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기를 마친 21일, 린샤오쥔은 믹스트존에서 비로소 입을 열었다.
“8년이란 시간이 길고도 짧게 느껴졌다. 남자로 태어나 주저앉기 싫어 귀도 닫고 눈도 감았다. 쇼트트랙이 내 인생 전부기 때문이다.”
황대헌(27)의 이름을 꺼내자 “다 지난 일이다. 그땐 어렸다. 인생사 새옹지마더라”라고 했다. 사건 이후 처음 국제대회에서 재회했을 때 먼저 손을 내밀고 인사를 건넨 것도 린샤오쥔이었다.
린샤오쥔은 귀화 이유를 밝힌 적이 없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다. 2019년 6월 진천선수촌에서 벌어진 동료 황대헌과의 사건이 시작이었다.
당시 CCTV 영상을 직접 본 관계자는 이렇게 전했다. “훈련 중 황대헌이 암벽 기구를 오르던 여자 선수의 엉덩이를 먼저 주먹으로 쳤다. 이어 암벽에 오르는 황대헌의 반바지를 임효준이 잡아당겼다. 엉덩이 골만 잠시 드러났다.”
젊은 선수들이 장난을 주고받는 선수촌의 흔한 풍경이었을 것이다.
황대헌은 동성 간 성추행으로 신고했다. 임효준이 사과를 위해 황대헌의 집까지 찾아갔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았고 황대헌 측은 경찰을 불렀다.
목격자였던 여자 국가대표 노도희가 “장난스러운 분위기였다”고 했고, 탄원서를 써준 선수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표 선발 경쟁이 극도로 치열한 쇼트트랙에서 뛰어난 선수의 추락은 다른 선수에겐 호재였을지도 모른다. 적극적으로 나선 이가 많지 않았다.
당시 진천선수촌장 신치용은 후에 이렇게 털어놨다. “경고 정도로 끝나야 했다. 그렇게까지 갈 일이 아니었는데, 주변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 사람들이 있었다. 임효준이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성백유 전 평창올림픽 대변인은 더 직설적이었다. “당시 책임지는 어른이 없었다. 대한체육회장, 지도자들, 원로들은 비겁했다.”
빙상연맹은 1년 정지 징계를 확정했다. 사실상 2년 공백이었다. 효력 정지 가처분으로 징계는 일단 무효화됐지만 제대로 훈련조차 할 수 없는 처지였다.
2020년 5월 1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돼 ‘성추행범’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그해 9월 항소심에서 대법원은 “장난스러운 분위기였고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목적이 아니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최종 판결문에는 “황대헌도 동료 여자선수가 장난으로 받아들일 것을 감지하고 엉덩이를 때리는 행위를 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임효준은 이미 선발전을 통과해 대한민국 국가대표 자격을 가지고도 올림픽에 나가지 못했다. 아이들 장난이 어른들의 눈치보기와 파벌 싸움으로 증폭돼 사실상 유배를 떠나게 된 것이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504685?sid=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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