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씨 싱거워.
부러 술잔을 쾅 하고 내려놓으니 이목이 집중 되었으나 아랑곳 않은 현민은 은근히 언짢은 티를 폴폴 풍겨댔다. 나 지금 언짢아요 매우. 모두 의아한 표정으로 현민을 돌아보는 와중에, 정작 제게 눈길 한번 주지 않는 동민이 일부러 저러는가 싶어 괜히 더 미웠다. 현민이 입술을 쭉 뺀다. 어찌나 능숙한지 모르고 받으면 저도 깜빡 속을만큼 태연히 제게 오는 술잔에 물을 채워 건네는 솜씨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지금도 아무렇지 않게 수진 누나랑 대화하는 것 좀 봐. 현민이 동민을 뚫어져라 바라보다 삐딱하게 테이블에 고개를 올렸다.
쿵쿵대며 맘에 안 든다는 표시를 하는 현민의 행동을 알면서도 묵과한 동민이 이야기를 하면서 슬쩍 현민을 돌아본다. 아까보다 더 마중나온 듯한 입술과 볼록한 볼이 아무래도 제가 남들 몰래 물을 먹인 게 심기가 불편했나보다. 평소 형들과의 술자리라면 빼지 않고 쪼르르 달려나가던 녀석이 떠오르자 한편으로 웃음이 나오면서도 기분이 안 좋았다. 나만 볼 거야. 술 마시고 잔뜩 풀어진 모습을 남들 앞에서 보여주길 원체 죽어도 싫어하는 동민의 성격을 현민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별 말 못하고 얌전히 앉아있는 건 퍽 예뻐해 줄만 하다.
“분위기 루즈해지기 전에 우리 게임할까요?”
타이밍좋게 나온 게임 소리에 현민이 테이블에서 떨어진다. 게임? 현민이 눈을 반짝이며 동참하는 기색을 보이자 자연스럽게 거드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난하게 베스킨라빈스 어때! 말 그대로 무난한 첫 번째 게임 선정에 그다지 반대 의견은 없어 게임은 물 흐르듯 진행되었다.
베스킨라빈스라는 게임의 특성 상 적당히 안정권에 진입하면 편하게 벌칙을 관전하면 되고, 만약 본인이 벌칙 사정권에 들어간다면 숫자를 부르는 이에게 애교를 부려 살살 넘어가는 게 보통 현민의 사정이었다. 처음 게임에선 형 사랑합니다, 혹시 원빈 아니세요? 하고 웃고 갈만한 아부에도 장난스레 연승은 현민에게 마지막 숫자 31을 넘겨주었다. 물론 현민은 그때까지만 해도 다같이 신난 분위기에 맞춰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폭탄주를 넘겼다. 사실 지금껏 넘겨온 술잔은 전부 물이었기 때문에, 이제 막 처음으로 넘어가는 폭탄주가 살짝 위에 부담스러운 느낌은 있었다.
그런데 상황은 이상하게 돌아갔다. 두 번째로 돌아온 벌칙 위험에서, 연속 폭탄주를 마시기엔 무리가 있어 안절부절한 표정인 현민이 귀여운지 다들 한통속이 되어 벌칙주를 몰아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같은 게임이 세번 째 반복됐을 적에, 알면서도 29를 외친 연주에 이어 유현이 30을 외치며 다시 한번 게임은 현민의 벌칙으로 이어졌고, 울상이 되어 내리 폭탄주를 들이킨 현민의 볼따구가 주걱으로 뺨 맞은 흥부마냥 슬슬 발갛게 달아올랐다.
“현민이 봐! 진짜 귀여워!”
“복숭아 이모티콘 같네.”
킥킥대는 형들이 얄밉지만 하는 수 없이 현민이 애처롭게 호소했다.
“형님들…. 저 진짜 울렁거려서 힘들어요. 죽을 것 같은데…?”
현민의 손이 제 옆의 동민의 허벅지를 짚었다. 정신을 차리려 애썼지만 동민의 눈엔 현민이 벌써부터 헤롱헤롱 하는 것 같았다. 최대한 내색은 안 하려고 했음에도 절로 미간이 찌푸려진다. 아, 씨, 오현민.
“야, 흑기사 내가 해줄게. 현민이.”
“오 동민이 형. 소원을 어떤 걸 빌려고?”
