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 참사에 분노하여 잠실 올림픽공원에 모인 청년들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예상을 빗나갔다. 이들은 정치적 구호를 배제하고 '참정권과 민주주의가 짓밟힌 현실'에 대한 목소리만을 힘차게 냈다.
정치권은 이 집회를 함부로 이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정치 유튜버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윤어게인' 같은 구호도 이 장소와는 맞지 않다. 제발 청년들의 순수한 분노를 오염시키지 말아달라.
일각에서는 이들을 향해 쉽게 "음모론자"라는 딱지를 붙였다. 일부 방송에서는 이들을 특정 정치세력과 연결 지으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확인된 모습은 그런 단순한 프레임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현장을 가득 메운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20·30대 청년들이었다. 누군가 조직적으로 동원한 흔적도, 특정 정당 깃발도 보이지 않았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모였고, 자발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누구의 지시도 없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분노와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그들이 분노한 이유는 단순하다.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참정권이 훼손됐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투표는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국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확인하는 가장 기본적인 절차다. 그런데 투표용지가 부족해 일부 유권자가 불편을 겪고, 일부는 정상적인 투표권 행사에 차질을 빚었다는 사실 자체가 청년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중요하다.
지금 잠실 올림픽공원에 나온 청년들은 특정 정치인을 위해 나온 것이 아니다. 특정 정당을 위해 나온 것도 아니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 흔들렸다는 문제의식 때문에 나온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집회에 자신들의 구호를 끼워 넣으려 하거나, 특정 정치적 의제를 덧씌우려는 순간 본질은 흐려진다.
지금 이 자리의 핵심은 그 어떤 정치적 메시지도 아니고 특정 정당의 승리도 아니다. 민주주의와 참정권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왜 발생했는지, 국민의 참정권은 제대로 보장됐는지, 선거 관리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 외의 정치적 구호들은 오히려 시민들의 순수한 문제 제기를 왜곡시키고 외부에서 공격할 빌미만 제공할 뿐이다.
물론, 정치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적 연설을 하기 위해 오지 말았으면 한다. 깃발을 들고 사진을 찍기 위해 오지 말았으면 한다.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오지 말았으면 한다.
정말 오고 싶다면 시민들 뒤에 조용히 서 있어야 한다. 혹시라도 과잉 진압이나 불필요한 충돌이 발생할 경우 시민들을 보호하는 역할 정도면 충분하다.
주인공은 정치인이 아니다. 주인공은 광장에 나온 시민들이다.
지금 잠실 올림픽공원에서 벌어지는 움직임은 특정 정치세력의 집회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 흔들렸다고 느낀 청년들의 자발적인 문제 제기다.
그 순수함만큼은 정치권과 정치 유튜버들이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숟가락을 얹으려 하지 말고, 앞에 나서려 하지 말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민주주의 복원이다. 그리고 그 민주주의의 주인은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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