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장/역키잡
문이 열리고 동민이 들어왔다. 경훈은 튀어 오르듯이 소파에서 일어 나 현관으로 갔다. 얼마나 마신 것인지 안으로 들어오는 동민의 몸이 순간 휘청였다. 발을 헛디딘 체 하며 몸을 다시 바로 세운 동민이 집 안으로 똑바로 걸어 들어왔다. 부축하기 위해 나온 경훈을 동민은 손을 내밀어 거절했다.
얼마나 마신 거야
동민은 힘 없이 고개만 가로 저었다. 기어코 침대까지 걸어간 동민은 쓰러지듯 침대에 누워 팔을 얼굴 위에 올렸다. 경훈은 문가에 비스듬히 기대 동민은 가만히 내려다봤다. 언제나 동민의 약한 모습을 보길 바래왔지만 이런 식으로는 아니었다.
도대체 뭐하다 온 거야?
접대.
동민의 입에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 단어가 나온 순간 경훈은 몸을 굳혔다. 누구랑 그리고 왜냐는 말을 경훈은 감히 동민에게 묻지 못했다. 그럴 수도 없었고 그래서도 안 되었다. 그러고 보니 동민에게서 희미한 여자 향수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둘은 접대와는 거리가 먼 부서에 근무하고 있었다. 사업상 중요한 파트너라도 만나서 여자라도 부른것일까. 동민은 그런 자리를 가지는 것을 극렬히 싫어했다. 그쪽에서 먼저 가자고 해도 거절했을 동민이었다.
경훈은 더 이상 동민에게 시시콜콜 캐묻지 않았다. 필시 무슨 사정이 있을 것이라 생각 한 것이다. 그리고 그 날을 기점으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소문은 빨리 퍼졌다. 좋든 나쁘든 동민은 회사 안에서 단연 탑급 화재성을 가진 인물이었다. 돌면 돌 수록 소문은 과장되며 진실과 점점 멀어졌고 종반에 이르러서는 진실 같은 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이 되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주제 자체가 너무나 흥미로웠던 것이다. 본부장 자리까지 노려 볼 정도로 회사의 실세를 쥐고 있는 장팀장이 여자 대표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은.
소문은 퍼질 대로 퍼져 사실 두 사람 사이에 애가 있으며 그 애가 미국에서 공부 중이다 라는 말도 안 되는 추측성 소설까지 나왔다. 분명한 것은 동민이 접대 라고 말한 그 날 동민은 대표와 함께 있었다는 거다. 그건 팩트였다. 누군지는 몰라도 목격했다는 사람의 말에 따르면 동민이 대표를 누나라고 불렀다고 했다. 술자리에서 본부장인 경란을 누나라고 자주 부르는 동민의 성격상 대표를 누나라고 불렀던 것도 그런 종류의 립서비스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동민은 아군이 많은 만큼이나 지척에 적을 두고 있었고 그렇게 회사에서 튀는 존재와 관련된 가십거리는 얼마든지 악의적으로 한 사람을 파멸에 이르게 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오직 경훈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동민은 그 날 분명 만취상태였다. 남녀간의 관계에 술이 끼어들기 시작하면 그건 아무리 잘나가는 심리학자가 와도 예측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동민은 절대 무너지거나 흔들리지 않았다. 탕비실 앞을 지날 때 마다 신입 여직원들이 낄낄거리는 것도 부서에 들어 올 때 마다 쥐 죽은 듯 조용해지는 침묵도 모두 버텨냈다. 처음엔 소문의 근원지를 찾아 담판을 짓겠다고 했지만 회사는 넓었고 뜬 소문은 언제나 그렇듯 출처를 찾기란 굉장히 어려웠다. 대표와 엮여 있어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소문이어야 해서 더 그랬다. 개편을 앞두고 부서를 통폐합하며 홍팀장과 임시로나마 투탑 체제로 돌리고 있어 안 그래도 동민은 주목을 받고 있었다. 동민과 진호 둘 중에 누가 회사의 실세를 잡느냐를 두고 회사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경란 이전에 상민부터 시작해서 오래 전부터 본부장라인을 타고 있는 진호 역시 만만치 않은 호적수였지만 소문이 터지기 전에는 분명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민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진호와는 달리 순수한 실력과 인기로만 그 자리에 올랐다는 평이 지배했기 때문이다. 그런 동민에게 이런 식으로 엮여있는 추문은 치명타였다.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대세의 전환을 받아 들였다. 무엇보다 동민을 괴롭게 했던 것은 사람들이 자신에게서 등을 돌리고 진호에게 간 것이나 점점 정도를 모르고 부풀려지는 뜬 소문이 아니었다. 어차피 애당초 동민을 싫어하던 사람들은 이런 소문이 있던 없던 간에 동민을 싫어했을 것이다. 동민이 가장 괴로워했던 것은 자신의 편이라고 믿고 있던 사람들의 냉대였다. 진호는 누구보다 기민하게 이 사실을 알아 챘고 심지어 그 사실을 알면서도 이용해 동민을 더욱 괴롭게 만들었다.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 동민은 일에 더 매달렸고 진호는 어느 날 모두의 앞에서 그런 동민에게 굴욕을 줌으로써 흔들리고 있던 사람들 조차 대놓고 동민의 곁에 남아있지 못하게 만들었다.
