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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호 김혜윤

◆ 여, 미상

묘향산 출신의 구미호. 

언제 태어났는지, 정확히 얼마나 살았는지, 그런 건 알지 못한다. 

태어날 땐 여우였고, 그때는 그런 것 따위 중요치가 않았으니까. 

한낱 미물이었던 그녀는 어느 순간 영물이 되었고, 

그로부터 수백 년의 세월을 인간이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도를 닦았다. 

하나였던 꼬리가 아홉 개가 될 때까지. 

이제 조금만 더 도를 닦고 덕을 쌓으면 정말로 인간이 될 참이었는데. 

일련의 사건을 겪은 뒤 은호는 생각을 고먹었다. 

내가 왜 아무런 능력도 없고, 늙고, 병들고, 

결국은 죽어버리고야 마는 시시한 인간 같은 게 되어야 한단 말인가. 

인간들은 구미호를 보고 요괴니 요물이니 하지만 

사실 어느 쪽이냐면 구미호는 신선에 더 가깝다. 일종의 하급 신이랄까. 

그러니까 구미호가 인간 되려고 애쓰는 건 오히려 되게 이상한 거다. 

제까짓 것들이 뭐라고. 건방지게. 

그리하여 은호는 인간이 되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천벌을 받지는 않을 정도의 적절한 삶의 균형을 이루며 살아왔다. 

다시 말해, 선행은 작은 것도 삼가고 악행은 큰 것만 삼가는 것. 

그렇게 덕 대신에 재물만 차곡차곡 쌓아오고 있던 어느 날. 

시열과 엮이며 그녀의 삶은 꼬여버리게 된다.

강시열 로몬

◆ 남, 28

템스FC 소속의 축구선수. 포지션은 최전방 공격수다. 

팀플레이에 적합하지 않은 성격과 

강등권 팀에서도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는 압도적인 실력을 

동시에 갖춘 문제적 선수. 

그런 실력이 하늘에서 거저 뚝 떨어졌을 리는 없고, 

독한 놈들이 모인 유럽 리그에서도 가장 지독한 놈이 바로 시열이다. 

시열의 모든 순간은 축구를 하는 시간과 

축구를 더 잘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야말로 자기 관리의 화신이자 훈련 중독자라고나 할까. 

팀 동료들이 훈련을 끝내고 자기들끼리 삼삼오오 몰려다닐 때 

시열은 반드시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 

훈련 후에 잘 쉬어주지 않으면 근손실이 오니까. 

친구가 없어서도, 아무도 불러주지 않아서도 아니다. 절대. 

주급을 50만 파운드씩 받는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 시열의 생활은 

그래서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 경기와 훈련 그리고 휴식을 반복할 뿐. 

그런 시열의 눈앞에, 그 여자가 주었던 명함이 모

습을 드러낸다. 자그마치 9년 만에. 

금호 이시우

◆ 여, 미상

과거 은호와 인연이 있는 구미호.

은호가 인간이 되지 않으려 결심한 것은, 

가족 같았던 구미호 금호가 인간이 된 뒤 불행하게 살다 죽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현우석 장동주

◆ 남, 28

한때는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의 축구 유망주였으나 

프로 데뷔 이후 3부와 4부 리그만 전전하다 

얼마 전 팀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다. 

굳이 말하자면 실패한 축구선수. 

운동선수치고 소싯적에 잘나가지 않았던 사람은 없다고 하지만 

우석은 정말이지 특별했었다. 

U-16 국가대표팀의 주장 완장을 차고 골을 터트린 다음부터는 

유럽의 명문구단들로부터 입단 테스트 제안이 쏟아졌다. 

우석이 사고를 당한 건 바로 그 무렵이었다. 

노력하면 극복하지 못할 게 없고 

좌절은 성장의 밑거름이라고만 생각하며 살았는데, 

뺑소니 사고로 무릎에 철심을 몇 개인가 박고 

가장 중요한 시기를 재활 치료로 통째로 날려 먹고 나니 

세상엔 극복하지 못할 시련도 있고 이유 없는 좌절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추락에는 바닥이 없다는 것도. 

그 순간부터 우석은 자꾸만 궁금해졌다. 

나처럼 사는 것 말고, 하루하루를 버티듯이 살아내는 것 말고, 

강시열처럼 사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 

장도철 김태우

◆ 남, 54

겉보기엔 그저 시시껄렁한 동네 날건달. 

하지만 실제 정체는 신내림을 받은 박수무당이다. 일명 장법사. 

왜 위험을 무릎 쓰고 구미호를 쫓는 것인지,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 모두 베일에 가려진 의뭉스러운 존재다. 

이윤 최승윤

◆ 남, 39

금수그룹의 4세. 

오만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소시오패스 성향. 

나쁜 짓은 골라 하는데 돈은 많아 나름 은호의 VIP 고객이라 할 수 있다. 

온갖 사고란 사고는 다 치고 다닌 바람에 아버지의 눈 밖에 났고, 

현재는 후계 구도에서 밀려난 상태. 

어떻게든 한 건 크게 터트려서 다시 후계자의 지위를 되찾고자 한다. 

