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쿠야?
손에 들고있던 핸드폰은 이미 놓쳐버린지 오래였다. 평소라면 혹여나 액정에 기스라도 났을까 깨지진 않았을까 금이야 옥이야 어린 아이 다루듯이 곧바로 집어올렸겠지만 지금은 핸드폰 따위는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작업하면서 늘 깨물어 까져서 자잘한 상처나 피딱지가 앉은 입술에 다시 핏망울이 맺히도록 세게 깨물고 눈 앞에서 뿌옇게 번져있는 두 인영의 다정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니다, 저건 타쿠야가 아니다. 며칠 밤을 새며 너를 그리다 잠을 설쳐 작업실 한구석에서 쪽잠을 자며 꾸고있는 지독한 악몽일지도 몰라. 그것도 아니라면 내가 보고 있는 낮익은 저 뒷통수가 사실은 니가 아닌거야. 그런거야. 마음 속으로 아닐거라고 나를 위안시키며 돌아서는 그 때. 타쿠야가 아닐거라고 넘겨버린 그 남자에게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사랑해, 하은아."
아아- 애써 아닐거라고 빙빙 돌려오던 생각은 부서진 내 심장처럼 산산히 조각났다, 아니 정확히는 맞출 엄두도 나지 않을 정도로 박살이 났다. 귓가에 박혀오는 정말 사랑해서 죽을거 같다는 너의 목소리는 꿀이라도 발라 놓은 양 한없이 달콤한데 난 왜 이렇게 죽을거 같이 가슴이 아픈걸까. 너를 보며 늘 되네이던 네 행복이 곧 내 행복이라는 말을 단 한번도 후회한 적 없었는데, 그래서 널 위해 내 모든걸 다바쳐 너와 함께 그리고 너를 위해 걸어왔는데. 오늘은 네 행복이 나를 너무 아프게한다. 허탈하다. 그래 난 지금 너무 허탈하다. 너만을 향한 나의 진심은 너에게는 단 0.01%도 가지 않았던거였나. 너에게 나는 그저 '고마운' 형, 혹은 '친한' 형이었던 것 뿐인가. 그래서 단 한번도... 내가 너만 바라보며 늘 서서 기다리는 그 한발 너머를 바라봐 줄 수는 없었던 건가.
"내일 오전에 강의 있다며, 이제 우리집 다왔으니까 빨리 집에 가."
"너 들어가는거까지 보고 갈건데? 춥다, 감기걸리니까 빨리 들어가."
"하여간 못말린다. 알겠어 그럼 내일봐, 도착하면 문자해!"
"알겠대도.. 어여 들어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여자아이, 이름이 하은이라고 했던가. 언젠가 타쿠야가 자신과 함께 작업을 시작하게 됬다며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얘기해 준 기억이 어렴풋 머릿 속을 스쳐지나갔다. 그 여자가 자신과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서 집 안으로 홀연히 사라진지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잔상마저 아쉬운 듯 그 자리에 머무르며 얕게 웃고있는 너는 분명 내가 미치도록 사랑하는 니가 맞는데. 도대체 왜 오늘따라 이렇게 다른 사람같은 이질감이 드는걸까. 발걸음을 돌려 그 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친듯이 뛰었다. 멀지 않은 나의 집에 도착했음에도 달리고 또 달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심장을 옥죄여 오는 고통이 느껴질 즈음 나는 뛰는 것을 멈췄다. 저릿하게 아파오는 심장에 담벼락에 기대 주저앉아 숨을 골랐지만 도무지 찌릿한 고통이 그칠 기미가 없었다. 널 만나고 늘 두근대던 가슴이 잠깐동안 멈춰버린건지 아니면 차갑게 식어가는 중인 것인지 죽을만큼 아팠다. 그만큼 나는 내가 바라오고 원해왔던 환상 속의 너에게서 벗어나 현실의 너와 마주하는 것이 벅찼다.
"...타쿠야가 좋아할 만하네.."
그렇지만 이와중에도 네가 만나는 그 여자가 너와 잘 맞을 것이라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이따금 들었던 타쿠야의 얘기로는 그 여자는 착한 사람이라고 했다. 남의 험담을 잘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칭찬도 잘하는 편은 아닌 그가 착하다고 꽤 여러번 말 할 정도면 분명 속깊고 따뜻한 사람이리라. 어른스러운 듯 보이나 때로는 어린아이 같이 유치하게 사람 속을 태우는 그를 잘 이해해줄 수 있겠지. 무엇보다도 타쿠야가 선택한 사람, 아직 첫사랑을 해보지 않았다던 네가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 그렇다면... 나의 헛된 희망과 욕심을 지우고 완벽한 형, 동생 사이가 된다면... 만약 그렇게 된다면 모든게 제자리로 바르게 자리잡게 되는 것일까. 나만 포기한다면 그렇게 되는걸까.
"......"
눈가에 맞대어진 소매는 이미 흠뻑 젖어들어가 검게 변한지 오래였다. 뜨겁게 온기를 품고 있던 눈물은 겨울로 향해 가는 바람을 만나자 빠르게 식어갔다. 차라리 널 향한 내 마음이 한낱 눈물 방울처럼 빠르게 식을 수 있었다면 이토록 가슴 아파하지 않았을텐데. 전부 부질없는 것 임을 알음에도 내뱉어지는 실없는 헛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가슴 아프고 그가 원망스럽지만 그래도 난 타쿠야의 사랑을 응원할 수 있을 만큼 그의 모든 것이 좋았다. 참으로 모순되고 아이러니 하지만 반대로 뒤집어 본다면 내가 그만큼, 아니 내가 생각하던 그 이상으로 널 많이 사랑했던 것을 각인시켜 주는 것 같아 바람빠지는 웃음이 나왔다.
"...넌 지금 행복하겠지?"
그 여자와 있으면 내가 널 볼 때마다 느끼는 것처럼 많이 설레이고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만큼 행복하겠지? 채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소리없는 질문만이 나를 채웠다. 네가 그렇게 행복하고 좋다면 심장이 갈갈이 찢기고 설사 혼자만의 지옥에라도 떨어진다 한들 다 견뎌내고 묵묵히 응원할 수 있었다. 비록 진심으로 사랑했노라고 말 한번 꺼내보지 못한 짝사랑으로 끝이 나겠지만. 그 언젠가 내가 널 온전히 닦아 낸 먼 훗날에는 장난스레 웃으며 한 땐 널 좋아했었다고 심장이 닳아도 좋을만큼 사랑했었다고, 그렇게 장난으로라도 말할 수 있을 날이 오지 않을까.
"사랑한다."
아무도 없는 차가운 골목길에서 널 사랑했던 시간 속에서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고백만을 속삭였다. 사랑하고, 사랑했다. 그렇게 속살일 적마다 눈에서는 뜨거운 빗방울이 내렸으나 닦아내지 않았다. 오늘 밤 까지만은 널 닦아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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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은 탁구를 좋아하는데 탁구에게 위안은 그저 좋은 형..
심지어 여자친구마저 생겼고 둘의 다정한 모습을 보게 된 위안..ㅠㅠㅠ
그 누구도 잘못한건 없지만 모두에게 해피앤딩이라곤 할 수 없는
가슴아프고 아련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으나 와타시는 필력고☆자★
그나저나 다른거 쓰던거 잇엇는데 안쓴지 꽤 됬다...흫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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