저녁조차 먹지 않은 채 동민이 일에 열중하고 있을 때 진호는 퇴근하자며 부하 직원들을 모두 일으켜 세워 놓고 동민에게 다가갔다. 일에 너무 열중 한 나머지 동민은 진호가 다가오고 있는 것 조차 모르고 있었다. 뒤늦게 진호를 본 경훈이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진호가 더 빨랐다. 어느새 동민의 뒤에 선 진호는 잠시 나른한 표정으로 동민을 내려다 봤다. 노트북으로 무엇을 하는지 들여다 보는가 싶더니 진호는 부드럽게 동민의 어깨를 누르며 천천히 말했다.
전기세 낭비하지 말고 집에나 가지
순간 동민은 고개를 홱 돌려 진호를 노려봤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경훈은 동민이 진호의 멱살을 쥐고 한 대 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에 진호의 손을 털어내며 자리에서 일어 난 동민은 노트북을 탁 소리 나게 덮고 가방에 넣은 뒤 아무런 말도 없이 밖으로 나가 버렸다.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며 동민은 서 있는 사람들을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진호를 빤히 쳐다봤다. 경훈은 자기 노트북은 끄는 둥 마는 둥 하며 재빨리 동민을 뒤따라 나갔다.
넌 왜 따라 나와.
형이 가니까.
자리에 있어.
나도 집에 갈 건데?
동민은 한숨을 내 쉬었다. 멈칫 서서 잠시 이쪽을 노려보지만 그걸로 그만이었다. 동민은 성큼성큼 걸어 먼저 집 쪽으로 갔다. 놓치지 않으려고 따라붙으며 경훈은 동민이 무슨 말이라도 해주길 기다렸지만 동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동민은 방으로 들어가 노트북을 켜고 하지 못한 업무를 마저 하기 시작했다. 쇼파에 앉아 동민의 일이 끝나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경훈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동민의 방으로 들어갔다.
나 배고픈데
알아서 먹어
형 자꾸 그러면 나 두꺼비 집 내려버린다.
김경훈.
바쁘게 움직이던 손이 딱 멈추고, 동민이 경훈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 짧지 않은 동민과의 동거 생활을 통해 경훈은 직감적으로 멈춰야 할 때라는 것을 알았다.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경훈은 동민의 방을 나왔다. 흔들리며 진호에게 돌아서는 자기 사람들이나 자기에게 칼을 꽂는 배신자들에 대해서는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동민은 경훈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아무리 경훈이 막무가내로 우겨서 시작 한 동거, 아니 얹혀사는 셋방살이 신세라고는 해도 이건 해도해도 너무한 거였다.
당장 오늘만 해도 그랬다. 동민은 진호가 경란과 추진하는 새 프로젝트에 자기가 그렇게 신입시절부터 끌어주던 현민이 참여하는 것을 그대로 내버려 뒀다. 두 사람의 신뢰관계나 오늘 둘이 따로 몇 번이나 얘기하는 것을 봤을 때 동민은 현민의 행보에 대해 알고 있었고, 오히려 진호에게 가는 것을 권장했으리라는 것 정도는 경훈도 짐작할 수 있었다. 동민이 그렇게 행동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자기가 없어도 현민이가 무사히 회사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려는 마지막 배려였다. 어이가 없는 건 현민이는 그렇게 챙겨대면서 같이 사는 경훈에게는 그런 새 프로젝트에 대해서 한 마디 말도 안꺼냈다는거다. 아니 경훈은 현민이처럼 챙겨주길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동민이 자신의 속내를 솔직히 말해주길 바랬다.
