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창한 아침이 밝았습니다. 진호네 집은 오늘따라 아침부터 바쁜 것 같군요? "엄마아! 내 스카프 못봤어요?" 진호의 옷차림이 평소와는 다른 것 같네요?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파란색 옷으로 도배를 했습니다. 오른쪽 가슴에는 '한국스카우트연맹'이라고 박혀 있네요. 아, 오늘이 컵스카우트 선서식 날인가봅니다. 파란 셔츠에 파란색 바지, 파란색 양말까지 챙겨신고 어머니께서 스카프까지 돌돌 말아 둘러주시니 꽤나 멋스럽습니다. 파란색 모자까지 푹 눌러 쓴 진호가 전신 거울 앞에 서서 씨익 웃습니다. 올해 3학년이 되어 공식적으로는 처음 단복을 입은 대원치고는 원래 제 옷이었던 것처럼 잘 어울리는군요. ..물론 키가 클 것을 대비해 조금 긴 바지 길이를 제외하곤 말이죠. "다녀오겠습니다!" "잘 다녀와. 차 조심하고, 길 조심하고, 사람 조심하고. 알겠지?" "엄마 나도 이제 다 커써요. 열 손가락 다 꽉 채웠는데. 아 마자, 엄마 이따 선서식 때 꼭 올거지요?" "응응, 이따 꼭 갈게. 선서식도 중요하지만 오늘 학교 수업도 열심히 들어야 해요?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자, 새끼손가락. 약속." "응, 약속!" 잔뜩 들뜬 진호가 엄마와 새끼 손가락을 꼭꼭 걸고 약속합니다. 엄마께서 건네주는 가방을 매고 실내화 주머니까지 잊지않고 챙긴 후 엄마의 볼에 쪽 하고 뽀뽀를 하곤 도망치듯 집에서 빠져나오는 진호입니다. 덕분에 오늘도 엄마의 얼굴엔 웃음꽃이 잔뜩 피었습니다. 실내화 주머니를 새차게 앞 뒤로 흔들며 학교로 향하는 진호는 집 앞 놀이터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아무래도 놀이터에 누군가가 있는 모양입니다. 집에서 평소보다 일찍 나온 것을 떠올린 진호는 잠시 망설이다가 놀이터 흙바닥에 쭈그려 앉아있는 아이에게 다가갑니다. "현민아. 여기서 모해?" "어! 진호형아!" 누군가 했더니 진호의 동네에 사는 동생인 현민이군요? 진호가 말을 걸자마자 예쁘게 웃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진호를 반겨줍니다. 아직 7살인 현민이는 유치원에 갈 시간이 멀었는데 왜 벌써 나와있는 걸까요? 진호 또한 그것이 궁금했는지 현민이에게 물어봅니다. "나 오늘 너무 일찍일어났어. 그런데 심심해서 엄마 쫄라서 나왔어. 그런데 아무도 없어서 심심했어. 그런데 이제 형아 만나서 좋다!" 현민의 말을 듣고 진호가 주위를 둘러봅니다. 아, 저 멀리 벤치에서 현민이네 엄마가 현민이를 지켜보고 있었군요! 궁금증이 해결된 진호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현민이의 표정이 심상치 않습니다. 진호를 계속 뚫어지게 쳐다보던 현민이 진호의 옷을 끌어당기며 진호에게 물었습니다. "근데 형아, 이 옷 머야? 되게 머싯다!" "어 이거 컵스카우트 단복이야." "컵스카우트? 우와 그거 뭐야 나도 할래!" "안대 넌 너무 어려서 안대. 이건 형아처럼 크고 똑똑하고 쎈 사람만 할 수 있는거야." "그럼 나도 형아만큼 커지면 그거 입을 수 있어?" "큰거만으로는 안댄다니까! 형아만큼 쎄야대!" 둘의 모습을 바라보는 현민이의 엄마는 웃음을 참느라 혼이 납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둘다 작기만 한데 말이죠. 어, 그런데 이렇게 오랫동안 있으면 학교에 지각할텐데요? "씨.. 알겠어. 나도 빨리 커서 형보다 더 쎄져서 더 멋진 옷 입을거다. 근데 형아 학교 안 가?" "..어, 큰일나따!! 현미나 안녕 이따바!!! 나 갈게!!!" 갑작스럽게 뛰어가는 진호를 보고 벙찐 현민이가 뒷모습에 대고 손을 흔듭니다. 우리도 같이 인사해줄까요? 잘 다녀와, 진호야! - 공부하기 싫을땐 글이 술술 써지는 매직! 원래 문체가 딱딱한 편인데 귀여운걸 쓰려니 손발이 오그라드는데 귀여워.. 허허 그런데 컵스카우트 단복이 바꼈다면서요? 파란색이 아니라니..민트라니... 보이스카우트에서 컵스카우트로 바뀐건 알았는데 민트.. 하지만 난 파란 단복 입은 진호가 보고싶다(단호)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