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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장으로 콩가수와 장사장 같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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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 진호는 라이터 뚜껑을 열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삽시간에 연기가 공중으로 퍼져 오른다. 손을 내저어 연기를 흩어보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동민은 실내에 담배냄새가 배는 것을 지독히도 싫어했다. 진호가 동민의 집에서 담배 피우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안 뒤부터는 그나마 있던 재떨이마저 치워버렸다. 지금도 진호는 화분 받침을 임시 재떨이 삼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중이었다. 동민은 진호가 담배 피우는 것을 싫어했다. 가수가 목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동민은 진호의 담배를 몰래 버리는 대신 라이터를 치워버렸다. 담배를 태우기 위해서 진호는 꼬박 편의점을 들러 500원짜리 라이터를 사야 했다. 

빨주노초파남보 색색깔 라이터를 하나씩 다 사보기도 전에 진호가 라이터를 사는 게 귀찮아져서 담배 피우는 것을 그만두길 바랬던 거였다. 진호는 동민의 바램 대로 담배를 끊는 대신 더 간단한 방법을 찾아 냈다. 바로 동민의 라이터를 훔치는 거였다. 촬영이 있을 때 마다 매니저도 아니면서 꼬박 촬영장에 데려다 주는 동민이 잠시 방심한 틈을 타 진호는 간단히 동민의 외투에서 은색 지포라이터를 훔쳐낼 수 있었다. 그게 벌써 3년 전 일이다. 라이터가 망가질 때 즈음 고치고 또 고치며 진호는 이 라이터를 꽤 오랫동안 써 왔었다. 닳고 닳은 라이터를 보니 어쩐지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이 라이터를 쓰는 것도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이 되겠지. 


마지막이니까. 진호는 라이터를 껐다 켜기를 반복한다. 라이터 끝에서 불꽃이 점멸하듯 튀어 올랐다. 사라지는 것을 보던 진호는 문득 이대로 손을 놓아버리면 어떨까 하고 생각한다. 동민이 아끼던 흰 카펫부터 시작해서 방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이 다 새카맣게 타 버리겠지. 시뻘겋게 혀를 날름거리는 불길이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꼴을 보면 이 마음도 조금은 놓여질까. 동민은 모든 게 재가 되어버린 집 앞에 와서 어떤 얼굴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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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이 울려 휴대폰을 보자 동민의 문자메시지가 와 있었다. 미안. 회의가 길어지네. 조금만 더 기다려. 진호는 허탈한 한숨을 내 쉬었다. 어제 진호는 다른 기획사 사장과 미팅을 가졌었다. 이런 정보를 캐내길 좋아하는 기자들이 사진을 몰래 몇 번이나 찍어 간 덕분에 오늘 포털사이트 연예부분은 진호의 소속사 이전 문제로 내내 시끄러웠다. 틀림없이 기사를 봤을 텐데도 동민은 오늘 하루가 다 가도록 진호에게 이렇다 할 말이 없었다. 도리어 진호쪽에서 먼저 동민에게 할 말이 있다며 말을 걸었다. 동민은 오늘 중요한 미팅이 저녁에 잡혀 있으니 집에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 여느 때와 다름 없는 모습을 하고 있는 동민에게서 진호는 아무것도 읽어낼 수 없었다. 