집까지 일을 끌고 들어와 매일 피곤에 쩔어 책상 위에서 잠이 드는 게 일상이면서 동민은 경훈에게 힘들다는 말 한마디를 안 했다. 이게 경훈을 미치게 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또 경훈은 동민에게 수면제를 먹여 억지로 재웠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깟 회사 때려 치라는 말이 치밀어 올랐다. 그럴 때면 경훈은 실수인 척 하고 수면제를 한 알 더 넣어 동민이 회사에 가지 못하게 한 뒤 하루 종일 자기만 보게 할까 라는 생각도 했다.
벌컥. 문이 열리고 동민이 밖으로 나왔다. 예상 외로 동민이 빨리 나오자 오히려 경훈이 놀랐다. 대충 집에 있는 것들로 차려진 밥상 앞에서 동민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러면 그렇지. 동민은 경훈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오늘이야 말로 수면제를 두 알 먹여 일이고 뭐고 하루종일 자기 곁에 두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동민이 이쪽을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이때다 싶어 경훈은 더욱 표정을 시무룩하게 구겼다.
너 이제부터 나랑 따로 다녀.
기껏 한다는 말이 그거였다.
왜?
아니 너는, 하... 그걸 설명 해 줘야 되냐?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진호한테 말도 좀 걸고 그래. 새 프로젝트에 내 이름도 들어갈 거야. 너랑 준석이 같이 넣어 달라고 했으니까 같이 붙어서 해.
싫다면?
너는 진짜..
동민은 뭐 이런 놈이 다 있냐는 얼굴로 경훈을 보고 있었다. 경훈은 사실 동민이 그렇게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싫지 않았다. 동민이 기본적으로 경훈의 이런 행동들을 마음에 들어 하고 심지어 재미있어 한다는 것을 경훈은 알고 있었다. 확률상 동민은 경훈이 이렇게 세게 나오면 나올 수록 더 흥미를 느꼈다. 아니나다를까 동민은 웃으며 경훈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너 니가 입사 하고 얼마 안 되서 나랑 처음으로 회식할 때 내가 해줬던 말 기억 나?
응. 사람은 줄을 잘 서야 된다. 그거?
그래.
난 싫은데. 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동민은 어이없어하며 웃었지만 경훈은 웃지 않았다. 동민은 끝내 경훈에게 솔직히 말하지 않았다. 도리어 소문의 존재조차 숨기려 들었다. 동민에게 경훈은 결국 그 정도인 것이다. 생각해서 새 프로젝트에 이름을 넣어 준다는 말은 눈물 나게 고마웠지만 결코 경훈이 원하는 방식의 대답이 아니었다. 이제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경훈의 말은 진심이었다. 더 이상은 동민을 기다려 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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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민이 잠이 든 사이 경훈은 동민의 핸드폰을 물 속에 집어 넣었다. 내일 아침이 되면 이유도 모른 채 동민은 핸드폰이 고장 났다고 생각 할 것이다. 친절한 부하직원이자 동거인으로써 경훈은 동민의 핸드폰을 서비스센터에 가져다 주겠다고 할 것이다. 서비스센터로 가는 대신 경훈은 아는 친구에게로 핸드폰을 가져가 말끔히 복원시키고 자료를 옮긴 뒤 해킹칩을 심을 생각이었다. 동민이 어디서 무엇을 하든 항상 볼 수 있도록.
경훈이 원하는 대로 모든 일은 순조롭게 진행 되었다. 변수가 있다면 진호였다. 진호는 경훈과 준석을 받아달라는 동민의 부탁을 거절했다. 자기가 유리한 위치에 있는데 굳이 그런 딜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게 진호의 입장 일 것이다. 어떤 면에서 진호는 영리했다. 하지만 경훈이 보기에 그게 홍진호의 문제점이었다. 동민은 진심으로 화를 냈고, 경훈은 끝내 그런 동민의 옆을 지켰다. 이런 경훈의 태도에 도리어 동민이 놀랄 정도였다. 한 동안은 그렇게 평화롭게 흘러가는가 싶었다.
