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 [타쿠안] 화무십일홍 (花無十日紅)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4111323/b576e05e938d637e9d5b1499b5402f17.gif)
화무십일홍 (花無十日紅)
:: 열흘 붉은 꽃은 없다. ::
"세자저하."
- …옥안이로구나. 들어 오거라.
소리도 없이 스르륵 열리는 문이 야속했다. 얇고 힘없는 문 너머로는 커다란 침대만이 놓인 넓은 방이 드러났다. 그는 두 눈을 곱게 감은 채 침대 위에 누워 고른 숨만 내쉬고 있을 뿐이었다. 왈칵 눈물이 차 올라 입술을 질끈 물었다. 수만 백성을 거느리며 위용을 떨치던 그는 이제 없다. 화려한 금색 자수로 장식되어 있는 침구 또한 하릴없이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조심스레 안으로 발을 들이고 소리나지 않도록 그의 곁으로 다가가자, 그의 창백한 얼굴 위로 그늘이 드러났다.
"…옥안아."
"예, 저하."
"네가 내게 해준 그 말을 기억하느냐."
"…기억합니다."
"어리석지 않더냐. 결국 이 모양 이 꼴이 되었으니."
"…저하."
입술을 꾹 깨문 채 고개를 내젓자 그는 희미하게나마 웃어 보였다. 저하, 나의 어린 세자저하. 어찌하다 이리 되셨습니까. 제가 그렇게 일렀거늘.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굳게 다물어진 입술을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왜, 곧 떠나갈 사람 처럼 구십니까. 가장 불안한 의문이 떠올랐다. 그의 웃던 얼굴이, 해맑게 웃던 얼굴이 떠올라 가슴이 미어져왔다. 제가 처음 궁에 들어 왔을 때만 해도 저하는 마냥 여리고 작던 아이였는데, 그 때 당시만 해도 저 역시 어린 나이였지만서도, 저하의 어린 모습은 여전히 생생하기만 합니다. 아린 속을 토해내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았다.
"…옥안아."
"예, 저하."
"내가 얼마나 더 살 것 같으냐."
"…그런 말씀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네가 아니더냐. 어서 말 해 보거라."
나를 보며 슬쩍 웃어 주는 그의 얼굴이, 예전과 다르게 너무나 핼쑥해서 그만 감정을 이기지 못 하고 눈물을 왈칵 쏟아 내었다. 내 눈물에 당황한 듯, 그가 몽롱한 눈으로 나를 보았지만 황급히 고개를 돌려 소매에 눈물을 찍어 닦았다. 예전 같았으면 아마 저하의 그 고운 손으로 닦아 주셨을 테지요.
"옥안아."
"…예."
"이리 올라 오거라."
이불을 슬쩍 들추며 손짓하는 그에게 나는 차마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하고 침대 위로 올라가 그의 옆에 슬며시 누웠다. 이불 안은, 그의 열기로 이미 뜨거워져 있었다. 그의 온기를 느끼며 지그시 눈을 감자 가느다란 두 팔이 조심스레, 도자기 인형을 다루듯 내 몸을 끌어 안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런 무게도 느껴지지 않는 팔이 마냥 안쓰러웠다. 콜록거리면서도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의 모습은 나를 벼랑 끝으로 밀어 넣었다. 소인이 원한 결말은 이런 것이 아니였습니다.
"옥안아."
"예."
"…너에게 나는 무엇이냐."
저에게 저하는, 하고 입을 뗐지만 곧 다시 다물어야 했다. 소리도 없이 다가온 그는 살며시 내 입술을 집어 삼켰고, 예전과 다름 없이 다정하고 부드러운 입맞춤을 선사했다. 맞닿은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입술을 가르고 들어온 혀는 조금은 거칠게 입 안을 휘저었다. 입 천장을 쓸고 수줍게 뒤로 물러나는 혀를 휘감는 그는 온 몸으로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고개를 틀어 더욱 깊이 들어온 그의 입맞춤이 격해질수록, 내 두 눈에는 눈물만 더욱 차올랐다. 무엇을 그리 원하십니까. 이제와서 무엇을 이토록 후회하고 계십니까.
"열 흘 붉은 꽃은 없는 법이지요."
"…."
"후회 하고 계십니까."
"…후회 할 일이 없지 않느냐."
그게 아니라면 어지하여 그런 표정을 지으시렵니까. 그의 깊고 짙은 눈동자 너머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숨을 크게 몰아 쉬더니 손을 뻗어 가지런히 놓여 있는 내 손을 꼭 잡았다. 마치 어릴 적 내 손을 잡고 궁을 돌던 어린 그의 모습 같았다. ㅎ저하는 알고 계시련지요. 지금 이 순간에도, 꼭 맞잡고 있는 손이 이토록 서로를 아프게 한다는 것을. 이제 사별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눈을 질끈 감자 양 옆으로 눈물이 주륵 흘러 내렸다. 한참이나 말이 없던 그가 이상해서 몸을 일으켰을 땐, 나도 모르는 사이 입 밖으로 흐느끼는 소리가 튀어 나왔다. 이렇게 가시렵니까. 아무런 말도 없이 저를 버려두고 가시렵니까.
"…저하."
가시는 길 마음 편히 가시라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렇게 조용히 울어드리는 것 뿐이라 마냥 죄송할 뿐입니다. 곱게 감긴 그의 두 눈 위에 조심스레 입을 맞췄다. 저하, 열흘 하고도 하루가 지났사옵니다. 화무십일홍 이라 했지요. 열흘 붉은 꽃은 여기 있었습니다. 제게 저하는 어떤 존재냐고 물으셨지요. 궐 앞에 버려져 하염없이 눈물만 흘려대고 있던 제가 들어와 저하를 돌보게 된 것도 다 꿈만 같은 일이었지요. 당신과 함께 한 모든 순간이 꿈만 같사옵니다. 당신이 눈을 감은 지금에서야 말 해 봅니다.
"…我爱你."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아무 설정도 없고 내용도 없고 그냥 아련한 타쿠안이 보고 싶어서 휘갈긴 똥글이라네. 껄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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