그렇게 진호는 동민의 집으로 와 하염없이 동민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렇게 오지 않는 동민을 기다린 적이 벌써 몇 번인지 진호는 세는 것을 포기했다. 어쩐지 버려지고 잊혀진 짐짝이 된 것 같아 진호는 조금 서러워졌다. 그러니까 이렇게 동민이 싫어하는 담배도 필 권리가 조금은 있는 거라고 진호는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런 날이면 진호는 동민을 처음 만난 날을 회상했다. 이제 막 가을이 시작되려던 쌀쌀한 어느 홍대의 밤. 한 구석진 클럽에서 진호는 동민을 처음 만났었다. 아직 명함도 없던 동민은 진호가 노래 부르는 것을 보자마자 대뜸 목소리가 좋다며 자기가 책임지고 데뷔시켜주겠다는 말도 안 되는 딜을 걸어왔다. 가진 거라고는 밴 하나가 전부였던 동민을 도대체 뭘 믿고 덥석 그 제안을 받아들였는지 진호는 지금 와서 돌이켜봐도 스스로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확실한 건 그날 진호는 동민이 제시하는 그 허무맹랑한 꿈같은 미래를 모두 믿었고, 실제로 동민은 진호에게 내건 그 모든 약속을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동민이 만들어 준 음반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고 진호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매니저 하나 없이 동민은 발로 뛰어 진호의 모든 스케줄을 잡아 왔다. 회사에 다른 가수들이 들어오고 어느 정도 안정적인, 중견급 회사가 된 뒤에도 동민은 꼭 진호만큼은 손수 운전해서 데리고 다녔다. 손바닥만한 사무실에서부터 단 둘이 시작해서 그랬을까. 동민이 진호에게 가지는 애정은 그만큼 각별 해 보이는 듯 싶었다. 한때 그런 애정을 사랑이라고 착각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진호가 보기에 동민은 그냥 곁에 사람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게 진호든 아니든 그 누구라도 상관이 없어 보였다. 동민이 진호를 사랑하는 동생 그 이상으로 보고 있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진호는 밑바닥이 꺼지는 듯한 절망을 느껴야 했다. 진호가 동민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은 그만큼 강렬했다. 단순히 좋아한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진호에게 있어서 동민은 그가 온전히 몰두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 그 자체였다.



올라간 것만큼이나 내리막은 진호에게 빨리 찾아왔다. 이 바닥이라는 게 그렇게 잔인하고 냉정했다.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내놓지 못하면 대중들은 스타 따위는 쉽게 잊어갔다. 매일매일 새롭고 신기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굳이 매력도 없는 구제품은 돌아 볼 필요조차 없다는 거겠지. 슬럼프라는 긴 시간 동안 진호는 술독에 빠져 살았다. 하루에 두 갑씩 피워대던 담배는 그새 더 늘어 진호는 30분에 한번 담배를 물지 않으면 손을 덜덜 떨 지경에 이르렀다. 술집에서 취해 행패를 부리는 진호를 동민이 억지로 차에 태워 자기 집으로 데려 오는 일이 몇 번이나 반복됐다. 다음날 아침이면 동민은 진호에게 손수 끓인 죽을 먹였다. 이게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따뜻한 죽을 목구멍에 밀어 넣고 있으면 어쩐지 마음이 위로 받는 것 같았다. 



그 찰나의 온기를 조금이나마 더 느끼고 싶어 진호는 이런 일을 몇 번 더 반복했다. 참다 못한 동민은 진호에게 금주령을 내렸다. 한번 더 밖에서 술 고 돌아다니는 꼴을 보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 이후로 진호는 회사 안에서만 술을 마셨다. 동민이 술을 다 없애버리면 손님 접대용으로 동민이 사무실에 남겨 둔 술을 끝끝내 찾아 먹었다. 진호는 동민의 사무실 쇼파 위나 회사 라운지에서 술에 취해 종종 누워있곤 했다. 그러는 동안 동민은 진호가 술 먹고 치고 다니는 사고를 수습하고 다니느냐고 바빴다. 



어느 정도 상황을 수습한 동민은 누워있는 진호를 녹음실로 데려가려고 했다. 진호는 동민이 붙여 준 보컬트레이너를 바람맞히거나 술에 잔뜩 취해 녹음실에 가는 것으로 응수했다. 그때마다 동민은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 진호는 그런 동민을 견딜 수가 없어 부러 냉정하게 굴었다. 동민의 그런 얼굴을 볼 때마다 진호의 속은 만신창이가 되다 못해 무감각해져 가고 있었다. 나를 좋아해주지 않는 상대가 나 때문에 상처받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그토록 끔찍한 기분이었다. 동민이 이유를 물어와도 진호는 결코 솔직하게 대답할 수 없었다. 거절당하는 것이 두렵다는 이유 말고도 말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었다. 