며칠 경훈과 제때 집으로 돌아오던 동민이 갑자기 약속이 생겼다며 경훈과의 저녁약속을 취소 했던 날. 경훈은 핸드폰을 쥐고 밤 늦게까지 동민을 기다렸다. 동민이 문자나 연락을 주고받으면 바로 경훈의 핸드폰에도 자동으로 전송 되도록 만들어 둔 터라 어딘가에 연락을 했다면 금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굴 만나는지 동민은 상대에게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고, 이게 경훈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돌아온 동민은 또 술에 취해있었다. 먼저 자겠다며 동민은 방으로 들어 가 버렸고 뒤따라 방 안으로 들어가려던 경훈의 눈에 핸드폰이 울리는 것이 보였다.
형이 말한 그 중국 프로젝트 하기로 하죠.
준석이 동민의 핸드폰으로 보낸 문자였다. 동민은 또 경훈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다른 일을 꾸미고 있었다. 봐주는 건 여기까지라고 경훈은 생각했다. 화가 났지만 이럴 때 일 수록 냉정해야 했다. 다음날, 기분이 좋아 보이는 동민이 약속 깨서 미안하다며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고 꼬시는데도 경훈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니가 웬일이냐?
아무거나 먹어요, 형.
그래 그럼. 그건 그렇고 너 혹시 해외 프로젝트 해볼 생각 없어?
해외 어디? 중국?
중국은 무슨 중국이야. 너 중국어 못하잖아.
배우면 되지.
아이씨. 됐어.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경훈이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자 동민이 먼저 말을 걸었다.
너 미국 돌아가고 싶다며.
진심이었다. 한 없이 진지한 얼굴로 동민은 말하고 있었다. 이렇게 동민이 흔들림 없는 눈으로 바라 볼 때마다 경훈은 두렵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자기가 알게 모르게 동민에게 하고 있는 짓들을 알게 된다면 그때도 동민은 이런 눈으로 자신을 봐줄까. 동민은 경훈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단지 믿으며 곁에 두려 하지 않을 뿐. 알기 때문에 더욱 포기가 안됐다. 선택하기 싫다면 억지로 경훈을 선택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면 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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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확실히 소문이 빨랐다. 회사에서 중국 지부를 세운다, 새로 중국 기업과 연계해서 몇 백억을 투자를 받았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중국지부에 누가 가느냐를 놓고 회사 내부에서도 치열한 물밑작업이 시작 되었다. 한번 갔다 돌아오면 임원은 그냥 따 놓은 자리였다. 그날, 팀장급 회의 때 가장 핫한 이슈도 바로 중국지사에 대한 내용이었다. 간부급 회의에 참석할 수 없는 경훈은 시계를 보며 적당한 타이밍을 쟀다. 한참 회의가 무르익어갈 때쯤 경훈은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팀장급 회의는 웬만큼 급한 일이 아니고서야 방해 받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시선이 순식간에 경훈에게 쏠렸다. 동민은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었다. 경훈은 동민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장팀장님. 중국 프로젝트 건으로 대표님이 오시라네요.
회의실이 순식간에 쥐 죽은 듯 조용 해 졌다. 동민은 알 수 없는 미묘한 표정과 함께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경훈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두 사람이 나간 뒤 회의실에서는 대표와 동민의 스캔들 그리고 중국프로젝트를 거기에 엮어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가만히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진호가 말했다.
다들 모르는구나. 경훈이 우리 회사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는지.
순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진호에게 쏠렸고, 진호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아마 동민이 형도 모를 건데, 경훈이 처음에 회사 들어왔을 때 인턴으로 내 밑에 있었거든. 경훈이는 현민이처럼 공채로 들어온 게 아니야. 직접 대표발로 들어온 거지. 경훈이 아버지가 미국에서 잘나가는 기업 오너고 대표랑 친한 사이일걸. 경훈이 어릴 때부터 보던 사이라고 해야하나. 지금 여기 있는 것도 일종의 경영수업 같은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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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훈은 동민을 데리고 좁은 복도를 걸어 대표실로 향했다. 중간까지 잘 따라오던 동민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경훈의 팔을 잡고 비상구 계단으로 향했다.
너 솔직히 말해. 진짜 대표가 날 불렀어?
어떨 거 같아요?
동민은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 경훈은 그런 동민에게서 내내 시선을 떼지 않았다.
너 나한테 그게 통할 것 같아?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한텐 안 통해.
