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 만약 우리가 서로를 죽이게 될 날이 올까요?"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헛소리 할 시간 있으면 책이나 더 봐."
"쳇, 오늘따라 눈에 잘 안 들어온단 말이에요. 네? 쌤, 만약 인류가 어떤 바이러스에 의해 멸종할 수도 있을까요?"
" 무슨 바이러스?"
"좀비 바이러스라던지, 음 우주 전쟁이라던지, 뭐 그런 거요!"
"허, 영화를 너무 많이 보셨구만? 이번 시험에 저번 시험보다 한 등급씩 더 올리기로 나랑 약속했잖아. 그런 얘긴 나중에 하고 공부하자."
"으에에 또 그 소리! 알았어요."
"그래, 어이고 착하다."
"… …쌤."
"응?"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난 절대로 쌤 못 죽일 것 같아요. 그땐 나도 같이 쌤이랑 죽어버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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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 불명 최악의 좀비 바이러스.
지독하고 가혹한 생존 게임, 끝까지 그들에게 물리지 않고 살아남아야 합니다.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닌 그들의 치명적인 약점은 뇌.
즉 머리를 쏘아야 좀비를 죽일 수 있습니다.
그럼 끝까지 살아남길,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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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의 애인이 좀비가 되었다면, 좀비가 되어 당신을 공격하려 한다면,
당신은 애인의 머리를 쏘아 애인을 죽이고 최후의 생존자가 되겠습니까?
여태껏 해왔던 것 처럼 큰 나무 위에 몸을 숨기고 좀비 무리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기니, 소리를 들은 모양인지 좀비떼들이 더 이쪽으로 오기 시작했다.
소리에 민감한 좀비들이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좀비의 숫자가 더 많은 것 같았다. 아마 보름달이라 달빛이 강한 탓에 더욱 활발해진 거일지도.
이쪽으로 다가오는 좀비들의 머리를 향해 살기위해 미친듯이 총을 쏘아댄지 꽤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다.
나는, 나는 반드시 살아 남아 돌아갈 것이다. 비록 누군가의 희생이 뒤따른다고 해도 나는 꼭 돌아갈 것이다.
...아니 돌아가야한다.
좀비의 흐느적거리는 소리에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다시 총을 다가오는 좀비의 머리를 향해 겨누고 조준경을 보았는데,
… …. 쌤, 장위안쌤.
왜 거기 있어요. 추운데 옷은 왜 그렇게 얇게 입었어요.
징그러운 거 별로 안 좋아한다면서 왜 쌤이 저 좀비들이랑 같이 있는 건데요.
이번 시험 저 한 등급씩 올리면 쌤이랑 같이 중국에 쌤 집에도 가고 일본에 제 집에도 같이 가기로 했잖아요.
쌤 약속 안 지키는 사람이 제일 싫다면서, 왜 쌤이 안 지키려고 하는데요.
나 꼭 살아 남아서 꼭 살아 돌아가서 당당하게 쌤 안아주고 싶었는데.
제발, 제발 정신 차려요. 네? 쌤, 제발… ….
이미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닌 것은 알았지만, 차마 그의 머리에 겨눈 총의 방아쇠를 당길 수 없었다.
아무런 감정이 없는 동공이 왜 자신을 지켜주지 못했냐고 나를 원망하는 것 같아 더더욱 손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쌤, 우리는 왜 평범하지 못한 걸까요? 우리는 왜 다른 흔한 연인처럼 사랑하지 못하는 걸까요?
눈물이 차올라 시야가 흐릿해지고 손에 쥐고 있던 총을 떨어뜨렸다.
동시에, 나의 연인이,죽을만큼 사랑하는 사람이 먹잇감을 사냥하듯 무섭게 나에게 돌진해왔다.
팔을 벌리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가만히 놔둔채 미소지었다.
다음생에 만난다면, 우린 거리의 평범한 연인처럼 사랑할 수 있겠죠?
그땐 저한테 얌전히 안겨줘요. 알았죠?
언제나 사랑해요.
November 16th 2014
마지막 생존자까지 F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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