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우려에 정식 이름은 말 못하고 ‘방단’, ‘BT’ 등 은어로 소통…USB나 TV로 몰래 노래·영상 접해
북한에도 방탄소년단(BTS)을 ‘추앙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의 한류 단속이 날로 강화되는 상황에 청년들은 ‘BTS’라는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못하지만, 서로 간에 통하는 은어를 사용해 팬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31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국경 지역은 물론 수도 평양의 청년들 사이에서 BTS를 모르면 촌뜨기로 취급받거나 또래들과의 대화에 끼지 못할 만큼 BTS가 북한 청년층의 일상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북한에도 BTS를 좋아하는 팬들이 존재하며 실제 ‘팬’(Fan)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고 쓰는 경우도 있지만, BTS의 공식 팬덤을 ‘아미’(ARMY)라고 부른다는 사실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노래를 직접 들어보고 좋아하게 된 청년들도 있고, 다른 또래에게 전해 들으면서 관심을 갖게 된 청년들도 있다”며 “외모나 춤 같은 것을 두고 몰래 이야기하는 청년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요즘 청년들은 단속이 강화됐다고 한국 가수 이야기를 아예 안 하는 게 아니라 단속에 걸리지 않게 자기들끼리만 알아듣는 식으로 말을 바꿔 쓴다”며 “방탄소년단도 이름을 그대로 말하지 않고 ‘방단’이나 ‘BT’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단속에 걸릴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방탄소년단 또는 BTS라는 정식 이름을 대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그 대신 “방단 노래 너무 좋다”, “BT를 실제로 보고 싶다”라는 등 은어를 사용해 서로 소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북한 당국이 2020년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한국을 비롯한 적대국의 출판물·음악·영상물 소비와 유포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를 어길 시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 제정 이후 당국은 한국식 말투와 표현까지 단속하는 등 청년층을 겨냥한 ‘한류 단속’을 대폭 강화해 왔다. 하지만 한류에 대한 북한 청년들의 관심과 소비 욕구는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북한 청년 대부분은 외부 정보나 콘텐츠가 담긴 USB, SD카드 등을 통해 BTS의 음악과 사진, 동영상 등을 접하고 있으며, 또 한국 채널이 수신되는 일부 접경 지역에서는 TV를 통해 BTS를 접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는 소식통을 통해 여러 명의 북한 청년들에게 BTS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는데, “노래도 좋고 춤도 매력적인 데다 머리나 옷 같은 외모 단장이 여기(북한)에서는 하기 어려운 세련되고 멋진 모습이라 좋다”는 답이 돌아왔다.
청년들은 “초급중학교(우리의 중학교) 학생만 돼도 BT의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것은 물론 외모도 그들처럼 가꾸고 싶어한다”며 “남학생들은 BT처럼 꾸미고 싶어하고 여학생들은 BT 같은 남자와 연애를 해보는 게 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는 ‘아임빠인’(I’m fine), ‘고우고우’(고민보다 Go), ‘댕거’(Danger), ‘봄날’ 등을 꼽았고, BTS 멤버 중 누구를 가장 좋아하냐는 질문에는 ‘조장 김남준(RM)’, ‘지민’, ‘정국’ 등 여러 명이 언급됐다.
외래어 사용을 지양하는 북한에서 ‘리더’라는 말 대신 ‘조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점, 활동명이 아닌 본명까지 알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또 청년들에게 자유롭게 노래를 듣고 가수를 좋아할 수 있는 사회라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묻자 “공연을 보러 가고 싶다”, “마음껏 녹음을 틀어 놓고 노래와 춤을 따라 하고 싶다”, “그들처럼 차려입고 신나게 놀아 봤으면 좋겠다”, “직접 만나 사진을 찍고 싶다” 등의 답변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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