사실을 알고 싶으면 따라와요.
경훈이 동민을 데려간 곳은 회사 옥상이었다. 몇 번 동민의 뒤를 밟은 결과 경훈은 동민이 생각할 시간이 필요 할 때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옥상 난간에 기대 잠시 거리에 시선을 던지던 동민이 경훈을 똑바로 마주봤다. 상대를 꿰뚫는듯한 눈빛에 경훈은 순간 움찔했지만 지금은 명백해 자신이 동민보다 유리했다.
이제 어디 한 번 말해봐.
그 날, 형이 술에 찌들어 접대하고 왔다는 날. 사실 대표랑 같이 있었던 거죠?
동민이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표정에 별 다른 변화는 없었지만 눈 만큼은 속일 수 없었다. 경훈은 그 미묘한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끊임없이 동민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장동민이 지금 김경훈이 던지는 말에 흔들리고 있었다. 경훈은 묘한 짜릿함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
잘 취하지도 않는 형이 절제도 못하고 그렇게 술을 먹었다는 건 자기보다 윗선이랑 마셨다는 거지. 형 입으로도 분명 접대라고 했고. 향수냄새까지 나더라. 샤넬. 어릴 때 그 여자가 그 향수에 찌든 손으로 내 얼굴 만질 때 마다 얼마나 싫었는지 몰라.
동민은 이제 놀란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고 경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경훈은 조용히 웃으며 동민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어떻게 알았냐고? 대표 그 여자. 우리 아빠랑 친구거든. 나 어릴 때부터 미국 들락날락 거리면서 자주 만났었지. 형이 그러고 들어온 다음 날 그 여자네 집에 갔다 왔거든. 형 이름으로 와인 한 병 사들고. 어차피 한번 인사하러 가야 하기도 했고. 형이 그렇게 집에 보내서 미안하다면서 와인 보냈다고 하니까 바로 문 열어 주던데? 얼마나 웃기던지. 술 좀 먹이니까 바로 말하더라. 형에 대해서.
경훈은 한 걸음 더 가까이 동민에게 다가갔다. 이제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였다. 경훈은 손을 내 밀어 동민의 뺨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이러면 안 되는 걸 알지만 자꾸 형한테 끌린다고. 형이 남자로 보인다고. 그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역겨운 얘기 다 들어줬어. 그 여자가 늦은 시간까지 형한테 술 퍼먹이고 어떻게 해보려다가 형한테 거절당한 얘기 까지도. 그러게 좀 조심하지 그랬어. 그딴 여자 술집에서 그러고 있던 말던. 괜히 택시까지 태워 보내는 바람에 걸린 거 아니야.
동민의 뺨을 쓸어 내리던 경훈의 손 끝이 동민의 턱을 들어 올렸다.
어딜 넘봐. 역겹게. 혹시나 했던 게 역시나였던거지. 형. 처음 봤을 때부터 느낀 건데 그 여자 취향이야. 형한테 본부장 자리 주겠다고 했다더라. 그걸 빌미로 얼마나 지 사무실에 또 불러대려고. 어차피 다른 계열사 간 이상민이랑 커넥션있는 김경란을 본부장으로 두느니 완전 확실한 자기 라인으로 밀겠다 이거겠지.
거절했어. 그 자리.
동민이 경훈의 손을 잡아 내리며 말했다.
알아. 형은 누구 밑에 있기도 싫어하고 누구 라인 타는 것도 싫어하잖아. 그래서 이준석이랑 몰래 중국으로 도망 가려고 한거야? 그 여자한테는 놔 달라고 하면서?
어떻게..
어떻게 알았는지가 뭐가 중요해. 그 중국프로젝트에 이준석 대신 나 껴달라고 했어. 그러니까 처음부터 나한테 왔어야지. 형은 그게 문제야. 사람을 못 믿는거. 형한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줄게. 지금 나랑 둘이 중국을 가던가. 아니면 남아서 이 소문이 도는 가운데 본부장 달던가.
동민은 한숨을 내 쉬며 옥상 난간에 기댔다. 졌다는 표정으로 허탈하게 웃던 동민이 경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팀장급 회의 하는 도중에 나를 불러 낸 거냐? 중국 프로젝트 지금 대외적으로는 확실한 게 없어야 되는 건데 그렇게 말하면 나는 완전 죽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가도 몰래 갔어야 하는 걸. 가뜩이나 여론도 안 좋은데.