현상철 이승준

◆ 남, 59

우석의 아버지. 인생을 불살라 아들에게 헌신한 극성 사커 대디였다. 

우석의 사고 이후 상철과 우석의 인생이 본인들의 계획과 기대를 벗어나 

제멋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상철은 우석의 유럽 생활 뒷바라지가 아니라 병간호를 해야 했고, 

우석은 긴 재활 끝에도 좀처럼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했다. 

그렇게 아들의 가장 열렬한 팬이었던 아버지와 

아버지의 가장 절친한 친구였던 아들은 

서로가 서로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 되었다. 

홍연수 홍수현

◆ 여, 43

시열의 에이전트.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불어가 가능한 5개 국어 능력자. 

그 누구보다 먼저 시열의 재능과 가능성을 발견하고, 시열의 에이전트를 자처했다. 

부모도 없고 보호자라곤 아픈 할머니뿐이던 시열의 누나이자 부모 노릇을 해가며 

지금의 시열을 있게 만든 1등 공신으로 평가받는다. 

축구 말고는 뭐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는 시열을 대신해 

모든 일을 다 꼼꼼하게 처리하고 빈틈없이 관리해 왔다. 

그러다 보니 시열의 취향이나 습관을 시열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다. 

박용길 인교진

◆ 남, 42

대흥시민구단의 감독. 

최신 축구 전술, 전략 이런 것엔 통 관심도 재능도 없고 

다만 열정과 근성을 중요시하는 옛날식 지도자. 

단점이 많은 지도자이자 인간이지만, 

또 잔정이 많고 나름대로 의리는 있어서 

뭐랄까 싫지만 밉지는 않은 특이한 매력의 소유자다. 

서범 유환

◆ 남, 28

대흥시민구단의 공격형 미드필더. 

노력과 근성보단 요령과 효율을 중요시하는 타입. 그러니까, 한마디로 뺀질이다. 

경기 중에 순간순간 번뜩이는 창의성과 천재성이 엿보이지만 

그게 꾸준하지 못하다는 게 한계. 

현재는 축구보다 투자와 재테크에 더 진심이다. 

배정배 지승준

◆ 남, 23

대흥시민구단의 윙백. 

왼쪽과 오른쪽 어디서나 뛸 수 있고,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공격과 수비 모두에 기여하는 나름 팀의 핵심 자원이다. 

다만 한 가지 문제라면 축구 지능이 낮다는 것. 

이 감독, 저 감독한테 욕도 많이 먹고 

어린 나이에 이 팀, 저 팀 많이도 떠돌아다녔지만 그게 뭐 대수냐 싶다. 

좋아하는 축구를 원 없이 실컷 할 수 있는 것만으로 정배는 만족, 대만족이다. 

황치수 김태정

◆ 남, 26

대흥시민구단의 센터백. 

말수 없고, 과묵하고, 우직한 전형적인 수비수 성격. 

발은 느려도 키 크고, 체격 좋고, 단단해서 제 몫은 확실하게 하는 든든한 자원이다. 

김경훈 김태희

◆ 남, 26

대흥시민구단의 백업 골키퍼. 

한 시즌에 한두 경기 뛸까 말까 한데, 그렇다고 없을 수는 없는, 

그런 애매한 자원이란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경기에 뛴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고, 

지금 자기가 축구선수인지 아니면 새벽 배송 뛰는 택배기사인지 

알 수 없는 처지이다 보니, 

자존감은 점점 더 떨어지고 가뜩이나 소심한 성격이 더 소심해졌다. 

파군 주진모

◆ 남, 미상

중년의 외모를 가진 정체불명의 사내. 

북두칠성의 신격인 칠성신의 일곱 번째, 파군성군이 그의 실체다. 

묘향산에서 도를 닦던 두 여우를 오래도록 지켜봐 왔다. 

그중의 하나는 꾸준히 선행을 쌓아 무탈하게 인간이 되었고 

인간의 삶을 살다 제 명을 다하였으나, 

다른 하나는 한사코 인간이 되기를 거부하며 

인간 세상의 질서를 교묘히 흐트러트리고 있다. 

그럼에도 파군은 그 아이의 방황과 탈선마저 그저 담담히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자그마치 수백 년의 세월을. 

김복순 차미경

◆ 여, 60대

시열의 할머니. 

건물 청소에 식당 찬모에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시열의 운동 뒷바라지를 해왔으나, 

허리를 다친 지금은 폐지나 간신히 주우러 다니며 

간신히 살아가는 형편이다. 

삶은 거친 바람처럼 복순을 끊임없이 상처 입히고 흔들었지만 

복순은 그 모든 풍파를 무디게, 미련하게, 그저 견뎌냈다. 

생채기 가득하고 속은 썩어 있지만 아직까지도 쓰러지지 않은 고목처럼. 

[익인1]

은호가 인간이 되지 않으려 결심한 것은,
가족 같았던 구미호 금호가 인간이 된 뒤 불행하게 살다 죽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익인2]

재미겠다

[익인3]

내용 더 풀렸구나 재밌을거 같아

[익인4]

오 뭐야? 재밌겠는데

[익인5]

등장인물 소개도 재미있어

[익인6]

좋다ㅠㅠ

[익인7]

완전 재밌을거 같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