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을 잔혹하게 살해한 장윤기(23)가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했다.
광주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이정호)는 22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살인미수, 살인예비,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장윤기의 첫 재판을 열었다.
장윤기는 어린이날인 지난달 5일 오전 0시 11분경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한 인도에서 귀가하던 고등학생 이채원 양(16)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비명을 듣고 달려온 고등학생(17·남)을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이날 재판에서 장윤기 측 법률대리인은 이양 살해, 남고생 살인미수 등에 대해선 인정했다. 수사과정에 부인해왔던 계획 범행에 대해서도 입장을 바꿔 인정했다. 다만 ‘강간 목적’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재판에서 의견을 밝히겠다고 했다.
● “교도소 안에서 자격증 도전하겠다”
이날 검찰은 시간 순으로 장윤기의 구체적 범행 과정을 공개했다. 장윤기는 지난달 3일 식당에서 함께 일했던 외국인 종업원 A 씨(20대 여)의 자택에 침입해 13시간 동안 감금하면서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실이 A 씨 지인에게 알려지자 장윤기는 격분해 살인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장윤기는 16차례나 A 씨의 주거지 인근을 배회하며 행방을 찾았으나 실패했다.
A 씨를 찾지 못한 장윤기는 4일 오후 11시 58분경 우연히 혼자 귀가하는 이채원 양을 목격, 차로 미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적이 드문 장소에 대기하다가 이 양의 목을 조르며 승용차로 끌고 가려 했다. 이 양이 ‘살려달라’고 소리 지르자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했다. 비명을 듣고 이 양을 도우려고 달려온 고등학생도 흉기로 4차례 찔렀다.
범행 후 현장을 벗어난 장윤기는 무인 세탁소에서 옷을 세탁하고 미용실에 들러 이발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장윤기는 사건 발생 약 11시간 만인 5일 오전 주거지 인근에서 체포됐다.
법정에서 장윤기는 검찰이 준비한 범행 입증계획 PPT를 가끔 살펴볼 뿐 표정 변화 없이 자기 책상을 응시했다.
피해자 측 변호사들은 “피고인은 교도소 안에서도 ‘수용생활 중 기회가 되면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겠다’고 했다”며 “피해자의 시간은 16세에 영원히 멈춰 있는데도 피고인은 자신의 길을 생각한다”고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3일 오전 10시에 재판을 속행한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728519?sid=102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