아니지. 내가 있잖아. 나랑 중국가면 되지.
나머지는 다 적이고?
그러게 처음부터 날 믿고 보험 같은 건 만들지 말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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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 달았는데 어떻게 저녁약속이 더 없어?
경훈은 쇼파에 앉아 나른한 표정으로 TV를 보고 있는 동민을 툭툭 건드렸다. 동민은 더 이상 집까지 일거리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 대답이 없자 경훈은 동민의 곁에 바짝 다가가 붙어 앉았다.
아이씨. 저리 가. 그리고 그게 누구 때문인데.
아 맞다.
아 맞다? 아 맞다?
동민은 한숨을 팍 내쉬며 부들거렸지만 딱히 경훈을 밀어내지는 않았다. 경훈은 동민의 머리를 찬찬히 쓰다듬었다. 그 날 이후. 동민은 좀 더 경훈에게 고분고분 해 졌다. 경훈이 지나갈 때 마다 금수저님이라고 부르며 비꼬듯 놀리긴 했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대놓고 쳐내지는 않았다. 동민은 끝내 경훈과 단 둘이 중국을 가는 것을 거부했다. 아마 끝까지 경훈의 뜻대로 되는 것 만큼은 싫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출이었을 것이다. 준석이 경훈에게 둘이 중국에 가자고 제안했다는 소식을 듣고서도 동민은 그저 한숨만 내 쉴 뿐이었다.
너 이제 아주 기르는 개 만지듯 쓰다듬는다?
응. 형이 내 개. 나는 주인.
이거 완전 미쳤네.
주인님 해봐. 주인님.
아오, 이걸 그냥.
경훈은 딱밤을 먹이려는 동민의 손을 피하며 되려 손목을 붙들었다.
내가 생각 해 봤는데 형. 우리 회사 중국자본 말고 미국자본 받으면 어떨 것 같아?
뭐?
그 대표가 자꾸 형 쳐다보는 게 싫어서. 아빠한테 말해볼까 하고. 그럼 형이 접대해야 할 사람은 나일걸?
동민은 다른 손으로 머리를 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아. 김경훈 너는 진짜...핵트롤.
이렇게 귀여운 트롤이 어딨어. 그리고 주인님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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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가 집착하면서 빠져나갈 구멍 없게 만드는거 보고 싶다길래 그렇게 한번 해 보았습니다.
아 그 빠져나갈 구멍 없게 만드는거 너무너무 힘들었음. 그러다 보니 길어져버렸네 ㅠ 오래 걸려서 미안하다 갓아.
모든것은 금수저 갓경훈이 해결한다는 참 결말. 이거 너무 길어서 따로 뺄까 고민함.
석장/깽판
이만 하죠. 절차는 그쪽이 더 잘 알 테니까. 학생 논문을 베낀 교수의 말로가 어떤 건지.
말하면 준석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앞에 앉아있는 여자의 눈에 눈물이 고였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창 밖으로는 은행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늦여름이라고는 해도 여자의 연구실은 지나치게 더웠다. 셔츠 단추를 하나 더 풀고 싶은 것을 참으며 준석은 잠시 무너져 내리는 것을 억지로 참고 있는듯한 여자를 가만히 내려다 봤다. 순진한 얼굴을 한 여자가 덜덜 떨리는 두 손으로 찻잔을 감쌌다.
이런 취향이었던가. 긴 생머리가 잘 어울리고 무슨 말을 해도 그저 웃기만 할 것 같은 순종적인 여자. 동민의 취향도 참 한결같았다. 한 겨울에 터틀넥을 입으면 잘 어울릴 것 같은 여자. 이 여자도 그런 여자였다.