동민이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일을 하는 동안 진호는 곁에서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었다.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며 자신을 받아주는 동민을 힘들게 하는 것이 전부였다. 진호는 자기 감정을 이런 식으로 밖에 표현할 줄 몰랐다. 이제 와서 동민에게 솔직한 감정을 말해 봤자 동민이 그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리도, 받아 들여줄 리도 없었다. 동민은 점점 살이 빠져갔고 진호는 그런 동민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다가가서 껴안기엔 스스로의 상처가 너무 아팠고 그렇다고 멀어지기엔 마음의 준비가 아직 되지 못했었다. 




그 무렵, 동민은 현민을 데려왔다. 떨어지는 회사의 주가를 올리기 위한 임시방편이라기에 현민은 지나치게 뛰어난 보석 같은 존재였다. 진호의 눈에도 그 가능성이 보일 정도니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예상대로 현민은 대중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현민은 어떻게 해야 사랑을 받을 수 있는지 잘 아는 영리한 아이였다. 동민은 지금까지 쌓아 온 모든 경험을 털어 현민에게 집중했다. 아직 어리기도 했고, 현민은 유독 동민의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아무렇지도 않게 소화해내는데 능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 통한다는 말은 이런 때나 쓰는 말이었다. 찢어놓기엔 지나치게 행복해 보이는 그 둘을 볼 때마다 진호는 묘한 기분과 함께 놀라곤 했다. 동민이 저런 표정도 지을 줄 아는 사람이었나 싶었기 때문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봐도 동민이 진호의 곁에서 저렇게 밝은 모습을 보였던 적은 없는 것 같았다. 아니면 너무 오래 전이라 기억이 나질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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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민이 잘 나가는 동안 진호는 그 그늘에 서서 더 비참함을 느껴야 했다. 녹음실에 들어가기 위해 진호는 몇 번이나 줄담배를 피워야 했다. 도망가지도 그렇다고 머무르지도 못하는 진호는 점점 더 날을 세우고 다녔다. 딱 한번, 현민이 신인으로 데뷔했을 적에 자신의 데뷔 때가 생각난다고 말했던 경솔한 인터뷰 때문에 안 그래도 진호는 현민과 비참할 정도로 비교를 당하는 처지였다. 현민은 진호를 존경하고 따르는 한편으로 진호가 술을 먹고 뻗어있는 모습은 진심으로 한심히 여겼다. 동민은 진호가 스케줄을 펑크 낼 때마다 현민이를 대신 내보냈다. 그게 또 진호에게는 아픈 상처가 되어 돌아왔다. 그날도 진호는 녹음실을 가는 대신 술에 취해 있었고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현민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형. 녹음실 안가요? 동민이형이 잡아놨던데. 

현민은 동민을 형이라고 불렀다. 회사에서 동민을 형이라고 부르는 동생은 무수히 많았지만 현민이 부르는 형이라는 말은 조금 더 각별했다. 

녹음실은 내가 알아서 가.

동민이 형이 형 걱정 많이 하던데.

오현민. 요즘 잘 나가니까 위아래 구분 없지? 

형은 몰라요. 동민이 형이 어떤 마음으로 매번 그 녹음실을 잡는지.

말보다 먼저 주먹이 나갔다. 가만히 앉아 현민을 노려보던 진호는 기어코 손을 올렸다. 그 녹음실 한번 잡는데 금액이 얼만지 아냐고, 안쓸꺼면 후배들을 위해서 비워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진호는 현민이 하지 않은 말 까지 다 들리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참을 수 없었던 것은 현민이 진호와 동민 사이의 일을 다 안다는 듯 말하는 그 태도였다. 동민이 속내를 말해주지 않아 진호 역시 동민의 마음을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진호는 그 녹음실에서 밖에 녹음을 안 했고 동민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현민의 터진 입술에서는 피가 났다. 잘 생긴 얼굴 한쪽이 빨갛게 부어 올랐다. 때 마침 회사에 들어 온 동민이 둘 사이로 뛰어들지 않았다면 진호는 몇 대나 더 현민을 때렸을지 스스로도 자신이 없었다. 동민은 달려와 현민의 얼굴부터 살폈다. 조심스럽게 현민의 얼굴을 어루만지는가 싶더니 동민은 진호에게 상황은 묻지도 않은 채 현민의 스케줄을 빼는 전화부터 돌렸다. 

