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즈 카지노로 가는 버스 22번 좌석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혹자는 그가 전설적인 노름꾼이라고도 했고, 라스베가스 카지노에서 카드카운팅을 하다 걸린 이후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자기를 받아주는 카지노를 전전하는 불쌍한 신세라고도 했다. 그를 둘러싼 소문은 무수히 많았고, 아무도 그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 분명한 건 그가 허술해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블랙잭 테이블에만 앉으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는 거였다. 한번이라도 그가 블랙잭을 하는 것을 본 사람은 누구든지 그에게 매료되었다. 버스꾼 노릇을 때려 치고 전문적인 갬블러로 나서보라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럴 때 마다 그는 그저 웃기만 했다. 그가 카지노에 머무르는 시간은 정해 져 있었고 여느 버스 꾼들처럼 브루클린으로 돌아가는 버스 시간을 꼬박꼬박 지켰다. 가져간 밑천을 전부 다 잃은 날이면 좀 더 일찍 카지노를 나와 주변을 걸었고, 계속해서 따는 날이면 조금 더 테이블에 오래 앉아있는, 겨우 그 정도의 유연함이었다.
계속해서 딸 수 있는데도 미련 없이 테이블을 떠나는 그에게 돌아가는 이유에 대해 물으면 아픈 동생이 기다리고 있어 집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카지노에서 딴 돈을 아무렇게나 써 버리는 다른 노숙자들과는 달리 정말 꼬박 통장에 저금했고, 아주 가끔씩으로만 밑천으로 활용했다. 때문에 전문 버스꾼들 사이에서는 이 주장이 꽤나 신빙성을 얻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아픈 동생을 실제로 본 사람은 없었으며, 그가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 조차 알지 못했다. 버스꾼들은 그냥 그를 22번이라고 불렀고 그를 조금 더 잘 아는 사람들은 그를 홍이라고 불렀다. 그는 열 손가락의 지문이 없었고, 때문에 맨하튼 러시아계 지하 조직의 끄나풀인 한인 마약밀매상 소속이라는 소문도 끊임없이 돌았다. 언제나 22번 좌석에 앉아 무심한 얼굴로 바깥 풍경만 바라보고 있는 남자. 튄다면 튄다고도 할 수도 있는 동양인. 그게 홍진호였다.
뉴욕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샌즈카지노는 중국계 버스회사와 계약을 맺고 아시아인들이 많은 브루클린, 차이나타운과 플러싱을 중심으로 버스를 운행했다. 갈 곳없는 노숙자들이 이 버스의 주요 고객이었고, 버스가 도착하면 카지노에서는 모든 고객들에게 45불 상당의 슬롯머신 게임머니가 든 쿠폰을 지급했다. 노숙자들은 이 쿠폰을 현금 40불에 팔았고 버스비 15달러를 빼면 한 번의 버스 왕복으로 25불이 남았다. 하루 두 번 이 버스를 타고 15시간 이상을 버스와 카지노에서 지내는 사람들에게는 버스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진호는 이 버스꾼 중 한명이었다.
슬롯머신 게임머니를 팔고 남은 차액을 모아 기본 배팅액이 되면 진호는 블랙잭 테이블로 갔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진호는 이 카지노의 명물이 되어 있었다. 가끔 돈 많은 손님들이 진호에게 도전장을 내밀 때도 있었다. 그럴 때 마다 진호는 진심으로 승부에 응했고 손님들은 대부분 만족해서 돌아갔다. 돈줄이 되어 줄 VIP들의 돈을 털어가는데도 카지노가 진호의 존재를 눈감아주고 있는 것은, 아마 그 조차도 제공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의 일종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었다. 아시아계 노숙자들을 버스에 태워 홍보를 하는 만큼 이 카지노는 그 정도의 융통성은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진호는 그 융통성이 마음에 들었다. 어차피 버스꾼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한정 되어 있었고, 카지노에 머무르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진호는 여러모로 블랙잭 테이블에 머무르는데 제약이 따랐다. 이 암묵적인 제약과 룰을 서로 깨트리지 않는 것. 그게 진호가 이 카지노에 오래 붙어있을 수 있는 이유였다.
동민을 처음 만날 날 진호는 그가 그저 그런, 자신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다른 VIP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 했었다. 짙은 남색 아르마니 수트, 태그호이어 시계. 온 몸을 명품으로 휘감고 나 돈 많다고 자랑하지 못해 안달 난 사람 같았으니까. 이런 유형은 보통 진호에게 시비를 걸다 초반에 쓸데없이 돈을 많이 잃는 경우가 허다했다. 진호는 무심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도전적인 눈빛을 보내거나 도발을 하기 마련인데 그는 도리어 알듯 말듯한 묘한 웃음을 흘리며 진호를 탐색하듯 보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남는 테이블이 많은데도 이 곳으로 와 그것도 진호의 옆 자리에 앉는다는 것은 분명 도전의 의미였다. 그런데 먼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진호를 살피기만 하는 것이 어딘가 마음에 걸렸다. 도전장을 내미는 사람은 보통 상대를 이기려는데 집중하지 한 발 물러서서 관찰하려는 태도를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동민은 마치 승부의 결과가 정해져 있고 진호의 반응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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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밑에 쓰니가 써준 설정 보고 마음에 들어서 써봤는데 여기까지 쓰고 지쳐서 나가 떨어짐.
쓰니야 미안해...........잘 살려서 해주고 싶었는데. 원래 밑에 리댓으로 달았다가 너무 길어서 걍 따로 뺌.
카지노에서 사는 것 처럼 지내는 콩한테 난 발려따......재벌장을 무너트리는 콩 같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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