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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 측의 긴급 기자회견이 있었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탬퍼링’ 진실과 다보링크 주식시장교란 사건 – K-POP 파괴자와 시장교란 방조자는 누구인가?’라는 긴 타이틀의 이벤트였다. 민희진 전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의 골자는 민희진 전 대표가 작년부터 다보링크 회장과 만났던 사실이 뉴진스를 어도어 레이블 밖으로 빼돌리기 위한 것이 아니었고, 민희진 전 대표는 오히려 다보링크의 주가를 상승시키기 위한 ‘작업’에 이용당한 피해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작업에 개입한 인물로 뉴진스 한 멤버의 친척이 지목됐다. 민희진 전 대표는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충격을 받아 실신해 회견에 참석할 수 없었다고 한다.
김선웅 법무법인 지암 변호사가 1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원종각빌딩에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뉴진스 탬퍼링' 의혹에 관한 공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선웅 법무법인 지암 변호사가 1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원종각빌딩에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뉴진스 탬퍼링' 의혹에 관한 공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 모든 주장의 진위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증거 능력을 판단하는 것은 언론 취재와 법원 판결의 영역이다. 다만, 민희진 전 대표의 기자회견은 이번이 세 번째다. 그가 하이브와의 분쟁에 처해 기자회견을 넘나들며 토해 온 열변에는 일관된 패턴이 있다. 개인이 세상을 파악하고 입장을 주장하는 총체적 태도로서 세계관이라 부를 만한 것이다. 그것은 이야기라는 테마로 이어진다.
민희진 전 대표는 이야기의 전통적 기능을 본능적으로 이해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하이브에 대해 열세인 판도를 단숨에 뒤엎었던 첫 번째 기자회견에서, 그는 민낯으로 등장해 알려지지 않은 비화를 통해 사건의 기승전결을 엮으며 풀어냈다. 이건 이야기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인 구술 서사를 직접 수행한 것이다. 그의 이야기에서 지배적으로 드러나는 건 선악 이분법과 음모론적 논법이다. 영문학자 조너선 갓셜은 사람을 구슬리는 힘을 지닌 이야기의 개념으로 ‘빚어낸 서사’를 제시한다. 빚어낸 서사는 주인공의 투쟁에 초점을 맞추고, 도덕적 갈등을 기반으로 삼고, 사실 관계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일에 의미를 부여한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야기들, 멀리는 전통적인 민담들 역시 이런 정형화된 구조로 짜여있다. 고난에 빠진 선한 인물이 등장하고 나쁜 인물이 그를 핍박한다. 심청이가 있으면 뺑덕어멈이 있고, ‘콩쥐’가 있으면 ‘팥쥐’가 있다. 민희진 전 대표가 갖은 채널을 통해 구술해 온 이야기의 근본 역시 이런 구도다. 자신과 뉴진스를 핍박받는 피해자로 규정한다. 그 핍박을 수행하는 주체로 악역을 소환하며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불리한 일이 그들의 소행이라고 설명한다. 마침내는 그 구도를 도덕적이고 사회적인 갈등으로 확장해 거악에 대항하는 투쟁으로 프레이밍하는 것이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걸그룹 뉴진스 [연합뉴스TV 제공]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걸그룹 뉴진스 [연합뉴스TV 제공]
민희진 전 대표의 세계관에서 하이브는 자신을 축출한 기업 집단을 넘어서 “K-POP 파괴자와 시장교란 방조자”이다. 처음엔 음반 밀어내기와 포뮬러 카피라는 테마로 하이브를 문화의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역량을 말살하는 타락한 기업으로 묘사했고, 방시혁의 주가조작 혐의가 터진 후에는 자본주의 시장을 교란하는 세력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그렇기에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은 하이브의 입장만 받아쓰는 꼭두각시 ‘인형’이 되고, 자신의 손을 들지 않는 판결은 기득권의 공모 작용이 된다.
민희진 전 대표는 이재명 정부 집권 전후부터 민주당 측과 공조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보를 취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민주당 측 스피커 역할을 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것은 하이브와의 도덕적 갈등의 전선을 정파적 전선으로 확대하여 여당 지지자들을 등에 업고 싶어 하는 의중으로 보인다. 이번 긴급 기자회견에서도 우파 언론의 상징인 조선일보 일가와 방시혁이 같은 문중이라고 흘리며 둘을 동일시하는 암시를 던지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의 흑마술’의 가장 큰 문제는 하이브라는 집단과의 투쟁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이브 소속 그룹 르세라핌과 아일릿 역시 분쟁에 휘말렸고 하이브의 편법에 수혜를 본 악역으로 제시됐다. 사람들이 이야기에 직관적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인격화된 분쟁의 표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방시혁이나 하이브란 기업 자체보다는 치열한 마케팅 전쟁에 처한 여자 아이돌 그룹을 멍석에 마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 이제는 그 표식이 다보링크와 연결된 뉴진스 멤버의 가족으로까지 확대된 상태다. ‘부모’의 마음으로 돌보고 키운 자신을 배신하고 ‘실신’에 이르도록 한 자식으로서 말이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2024년 5월 3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오전 열린 어도어 임시주주총회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2024년 5월 3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오전 열린 어도어 임시주주총회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민희진 전 대표의 논법은 극우 포퓰리스트들의 어법과 닮았다. 포퓰리즘 역시 선과 악의 세계관이요, 우리를 고통에 빠트린 자들을 향한 원한의 정치다. 선동가들은 이주민·이교도·동성애자 같은 타자를 세상을 좀먹는 원흉으로 지목하며 민중의 분노를 고취한다. 민희진 전 대표가 르세라핌을 뉴진스의 몫을 뺏어간 자격 없는 타자로 규정한 것처럼 말이다. 무엇보다 이 세계관이 편리하고 매력적인 것은 악역을 제시하면 그 맞은편에 서는 것만으로 곧장 선역이 된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가 사람들을 구슬리기만 한다면, 이보다 효율적으로 도덕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야기에 매혹되고 이야기를 사랑한다. 아무런 도덕적 실천도 없이 숱한 타인을 ‘나락’으로 보내고 징벌하며 도덕적 가치의 집행자를 자처한다.
민희진과 하이브에 관한 총체적인 사실은 아직 다 가려지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말하고 싶은 건, 민희진 전 대표와 무관하게 선악의 이야기가 이미 사회적으로 소비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선악 이분법은 세계의 복잡함을 제거하고 이해와 판단의 노력을 대신한다. 누군가를 악역으로 호출하는 순간, 더 이상 구조를 설명할 필요도, 책임의 범위를 고민할 필요도 없다. 민희진 전 대표가 한때나마 군중의 열광을 부른 이유는 그가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냈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오래도록 반복해서 소비해 온 가장 익숙한 이야기의 형식을 재현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의 매혹은 진실에 접근하는 힘이 아니라 진실을 간과하게 만드는 힘에서 나온다. 이것이 끝없이 구술되고 있는 ‘민희진 서사’로부터 우리가 돌아봐야 할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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