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5명 방에 9~11명 수용
사회 복귀 도우려 제과제빵·미용 기술 가르쳐주지만
“영치금 많다”며 노역하러 안 가기도
지난 17일 오전 9시, 충북 청주시의 청주여자교도소. ‘철컥’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수갑이 채워진 채 교도소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새하얀 건물과 모래 운동장이 보였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겠지’라는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11명이 옹기종기 쭈그리고 앉아 있던 고시원 방 2개 정도 크기의 공간은 낮 최고기온 34.1도까지 오른 폭염 속에 달아올랐다. 흐르는 땀을 닦다 보니 바로 옆에서 몸이 닿는 동료 ‘재소자’가 곱게 보이지 않았다.
◇긴 머리카락 사이도 꼼꼼히 확인… 심리 검사도
입소 절차는 까다로웠다. 교도소 철문을 지나 입구에 들어선 뒤 대기실로 향했다. 교도소에 처음 들어온 수감자들이 거치는 공간이다. 원래 살던 곳과 직업, 가정환경 등의 질문에 답한 뒤 신체검사를 했다.
재소자들도 단정하기만 하면 머리카락을 기를 수 있다. 교도관들은 신체검사 때 수감자들의 긴 머리카락 사이사이까지 꼼꼼히 확인한다고 했다. 머리카락 속에 날카로운 물건을 숨길 수 있어서다. 목걸이 등을 하고 있다면 압수되고, 머리카락을 고정하는 집게핀도 사용할 수 없다.
신체검사가 끝나고 수형복을 입었다. 청주여자교도소는 국내에 유일한 여성 전담 교정시설로, 형이 확정된 기결수와 재판이 진행 중인 미결수가 모두 수용돼 있다. 수형복은 미결수는 연한 녹색, 기결수는 하늘색이다.
여름철에 입는 하복은 얇은 하늘색 생활복 위에 반팔 옅은 녹색 상의를 덧입고 긴 바지를 입는 형태였다. 왼쪽 가슴에는 교도소 내에서 이름 대신 불릴 수형번호 ‘6001′번이 적힌 번호표가 달렸다.
교도소 측은 새 수형자 심리 상태도 검사했다. 정신질환이 있는 수형자는 수용동에 배치하기 전 따로 분류해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체 교정시설 내에서 정신 질환이 있는 수용자는 2016년 3296명에서 지난해 6345명으로 92% 늘었다.
◇5평 방에 11명 빽빽… 폭염에 ‘선풍기 쟁탈전’
‘6001’번 수형자는 철문 두 개를 지나 수용동 4층으로 올라갔다. 복도에 있는 창(窓)은 성인 여성 키보다 높은 곳에 나 있었다. 보이는 것은 새파란 하늘뿐이었다.
배정받은 혼거실(混居室) 크기는 16.62㎡(약 5평). 정원은 5명이지만 실제로는 9~11명이 생활하고 있다. 재소자에 비해 수감 시설이 부족해서다. 수형자들은 운동이나 노역, 면회 시간을 제외하면 이 방에서 먹고 자야 한다.
지난 17일 청주여자교도소 혼거실 체험 모습./법무부 제공
이곳에 수형복을 입은 기자 10명과 교도관 1명이 둘러앉자 발을 뻗을 수 없었다. 다 함께 바닥에 누워 보니 몸을 뒤척이기 힘들었고, 몇몇은 옆으로 누워야 했다. 옆 사람을 밀어내다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교도관들은 날이 무더워질수록 수형자들 사이에 자리를 놓고 싸움이 늘어난다고 했다. 이른바 ‘선풍기 쟁탈전’이다. 벽에 설치된 선풍기는 과열을 막으려 50분 가동 후 자동으로 10분간 꺼진다고 한다. 숨이 턱턱 막힐 때는 뜨거운 바람이라도 있는 게 나으니 신경질적이 될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
법무부는 온열질환 발생을 막으려 교정 시설 내 에어컨 설치를 추진 중이다. 수용거실 내부가 아닌 복도에 설치되며, 교정 공무원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지만, 교정 현장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냉방 설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7일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본지 기자가 설거지를 하고 있다./법무부 제공
식사도 방 안에서 했다. 통에 담긴 음식이 들어오면 수형자가 원하는 만큼 식판에 배식하는 방식이었다. 일부 수형자는 다이어트를 한다며 밥을 굶거나 영치금으로 산 간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수형자들은 하루에 한 번 목욕을 한다. 씻는 시간은 통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수형자가 다소 오랫동안 샤워를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제한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땀 흘리는 고생 싫다“… 의무인 노역, 수형자 절반이 거부
법원에서 금고형을 선고받으면 교도소에 수감은 되지만 강제 노동(노역)은 하지 않는다. 징역형을 선고받으면 신체의 자유가 뺏기는 것은 물론 노역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노역을 하러 작업장에 가는 것을 출역(出役)이라고 했다.
점심 식사 후 수용거실에서 나와 직업훈련소로 향했다. 이곳에선 노역하는 수형자들을 위해 꽃 장식, 제과·제빵, 미용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대부분 1년 과정으로 운영되며, 교정 당국은 수형자가 자격증을 2개 이상 취득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출소한 후 사회에 안정적으로 복귀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많은 수형자들이 출역을 거부한다고 한다. 한 교도소 관계자는 “체감상 징역형 수형자 중 절반 이상이 출역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일을 하면 일당이 나오지만, 가족이 영치금을 충분히 보내준다면 굳이 땀 흘려 일하기 싫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작업을 거부하는 이들에게 출역을 강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실제 수용거실 내부 선반에선 수형자들이 영치금으로 산 물품들이 보였다. 시중에서 흔히 판매되는 비타민 등 영양제, 잇몸약, 스킨과 로션 등이 있었다.
여성 전용 교도소라는 특징이 있기도 했다. 나이에 따라 서로를 ‘언니’, ‘애기야’라고 부르고, 친밀한 수형자끼리는 ‘자기야’ 같은 애칭을 사용한다고 했다. 교도소 측은 수감 중 맺은 인연이 출소 후 다른 범죄로 이어질까 봐 이런 호칭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https://v.daum.net/v/20260621120208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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