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아................"
타쿠야는 긴 숨을 내쉬었다. 어두운 공기중에 하얀 입김이 보였다. 공기가 벌써 꽤나 쌀쌀했다.
벌써 그런 계절이었다. 두꺼운 잠바가 없으면 단 일분도 견디기 힘든, 저같은 참을성이 없는 놈에게는 최악의 계절, 겨울.
앞서가는 위안의 뒷꼭지가 보였다.
이렇게 쓸데없는 일에 열을 올리는게 귀엽긴 했지만, 때로는 좀 피곤하기도 했다.
"형, 멀었어요?"
위안은 무거운 장비를 낑낑대고 들고가면서도 열심이었다.
"으음.... 거의 다 왔어!"하고 히죽 웃는 얼굴을 보니 투덜대고 싶은것도 다 들어갔다.
에효, 저렇게 신나서는. 넘어지지나 않을까 몰라.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타쿠야는 걸음을 좀 더 빨리해 위안의 곁에 다가섰다.
"왠일로 따라왔냐?"
위안이 별로 수놓아진 밤하늘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물었다.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추운가.
"글쎼요.."
타쿠야는 오로지 위안을 위한 것들로만 구성된 가방에서 두꺼운 목도리를 꺼냈다.
"이거 하세요."
어제 뭐가 어울릴까 한참 고르던건데.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와아... 안그래도 추웠는데.."
장비를 손에서 내려놓기가 뭐해보여 그냥 직접 목도리를 매주었다.
한바퀴, 두바퀴, 숨막히지 않게 느슨하게 목 주위에 두른 후 매듭을 지어서 완성.
다 되었다는 표시로 톡톡 목도리를 토닥이자 위안이 고맙다며 어색하게 웃는다.
"여기 좋다."
결국 도착한 곳은 꽤나 판판한, 평지같은 곳으로 사방이 확 트여 별을 관찰하기 최적인 곳이었다.
게다가 바로 앞은 별이 반사되어 보이는 호수로, 아름다운 것에 둔감한 타쿠야가 봐도 퍽이나 아름다웠다.
"위안형."
"응."
"형은 정말 외계에 생명체가 있다고 믿죠."
"당연하지."
"왜요?"
".......너 우리 부에서 모임할 때 무슨 얘기를 들은거야?"
'에헤.."
타쿠야는 커다란 망원경을 설치하는 위안을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그냥 형 감상하러 간건데. 오컬트 따위에 관심이 있지도 않고.
"그러고보면 너 완전 불량 회원이야. 알아?"
"알죠."
"퇴출시켜 버릴까보다."
"아이, 회장니임~"
위안이 별을 관찰하는데에 집중을 하기 시작하자, 타쿠야는 할 거리가 없어졌다.
말을 걸어도 돌아오는 건 없고- 그런 관계로.
둘은 한동안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별똥별이 떨어질 거라 예고된 날이라 그런지, 별들이 한층 더 밝은 느낌이었다.
저편으로 사라지는 죽은 별들을 애도하며.
"이따 소원 빌 거예요?"
타쿠야는 점점 더 추워지는 밤 공기에 담요를 세게 여미며 물었다. 물론 대답은 바라지 않고 던진 질문에 불과하다.
".............응."
대답이 희미햬 들은건지 안 들은건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타쿠야는 신이 나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저도 빌거예요. 무슨 소원인지는 이따 알려줘야지. 궁금해도 참으세요."
"안궁금해 바보야."
"설마요."
"나 참, 넌 뭘 믿고 맨날 그래 자신감이 넘치냐."
"저 잘난거 믿고..?"
"됐다 됐어..."
타쿠야는 위안에게 등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
밤하늘을 들여다보느라 반쯤 앉은 위안의 키와 타쿠야가 바닥에 앉은 키가 거의 비슷해 편했다.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위안의 심장 근처였다.
타쿠야는 혹시나 위안이 저리 가라고 짜증낼까 마음을 졸였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눈을 감아도 별이 눈 안에 선명했다. 그렇게 밝은 밤이었다.
"별똥별이다."
작게 나즉이는 말에 타쿠야는 눈을 떴다.
과연, 절로 소리를 죽이게 되는 장엄함이었다.
수십개, 어쩌면 수백개의 별이 머리 바로 위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감당하기 벅찬 감동에 둘은 대화없이 가만히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타쿠야가 슬쩍 위안의 손을 잡았다.
위안은 약간 움찔했지만, 손을 잡아빼지는 않았다.
타쿠야는 오늘따라 위안이 관대하다고 느끼며 손에 힘을 더 주어 잡았다.
"소원 빌었어요?"
"빌고 있어."
"무슨 소원인데 그렇게 길어요."
".....안 알려줄거야."
"음..... 난 알려줄건데."
"안 궁금.."
"내 소원은-"
바로 근처에 있어 위안의 얼굴로 손을 뻗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지금 당신에게 키스하는 거."
타쿠야는 위안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에 밀착시켰다.
차가운 숨이 겹쳤다.
위안은 놀란듯 눈을 떴다. 입이 포개져 있는 동안 둘은 그렇게 영원과도 같은 시간을 서로의 눈을 마주보며 있었다.
"이루어졌네요?"
타쿠야가 베실베실 웃으며 입을 뗐다.
위안의 얼굴은 그새 빨갛게 익어 있었다.
"얼굴 빨개요."
타쿠야가 지적하자,
"추워서 그래!"
하고 위안은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위안이 아예 일어나 자리를 옮기려고 하자 타쿠야는 다급히 위안의 웃옷을 잡았다.
손에 힘주어 옷자락을 아래로 끌어당기자 반쯤 일어나 있던 위안은 절로 바닥에 엉덩이를 박고 말았다.
"아야..... 죽을래?"
"춥잖아요. 같이 있어요."
위안을 뒤에서 감싸안으며 타쿠야는 담요를 넓게 펼쳐 둘의 몸을 꼼꼼히 다 감쌌다.
"너 오늘 진짜 이상하다? 그러고보면 오늘 날 따라온 것 부터가 수상하긴 했지."
"뭐가 이상한데요?"
"너 UFO도 안 믿잖아."
"믿어요."
"언제부터? 왜?"
"음............ 그냥 이 세상에 저희 말고 다른 생명체도 있다는게 로맨틱 한 것 같아서요."
굳이 따지자면 당신 때문이긴 하지만.
"외롭지 않잖아요."
타쿠야는 뒤에서 위안을 포옥 껴안으며 키득키득 웃었다.
위안이 도망치려는 듯 타쿠야의 품 안에서 꼬물댔다. 얼마 안 가 그만뒀지만 말이다.
"진짜 궁금해서 마지막으로 물어보는 건데, 아까 소원 뭐 빌었어요?"
"몰라-"
"힌트라도........"
"모른다니까."
부끄러운데 어떻게 말해, 라고 위안은 생각하며 졸려오는 눈을 감았다.
"잘자요......"
희미하게 타쿠야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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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요즘 연성 너무 열심히 하는 것 같당ㅎㅎ 장른쪽 11p에 이어서 아련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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