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도 선거 전에는 정원오같은 유능한 구청장이 그대로 서울 시장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트위터 여론도 그랬었는데, 오늘 점심 때 회사사람들이 선거 얘기하는 걸 들으니, 이번 서울시장 선거 전략이 매우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겠음. 일단 정치 무관심층들은 정원오가 일 잘한다는 사실은 커녕 정원오가 누군지도 모르다가 선거 공보 받고 그제서야 성동구청장이었던 걸 알게 된 사람들도 많았었고, 또 후보자 토론회에서 오세훈에게 말빨로 밀리는 모습을 보여서 찍고싶지 않았다는 사람도 있었음. 한마디로, "일 잘하는 구청장"과 "시장감으로 준비된 후보"는 별개의 기준으로 봐야 하는거고, 민주당이 정원오를 후보로 내세웠었으면 저런 핸디캡들에대해 철저히 대비를 했었어야하고 그만큼 더 "유능한 시장감" "준비된 후보 정원오"라는 메시지를 더 물량공세로 밀어붙이고 세뇌수준으로 서울시민들, 특히 접전지나 개표 중 뒤집어진 지역 중심으로 강하게 어필했었어야 했음.
그게 아니면 차라리 추미애를 경기도가 아니라 서울로 보냈었으면, 추미애는 이미 대중들에게 인지도도 있고, 6선의원에 당대표~장관급 커리가 있어서 저관심층들에게는 "오세훈과 급이 맞다"라는 인식을 주어, 저런 대대적 캠페인 없이도 당선할 확률이 높았었을 듯. 그런데, 이번에 민주당의 대응은
정원오를 행안부 장관 등으로 기용해 더 커리어 쌓고 좀더 체급을 키워 출마시키거나, 아니면 모자란 인지도와 체급을 메꿀만큼 정원오의 유능함을 부각할 강력한 캠페인을 펼치거나, 아니면 애초에 좀더 체급이 큰 대선주자급 정치인을 서울에 공천하거나
이 셋 중 하나가 되었어야 햇는데
그렇지 못했었음. 오히려 정원오에 대한 악의적 가짜뉴스도 조기 진압 못 하는 모습도 보였었고.
지나고 나서 하는 탄식이지만, 우리는 시군구급 시장으로서 유능하던 이재명이 도지사급으로서도 유능했었고, 대통령으로서도 유능했기때문에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사실은 그 이재명이 이레귤러였던 거였고, 그런 이재명도 시장에서 도지사로 도약하기 전에는 대선 예비 후보로 출마하는 등 자기 인지도와 체급을 올리기위한 나름의 준비작업을 했었기때문에 경기도지사에서도 무난히 자기를 어필할 수 있었던 것임을 잊고 있었음.
정원오 정말 좋은 정치인이고, 그가 서울이든 어디든 광역시장/도지사급 행정가로서도 잘 해낼 것이라는 나의, 민주당 지지자들의, 개인적인 믿음과는 별개로, 서울의 시장 후보로서 그가 가질 수 있는 약점이나 한계를 미처 살피지 못 했고, 그에대한 대비를 못 했었고, 그것이 오늘의 결과를 만들었다는 깨달음을 얻음. 아울러 민주당 지도부는 "시민들이 설마 또 내란정당을 찍겠어?" 라는 안일한 낙관에서 벗어나서, 향후 항상 선거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치밀한 선거즌략을 수립하고 대응해야 하겠음. 인간은 망각의 동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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