넌 내가 올 때까지 기다려. 

동민은 진호에게 그 말만 남긴 채 현민을 데리고 병원으로 가 버렸다. 그날 내내 동민은 현민의 곁을 지켰다. 동민은 끝내 다시 회사로 돌아오지 않았고, 진호는 다음 날부터 녹음실에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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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로 진호는 내려 놓을 준비를 했다. 이번에 낸 음반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면 가수고 뭐고 다 때려 칠 생각이었다. 다른 기획사 사장이 만나자는 것도 아무 생각 없이 만난 거였다. 기자들이 사진을 찍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버려 둔 것은 동민의 반응이 궁금해서였다. 그러나 동민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고, 도리어 평소같이 굴었다. 진호는 스스로 결론지을 수 밖에 없었다. 더 이상 동민은 진호가 무슨 일을 하던 궁금하지 않은 거라고. 

진호는 자리에서 일어 나 동민의 방으로 갔다. 깔끔한걸 좋아하는 성격답게 정돈이 잘 되어있는 방이었다. 회사에 소속 된 가수들은 회사 내에서만큼은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소신답게 동민의 방 안에는 회사 소속 가수들의 포스터나 앨범들이 균등한 비율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다른 회사들처럼 잘나가는 가수를 밀어주는 쪽이라면 아마도 이 방안이 현민의 물건으로 가득 차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자 동민의 그런 고집이 쓸모가 있을 때도 있다는 생각이 조금은 들었다. 



진호는 테이블 위에 올려 진 스카치가 담긴 술병을 바라봤다. 지난번에 방문했을 때 보다 꽤 술이 줄어들어 있었다. 잔을 들어 냄새를 맡자 방금 술을 마신 것처럼 독한 위스키 냄새가 진동을 했다. 어제 혼자 무슨 술을 그렇게 마셨던 걸까. 테이블을 지나 진호는 동민의 책상 앞으로 갔다. 항상 잠겨있는 맨 위의 서랍은 오늘도 잠겨 있었다. 이 집에 언제 다시 오게 될지 몰라 진호는 오늘은 서랍을 열어보기로 결심했다. 동민의 성격상 서랍 열쇠를 방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보관할 것 같지는 않았다. 몇 번의 탐색 끝에 진호는 화분 아래에서 서랍 열쇠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열쇠를 돌리고 서랍을 열자 기대했던 것 과는 달리 낡은 편지와 공CD가 안에 들어있는 물건의 전부였다. 편지를 열어 보니 진호가 오래 전 동민의 생일날 준 바로 그 편지였다. 생일선물로 뭘 받고 싶냐는 진호의 물음에 동민은 손편지라고 대답했었다. 편지 쓰는 것을 정말로 싫어하는 탓에 할말을 억지로 짜내어 더듬더듬 썼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진호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이게 뭐 대단한 거라고 열쇠까지 잠궈놔. 정말 중요한 물건은 옆에 있는 공CD인 것 같았다. 공CD는 날짜 말고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진호는 거실에 DVD플레이어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 해 냈다. TV를 켜고 DVD플레이어에 CD를 집어 넣자 몇 번 검은 화면이 깜빡이더니 곧 또렷해졌다. 진호는 쇼파에 앉아 멍하니 TV를 바라 봤다. TV 화면에는 아주 오래 전 첫 녹음실에서 기타를 껴 안고 녹음을 하던 홍진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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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실을 잡기 위해 동민은 여러 명에게 어려운 부탁을 해야 했다. 첫 녹음을 하게 된 날 동민은 캠코더를 가지고 녹음실로 찾아 와 이 역사의 현장을 카메라로 찍어 남겨야 한다고 우겼다. 진호가 녹음을 하는 동안 동민은 내내 카메라를 들고 서 있었다. 그 결과물이 이렇게 CD가 되어 동민이 보관하고 있을 줄은 진호는 꿈에도 몰랐다. 진호는 벌써 아득해져 버린 그 날의 기억들을 동민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돌려봤던 것이다. 어색한 듯 연신 카메라 쪽으로 시선을 던지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코 끝이 찡해져 왔다. 진호는 차마 더 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형이 끝까지 간직하고 싶었던 게 이거였어? 마지막까지 동민은 잔인한 사람이었다. 이러면 마음 놓고 떠날 수도 없었다. 진호는 TV를 끄고 한동안 소리를 죽여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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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도어락키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동민이 집 안으로 들어 왔다. 미팅이 길어진다고 말했으면서 손에는 케잌과 샴페인을 들고 있었다. 밖에 비가 오는지 동민이 들고 들어온 우산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진호는 동민의 우산에서 떨어져 내리는 빗물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동민은 방 안에 외투를 던져 넣은 뒤 진호의 앞에 케잌부터 세팅했다. 화분 받침에 가득한 담뱃재는 힐끗 보고 눈살을 찌푸릴 뿐이었다. 동민은 성냥을 그어 케잌에 꽂힌 초에 불까지 붙였다. 

