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현전 부제학(集賢殿副提學) 하위지(河緯地)·직제학(直提學) 이석형(李石亨) 등이 아뢰기를,
"전날 불당(佛堂)을 헐어버리도록 청하였으나 성상께서 하교(下敎)하기를, ‘이를 다시 말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무릇 신자(臣子)가 계달(啓達)하는 말이 옳으면 옳다고 하시고, 그르면 그르다고 하시는 것이 가(可)하겠는데, 한갓 ‘다시 말하지 말라.’고 하시니, 신 등은 언로(言路)046) 가 이로부터 막힐까 두려워합니다."
하였으나, 임금이 전지(傳旨)하기를,
"들어줄 수가 없다."
하였다. 하위지 등이 다시 아뢰기를,
"신 등이 다시 불당을 헐어버리도록 청하는 것이 아니라, 성상께서 ‘다시 말하지 말라.’고 하셨기 때문에, 신 등은 언로(言路)가 막힐까 두려워하여서 이러한 청을 하는 것입니다. 지금 ‘들어줄 수가 없다.’고 하시니, 무슨 일로 들어줄 수가 없다고 하시는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전지하기를,
"내가 이른바 ‘다시 말하지 말라.’고 한 것은 불당이지 다른 것이 아니다."
하였다. 하위지가 말하기를,
"비록 불당의 일이라 할지라도 ‘다시 말하지 말라.’고 하시니, 또한 심히 불가(不可)합니다. 불당의 일을 금일에는 ‘다시 말하지 말라.’고 하신다면, 후일에 다른 일을 말하는 자가 있을 때에도 또한 반드시 ‘다시 말하지 말라.’고 하실 것인데, 어찌 가(可)하겠습니까? 청컨대 전하께서는 다시 이러한 말씀을 하지 마소서."
하니, 임금이 전지하기를,
"들어줄 만한 일이면 내가 마땅히 들어줄 것이다."
하였다. 하위지가 말하기를,
"지금 성상의 하교(下敎)를 들으니, 신 등이 심히 기쁩니다. 불당의 일을 가장 먼저 들어주어야 할 일이니, 청컨대 모름지기 윤허(允許)하여 따르소서."
하였으나, 임금이 전지하기를,
"들어줄 수가 없다."
하였다.
호락호락한 군주 아니었음ㅋㅋ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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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집이 흙수저집 느낌인듯.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