참. 사내 연애 금지라는 건 아시죠?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여자가 눈을 들어 준석을 마주봤다. 무언의 경고였다. 이 이상 허튼 수작을 부리면 동민에게 모든 것을 말할 것이라는. 준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여자의 연구실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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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은 언제나 동민의 연구실로 가는 이 복도가 좋았다. 문과대답게 나른한 오후시간이 되면 복도는 몹시 조용했고, 이 곳을 거닐다 보면 웬만해서는 연구실에 거의 살다시피 하는 동민과 마주칠 확률이 무척이나 높았기 때문이다. 동민의 연구실 앞에 서서 준석은 두 번 노크했다.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동민이 책상에 앉아 무언가에 열중해 있는 것이 보였다. 몇 번이나 들어온 적이 있어 익숙한 곳이었지만 준석은 항상 이 방에 들어 올 때마다 처음 들어 온 사람처럼 긴장하며 주변을 살폈다. 양 옆으로 빼곡히 책이 들어차 있는 서재도, 깔끔하게 모든 것이 줄을 맞춰 정리 되어 있는 책상도, 준석에겐 여전히 낯설었다. 책상 위에 수북이 쌓여있는 A4 용지들을 검토하고 있는 꼴을 보아하니 학생들이 낸 중간레포트들을 검사 중인 모양이었다. 조교가 있는데도 동민은 레포트 만큼은 직접 보겠다고 우겼다. 젊은 교수 특유의 패기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준석이 보기에 그건 프로패셔널한 일이었다.
고개를 들어 준석을 힐끗 본 동민은 다시 시선을 떨어트려 레포트를 채점하는데 열중했다.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어 앉아 있었지만 준석은 묘하게 동민이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너무한 거 아니야? 쳐다도 안보네.
난 남의 연구실 구경하고 돌아다닐 정도로 한가한 인간이 아니라서.
벌써 중간레포트를 받아?
그럼 지금부터 받아야지. 난 누구처럼 수업계획서 널럴하게 짜는 사람이 아니라.
그거 꼭 날 겨냥한 말 같다.
말하며 준석은 은근슬쩍 동민의 책상 옆에 걸터 앉았다. 신경 써서 동민이 정리 해 놓은 레포트 더미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조심하며 준석은 고개를 숙여 동민이 보고 있는 레포트를 들여다봤다.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드는 건지 레포트를 보는 동민은 은근한 미소까지 짓고 있었다.
오현민.
레포트 주인의 이름이었다. 흡족한 표정으로 레포트를 다 읽은 동민은 A++ 라고 표지에 적은 뒤 책상 위에 내려놨다. 그제야 준석을 발견한듯한 표정으로 잠깐 준석을 쳐다 본 동민은 다시 손을 레포트 더미 위로 가져갔다. 준석은 굳이 그런 동민을 말리거나 억지로 그 시선을 붙잡아 매지 않았다. 이렇게 조용히 동민을 관찰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준석에게는 충분히 흥미로운 일이었다. 그렇게 레포트를 몇 번 뒤적이던 동민은 결국 집중력이 흐트러졌는지 탁 소리 나게 레포트를 내려 놓고 준석을 노려봤다. 때 마침 동민의 핸드폰이 울리고 문자 내역을 확인 한 동민은 낮게 욕을 했다.
아이씨.
왜 무슨 일인데?
하아.. 이번 학회도 또 혼자 가게 생겼네.
한숨 소리와 함께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동민이 피곤한 표정으로 책상 위에 엎드렸다. 준석은 알듯 말듯한 미소를 지으며 그런 동민을 가만히 내려다 봤다. 예상대로 동민은 그 여자와 함께 학회를 가기로 약속 했던 모양이었다.
그럼 나랑 가면 되지.
내가 너랑 왜 같이 학회를 가야 되는데?
파벌이다 뭐다 말 많은데 한 번 정도 라인정리 해야 되지 않겠어? 우리가 다른 라인이라도 같이 학회에 가면 대외적으로 좋은 모습으로 비춰질 거 아냐. 이번 기회에 총장님한테 점수도 좀 따고.
너나 해라 그런 거.
미련이 남는지 동민은 연신 핸드폰 문자를 확인 하고 또 했다. 준석은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준석이 눈치도 없이 꿋꿋이 책상에 앉아 있자 결국 동민은 핸드폰을 내려 놓으며 말했다.
까짓 거 그래. 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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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이후,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준석은 자꾸만 달력에 눈길이 갔다. 학회 날짜라고 동그라미 처 둔 그 날이 다가 오면 올 수록 어쩐지 점점 긴장이 더해왔다. 언제부터였을까 동민이 이렇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단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교수라 그랬던 것일까. 시작이 어땠는지 준석도 정확하게 기억할 수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준석은 분명 동민에게 어떤 방법으로든 끌리고 있었다. 자신조차 모르고 있던 감정에 대해 분명히 해 준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던 타인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학회에서 진호는 준석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말했다.
잘 지내지?
