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된 카테고리 드라마/영화/배우
보지 말아야 할 것을 훔쳐볼 때의 쾌락, 그리고 그것이 '문학적 천재성'이라는 면죄부를 덮어썼을 때 인간은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가.'맨 끝줄 소년'의 스토리가 지닌 힘은 지독할 정도로 직관적이며 매혹적이다. 작품은 기본적으로 '남의 삶을 엿보는' 관음적인 요소를 서사의 동력으로 삼는다.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그러나 차마 밖으로 드러내지 못했던 은밀한 훔쳐보기의 욕구를 이야기를 통해 서서히 일깨운다. 이강이 써 내려가는 소설 속 타인의 비밀을 허문오와 함께 읽어 내려가는 동안, 시청자 역시 어느새 그 관음의 공범이 된다. 작품은 직시하고 싶지 않았던 나 자신의 어두운 욕망을 억지로 꺼내 보게 만들며 고도의 심리적 서스펜스를 유발한다. 스크리너를 통해 공개된 초반 2회 분량만으로도 화면을 향해 "그만 훔쳐봐!", "왜 나쁜 짓을 하게 유도하는 거야"라고 외치게 만들 만큼 다음 회차에 대한 궁금증과 몰입감이 압도적이다.
대한민국 국보급 배우 최민식의 연기는 왜 그가 대가인지를 단 몇 초 만에 증명한다. 카메라가 그의 얼굴을 클로즈업할 때, 그 짧은 찰나의 순간마다 양심의 가책과 부끄러움, 금기를 깨부쉈을 때 찾아오는 은밀한 쾌락, 그리고 죄책감을 뚫고 뾰족하게 솟아오르는 '욕망의 승리'가 세포 단위로 표현된다. 찰나에 교차하는 복합적인 감정의 소용돌이를 스크린에 그대로 고착시키는 그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이게 바로 연기지"라는 감탄이 터져 나온다. 한국을 대표하는 이 거장의 독보적인 연기 스펙트럼을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선보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찬 뿌듯함을 안긴다.
이에 맞서는 라이징 스타 최현욱의 성장 역시 무섭다. 전작 '약한영웅' 등을 통해 탄탄히 쌓아 올린 좋은 이미지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그 위에 한 층 더 견고하고 깊은 연기 벽을 세웠다. 최현욱은 속을 쉽게 알 수 없고 의뭉스러우며 지독하려치면 영악하지만, 겉보기에는 한없이 순수하고 아무런 악의가 없어 보이는 '악마 같은 아이' 이강을 소름 돋게 소화해 냈다. 의도를 드러내기보다 여백을 남기려 했다는 그의 말처럼, 말로 설명되지 않는 눈빛과 표정은 노련한 최민식의 아우라 앞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팽팽한 균형추를 이룬다.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