재까지 포함돼 시청률 침체를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제작사나 배우들에게는 '천재지변'과 같은 재앙일지 모르나 피할 방법이 분명히 있었다는 점에서는 '인재(人災)'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이정재는 다시 장르물이나 사극으로 중후한 이미지를 살리면 '오징어 게임'의 명성을 회복할 수 있다. 그리고 임지연 역시 또 다른 역할을 통해 왕년의 '엣지'를 살리면 '역시 임지연'이라는 평가가 올 수 있다. 하지만 단, 같은 소속사라는 이유로 서로에게 베팅했던 이들의 결정은 미안하지만 오판이라는 결과로 수렴 중이다. '얄미운 사랑'은 '얄미운 시청률'에 땅을 쳤지만, 그 안에는 서사를 감당할 수 없었던 제작진의 판단미스도 섞여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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