동민의 재치있는 소원을 기대라도 한 건지 한껏 분위기를 띄우며 들뜬 표정들이 무색하게 동민이 짜증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오현민, 이제 집 가.”
듣고 있는 건지 잔뜩 빨개진 얼굴로 날숨만 크게 내쉬던 현민의 눈이 뜨여질 생각을 하질 않았다. 푹 한숨을 쉰 동민은 제 앞에 갓 만들어진 폭탄주가 줄줄 흐르는 잔을 주저없이 꺾었다. 제 옆에서 정신 놓고 쓰러져 있는 현민을 보자니 이미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녔다. 당장 일어서, 라며 재촉하는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현민의 기억이 끊겼다. 잘게 떨리던 속눈썹도 아주 감긴다.
정신이 드는 건 철커덕 하고 잠기는 자동차 소리부터였다. 아주 옅게 느껴지는 익숙한 담배향이 아마도 동민의 벤인 듯 싶어 현민이 눈가를 부비며 상체를 들었다. 혀엉….
“지금 매니저 불렀어.”
운전석에 앉은 동민이 부스럭거리는 기척에 현민을 돌아봤다. 여즉 가라앉질 않은 술기운 때문인지 볼이며 코 끝이나 눈가와 입술이 죄다 빨갰다. 동민이 가지고 있던 숙취음료 뚜껑을 열어 현민에게 건넨다.
“너 집까지 데려다 줄 거야.”
“형은…? 같이 안 가는 거에요?”
현민의 어딘지 모르게 퉁명스런 말투에 쓱 표정을 살핀 동민이 고개를 저었다. 너 걱정되니까 나도 따라 들어가야겠어. 근데 지금 바로는 못 가고, 자리 대충 계산하고 정리하고.
“누가 그렇게 주는 술 다 마시래.”
“에이 무슨…형이 주는 물만 잔뜩 먹었는데!”
“폭탄주 엄청 먹었잖아.”
그건 게임이여서 어쩔 수 없다며 억울하게 말하는 현민의 머리를 가볍게 밀친 동민이 되려 까칠하게 대꾸했다.
“내가 기다리면서 계속 눈치 줬잖아. 얼른 날 흑기사로 불렀어야지.”
…왜 그렇게 나 술마시는 걸 싫어해요. 부르퉁하게 입을 다문 현민이 답을 바란 건 아니였는지 이내 손에 꼭 붙든 숙취음료를 목 안으로 넘겼다. 효과가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오현민. 가는 길에 더 자.”
다정한 동민의 목소리를 따라 당연하게 고개를 든 현민의 시야가 순간 어두웠고, 동민이 이끄는 대로 고분고분히 따라간 얼굴에는 눈 깜짝할 새 가벼운 뽀뽀가 남겨졌다. 쪽.
“애, 애, 애…기 다루듯 하지 말라니까요, 형!”
“애기 다루듯 한 거 아닌데? 그냥 한 거야 하고 싶어서.”
말을 고르는데도 당황함에 어버버거리는 현민에게 동민은 실컷 능청스러운 태도로 응수했다.
“왜 그렇게 너 술 마시는 걸 싫어하냐고?”
“…….”
“글쎄. 잘 생각해봐. 우리가 어쩌다 이 짓을 처음 하게 됐는지.”
유유히 운전석 문을 닫고 떠난 동민의 행동에 멍해져있던 현민이 문득 정신을 차렸다. 고개를 휘휘 젓고 생각해보자, 불분명한 것들이 향유하는 머릿속에 분명히 떠오르는 기억 하나가 있었다. 동민을 포함해 다같이 술자리를 가졌던 날, 담배를 피우려 자리에서 빠진 동민을 쫒아 나가….
‘담배 피우지 마요.’
그 때 의외로 동민은 군말없이 불을 끄며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더란다.
‘끊으면 어떤 보상이 생겨, 나한테는?’
‘뭘…해줄까요.’
알코올이 들어가서 자신이 생겼던지 평소와 다르게 동민을 빤히 바라보던 현민이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이며 갸르릉거리는 음성으로 말을 건넸다.
‘입술 박치기라도 해주까요?’
새끼 고양이의 도발은 직격타였다.
술자리만 가면 알게모르게 단속쩌는 장
왜냐면 현민이가 술마시면 헤롱헤롱 애교도 많고 스킨십도 많아지기 때문에..
알고보니 장오의 진전도 술마시고 이뤄졌다 카더라 그래서 불안한 보수킹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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