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뉴진스를 둘러싼 갈등이 결국 팬덤의 '보이콧' 움직임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소속사인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 다니엘을 상대로 계약 해지와 함께 430억 원대 규모의 위약벌 및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여기에 다른 멤버들조차도 향후 활동 방향이나 복귀 여부 등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국내외 팬들이 현 어도어 경영진 체제에서 시작되는 뉴진스 관련 콘텐츠를 전면 불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팬덤의 불매 움직임 자체는 K-팝 산업에서 처음 등장한 사례가 아니다. 그동안 여러 아이돌 팬덤이 소속사의 운영 방식이나 아티스트 처우 문제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음반 구매나 굿즈 소비를 중단하는 집단 행동을 벌인 일이 적지 않다. 다만 이번 뉴진스 사안은 글로벌 팬덤이 조직적으로 콘텐츠 소비 전반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는 점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뉴진스 해외 팬덤은 3월 10일 '버니즈 보이콧 베이스(BUNNIES BOYCOTT BASE)' 명의의 성명을 통해 "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의 지지자로서 지속적인 부당한 대우와 투명성 부재, 그리고 멤버들의 존엄성과 자율성을 훼손하는 기업의 행위에 대응해 조직적인 불매운동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어도어로의 복귀는 엄격한 비방 금지 조항 및 기밀 유지 조항을 포함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멤버들이 더 이상 자신의 진실을 자유롭게 말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라며 "따라서 우리는 '사과 영상'을 포함한 향후 소통이나 기쁨을 표현하는 대본화된 내용이 멤버들의 진정한 감정을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한다. 멤버들이 어도어에 복귀하기 이전에 공유한 진실과 모순되는 어떠한 서사도 받아들이길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또한 다니엘과 가족을 상대로 한 소송에 대해 절대적인 실망감을 표명한다. 이 법적 조치는 법정에서의 주장과 달리 회사가 멤버들을 진정으로 보호하거나 돌볼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증거"라며 "이에 따라 우리는 현 어도어 경영진 하에서 뉴진스와 관련된 모든 새로운 콘텐츠, 음악, 미디어 및 활동에 대한 통합된 글로벌 불매운동을 진행한다. 뉴진스 브랜드 명칭이 포함된 어떠한 것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멤버들이 자신들의 존엄성과 자유를 위해 법정에서 싸워온 모든 것을 배신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내 팬덤 역시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FreeNewJeans(뉴진스에게 자유를), #NoDanielleNoNewJeans(다니엘 없이는 뉴진스도 없다)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뉴진스 완전체가 아닌 상태에서 제작되는 콘텐츠는 소비하지 않겠다"는 게시물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2025년 12월 29일 이후 제작되는 하이브 및 어도어 관련 뉴진스 콘텐츠를 보이콧할 것"이라며 불매 범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의 배경에는 뉴진스의 향후 활동 방향이 약 3개월째 불투명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이 있다. 2025년 11월 12일 멤버 전원이 복귀 의사를 밝힌 이후 같은 해 12월 29일 어도어가 다니엘에 대해서만 계약 해지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후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당초 다니엘을 제외한 민지, 하니, 해린, 혜인 4인 체제 활동 가능성이 거론돼 왔으나 민지의 복귀 여부에 대해 어도어 측이 공식적으로 확정하지 않아 추가 변동 가능성도 제기됐다. 여기에 다니엘 퇴출 결정 과정 역시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팬덤 내부에서는 "멤버들이 완전체 뉴진스를 지키겠다는 뜻을 밝혀온 상황에서 한 명을 제외한 체제로 콘텐츠를 내놓고 이를 그대로 소비하는 것은 멤버들의 입장을 외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현 오케이 레코즈 대표) 역시 지난 2월 기자회견에서 뉴진스 완전체 복귀 등을 전제로 한 제안을 하이브 측에 내놓은 바 있다. 민 전 대표는 자신이 승소한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으로 받을 약 256억 원을 포기하겠다며 자신과 관련된 민·형사 소송 취하와 함께 뉴진스 멤버 전원을 다시 무대로 되돌려 놔 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하이브 측은 '항소'로 대응해 사실상 민 전 대표의 요구를 거부했고, 어도어의 다니엘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역시 오는 3월 26일 변론준비기일이 잡히는 등 여전히 유지 중이다. 최근 서울 용산 하이브 사옥 앞에서 트럭 시위를 진행했던 뉴진스 팬덤 내에서는 이처럼 소속사의 불통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이런 상황에서는 소비 거부가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라는 목소리가 확산되며 보이콧 선언으로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보이콧 선언에는 음반 구매, 음원 스트리밍, 굿즈 소비, 팬 플랫폼 구독, 콘서트 참여 등 팬덤 소비 구조 전반을 중단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K-팝 산업에서 팬덤 소비가 음반 판매를 넘어서 다양한 영역의 수익과 직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실행 여부와 그 규모에 따라 파급력이 적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팬덤의 이 같은 움직임이 어도어의 사업 구조에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어도어 소속 아티스트는 뉴진스가 유일하며, 어도어는 최근 11개 도시를 대상으로 '2026 어도어 보이즈 글로벌 오디션'을 개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디션을 통해 멤버를 선발하더라도 실제 그룹 데뷔와 활동, 그리고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수준의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 사이 어도어는 뉴진스 활동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특히 현재 어도어 소속 아티스트가 뉴진스 한 팀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 역시 뉴진스 활동 여부에 크게 좌우되는 구조다. 이런 상황 속 국내외 팬덤의 조직적인 소비 보이콧이 현실화될 경우 음반, 굿즈, 팬 플랫폼 등 주요 수익원 전반에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한 엔터업계 관계자는 "최근 K-팝 산업은 대중성보다는 팬덤 중심의 소비에 크게 기대고 있어 팬 기반 소비가 수익의 핵심을 이루는 만큼 팬덤이 조직적으로 소비를 중단할 경우 콘텐츠 제작이나 레이블 운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수익을 비교적 빠르게 창출할 수 있는 팬미팅이나 콘서트 같은 대면 이벤트는 전적으로 팬덤 참여에 의존하는 구조라 보이콧이 현실화 될 경우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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