응, 진호 형. 잘 지내지.
너 말고 동민이형.
잘 지내. 나랑은 라인이 달라서 그렇지.
진호는 여전했다. 학회가 끝나고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오랜만에 소식이나 주고 받을 겸 술집으로 향했다. 몇 마디 나눠보지도 않고서 갑자기 입을 다문 진호는 가만히 준석을 바라보기만 했다.
왜 그래?
너 변했네.
변했다고? 내가?
응. 변했어.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들어 준석은 잠시 굳어 있었다.
동민이 형이 원래 좀 그래. 주변을 잘 변화 시켜.
진호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다시 대화를 이어 갔지만 준석은 그날 집에 와서까지 진호가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해야 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준석은 동민의 주변을 위성처럼 맴돌고 있었다. 동민은 확실히 어딜 가나 튀는 인간이었다. 매력이 없는 인간이라는 소리는 아니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동민에게 흔들리고 있었다는 사실은 꽤나 충격이었다. 심지어 정신을 차려 보니 준석은 어느새 동민과 비슷하게 행동하고 있었다. 이래서야 다른 라인 그런 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준석이 다가가기에 동민은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았고 어느 정도 가지치기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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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 가기로 하기 전날 밤. 준석은 부러 밤 늦은 시간까지 연구실에 남아 있었다. 집에 가서 짐을 싸고 침대에 누워 다음 날 동민과 단 둘이 학회에 갈 생각만 한다는 것은 견딜 수 없었다. 없는 일도 만들어 최대한 피곤한 상태로 집에 가려고 했던 준석의 계획은 연구실 문이 벌컥 열리며 산산이 깨지고 말았다.
동민이었다. 이제 집에 가려는 것인지 옷을 다 갖춰 입은 동민은 서류가방을 들고 성큼성큼 준석의 책상 앞까지 걸어 와 비행기 티켓을 내던졌다.
내일 10시. 인천공항.
진짜 형이 예약했나 보네. 내가 한다니까.
뭐 어려운 일이라고. 내일 보자 그럼.
역시 동민은 용건만 말한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연구실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조급한 마음에 준석은 동민을 불러 세웠다.
형 자리는 어디로 했어?
니 옆자리.
의외네. 붙어 앉는 거 질색할 줄 알았더니.
같이 가는데 그걸 뭐 하러 따로 앉냐.
준석은 한참 동안이나 멍하니 앉아 동민이 문을 닫고 나간 그 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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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준석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동민을 찾았다. 약속시간보다 훨씬 일찍 온 것이지만 동민의 그 성격을 미루어봐서 준석과 비슷한 시간에 도착 해 있을 것 같았다. 예상대로 약속장소 근처에서 동민이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누군가 통화를 하는 것인지 한참 동안 전화를 하던 동민은 전화를 끊고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바닥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측은해 보이기 까지 했다. 항상 당당하던 그 어깨 역시 축 늘어져 있었다. 이걸로 벌써 세 번째였다. 동민이 호감을 보인 여자들의 약점을 알아 내서 몰래 떼어 놓은 것은.
준석은 스스로도 왜 이런 일을 벌이는지 확실한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아마 동민에게 느끼는 그 모든 감정을 압축하면 좋아한다는 감정과 가장 가까운 성격을 띌 것이다. 알 수 없는 현상은 직시하고 해법을 알아 내어 타파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그 동안 답을 알 수 없었다면, 어쩌면 이번에 함께 학회를 가며 이 감정의 본질에 대해 깨달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또 차였나 보네.
어느새 다가온 준석이 동민의 곁에 섰다. 표정을 읽히기 싫다는 듯 동민은 고개를 돌렸지만 좋고 싫음이 명백히 얼굴이 잘 드러나는 동민이었다. 준석은 은근슬쩍 동민의 손목을 잡아 끌며 말했다.
앞으로 학회는 나랑 다니면 되지. 빨리 가자. 형. 비행기 시간 늦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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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 누군가 썸 타는 상대가 나타나면 깽판 쳐서 쫓아내는거 보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씀ㅋㅋㅋ
둘 다 심리학 교수라는 설정으로. 그렇게 장 옆엔 점점 사람이 줄고 준석찡과 같이 학회도 가고 그러다 썸도 타고 뭐 그러겠죠?
기다려준 갓들아 너무 고마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제 딱 두개 남았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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