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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규콩 사람들 앞에선 숙적, 둘이 있을 땐 달달 (비밀연애) 2학년 부회장 진호와 1학년 부회장 성규의 갈등은 선거운동기간부터 시작됐었다. 1학년 후보 중 지지율 1위를 달리던 성규의 기호 1번 임요환을 지지하겠다는 말 한 마디가 2학년 후보에는 관심이 없던 몇몇 1학년 학생들의 표를 요환에게 가게 만들었다. 덕분에 진호는 요환에게 2표 차로 패배해 부회장이 되었다. 이후 두 사람은 학생회 내에서도 사사건건 부딪혔고 이 갈등관계는 전교생은 물론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예산 관계로 초청은 2팀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면 3팀까지도 가능합니다. 일반 장기자랑보다 반응이 훨씬 좋은데 왜 굳이 초청팀을 줄이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가네요." 축제 준비로 긴급하게 소집된 오늘 회의 역시 진호의 의견마다 태클을 거는 성규 때문에 좀처럼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한숨을 쉰 요환이 내일 이 시간에 다시 모이자며 임원들을 돌려보냈다. 모두가 교실로 돌아가는 와중에도 성규는 진호와 눈싸움 중이었다. "적당히 하고 결론 내. 애들 눈치보는 거 알면서도 이래? 내일도 이러면 못 넘어간다." 마지막으로 요환까지 진호의 어깨를 툭툭 치고 나가자 넓은 학생회실에는 진호와 성규 둘만 남았다. 문이 닫힘과 동시에 맞은편 진호에게로 달려간 성규가 진호의 어깨를 주물렀다. "형, 내일 그냥 2팀 부른다고 해요." "너 내가 째려보는 거 싫다고 했지. 니 눈은 안 웃으면 무섭다고..." "미안해요. 이래야 아무도 모르지. 응?" "알아. 그래도 다음부턴 살살해." 진호가 성규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손등 위에 입을 맞췄다. 순간 성규가 세상을 다 가진 듯 활짝 웃으며 진호의 양 볼을 감싸쥐고 입술 위에 여러번 소리나게 입을 맞췄다. 예뻐죽겠다는 사랑스러운 눈빛은 덤으로 함께. 6. 석콩 풋풋한 + 캠퍼스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캠퍼스에는 손을 꼭 잡고 걸어다니는 연인들이 가득했다. 그들을 보며 누군가는 저의 연인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고, 또 누군가는 시린 옆구리를 비비며 걸음을 재촉했다. 준석은 후자에 속했다. 동기들보다 1년 먼저 입대한 준석이 복학한 학교에는 아는 얼굴보다 모르는 얼굴이 더 많았다. 교양수업을 가던 중 받은 휴강이라는 문자에도 좋아할 수가 없었다. 전공 때까지 혼자 뭘 하지. 고민을 하던 준석이 휴대폰을 뒤적이며 왔던 길을 돌아가려던 순간이었다. "으억,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달려오던 남자와 퍽 소리가 나게 부딪혀버렸다. 자기는 엉덩방아까지 찧었으면서 남자는 뒤로 살짝만 밀린 준석을 먼저 걱정했다. "저는 괜찮은데 핸드폰이 좀..." "아 어떡해. 새 거예요? 완전 다 깨졌네..." 준석은 잠시 깨진 휴대폰을 이리저리 살피며 울듯한 남자가 귀엽다고 생각했다. 스무살이 넘은 성인 남자를 보며 귀엽다고 생각하는 게 정상일까를 고민하던 준석에게 남자가 액정이 멀쩡한 같은 기종의 휴대폰을 건넸다. "이건 제 핸드폰인데요. 저 때문에 깨진 거니까 보상은 해드려야할 것 같아서요." "대신 쓰라는 말인가요?" "아니아니. 제가 지금은 수업이라 이따 끝나고 이 휴대폰으로 전화를 드릴게요. 그러면 만날 수 있지않을까요?" 괜찮은 제안이었다. 잠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던 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이따 만나자며 다시 뛰었다. 조금 가다 멈춰선 남자가 뒤를 돌아 준석을 불렀다. "저기요! 제 이름은 홍진호예요. 3시 쯤 울리는 전화는 그냥 받으세요!" "네? ㄴ..." 준석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진호는 저멀리로 사라져버렸다. 얼떨결이 넘겨받은 진호의 휴대폰 액정에는 몇 분 전에 온 문자 알림이 띄워져있었다. 아직 안 읽었네, 하고 넘어가려다가 익숙한 번호에 알림창을 눌렀다. [휴강 알림 오ㄴ...] 조금 전 자신의 휴대폰에서 읽은 그 문자메시지였다. 같은 수업 들었었나보다. "왜 그런 얼굴을 여태 못 봤지..." 울먹거리던 귀여운 얼굴이 준석의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언제쯤 울리나싶어 휴대폰도 손에서 놓지 못한채 전화를 기다리는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귀여워서 그렇다고 결론을 내렸다. 외적으로 진호는 꽤 오랜만에 만난 이상형이었다. 깨진 휴대폰이 고작 두 달 되었다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연락이 오면 밥이나 한 번 먹고 얘기 좀 더해봐야지. 준석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