축하해. 

뭐를. 

야이씨, 너 핸드폰도 안 보고 뭐했냐? 

동민은 손수 핸드폰을 열어 진호에게 들이 밀었다.

보여? 실검, 음원차트 1위. 니 말대로 마케팅 빵빵하게 때리지 않은 게 나았던 것 같아. 팬들이 순수하게 노래로만 승부한다고 오히려 더 좋아하더라. 

그래.

좋은 소식 하나 더 있어. 내가 너 나가라고 아주 죽여주는 예능 하나 잡아놨거든. 오늘도 그 미팅하고 온 거야. 

형, 그 기사는 봤어?

일렁이는 촛불을 가만히 보고 있던 진호가 동민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응, 봤어.

근데..근데 아무렇지도 않아? 

동민은 대답대신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입술을 깨물었다. 언뜻 상처받은 듯한 표정이 얼굴 위를 스쳐 지나간다. 진호는 이럴 때 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진호가 떠나려고 하는 것을 알아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아무렇지 않은 것인지 동민의 의중을 가늠하기 힘들었다. 동민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지금 진호를 마주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 동민은 한번도 속 시원히 자기 마음을 털어놓은 적이 없었다. 항상 오지 않는 대답을 기다리며 초조해야 했던 건 진호였다. 그 마음을 추측하는 것도, 그 깊이를 재보는 일도 진호는 전부 지쳐버렸다. 진호는 한숨을 내 쉬었다. 오늘은 말을 해야 했다. 그런데 목이 메어 말이 단어가 되어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대신에 진호는 전혀 엉뚱한 말을 하고 말았다.

좋아해, 형




동민의 눈빛이 일순 흔들리는가 싶더니 묘한 표정을 한다. 진호는 어쩌면 동민이 이미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민은 고개를 숙이고 진호를 마주보지도 못한 채 어쩔 줄 몰라 했다. 진호는 동민의 이런 반응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거절당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내 뱉은 고백이었다. 떠나기 전에 그래도 한 번 정도는 이 마음을 말하고 정리 할 시간이 진호에게도 필요했다. 

흐음.

고백을 받은 것이 그렇게 충격적이었는지 동민은 이를 악물고 이상한 소리까지 냈다. 순간 진호는 동민이 혹시 미안해서 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억지로 고개를 들게 하자 동민은 정말로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단지 웃음이 터져나갈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점이 진호의 예상과 다른 부분이었다. 

너 되게 늦게 말한다? 

동민은 웃음을 참다 못해 새빨개진 얼굴로 말했다. 동민은 끅끅거리며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아내는 중이었다. 진호는 상황이 이해가 되질 않아 머리가 멍해졌다. 고백한 게 그렇게까지 웃긴 일인가 싶어 돌아보면 동민이 고백 자체를 비웃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당장이라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홍진호 저거 저 멍 때리는 표정 보라며 깔깔거리고 웃고 싶은 것을 참고 있는 것 같았다. 

뭔 소리야. 

동민은 진호가 아니라 켜져 있는 DVD 플레이어를 보고 있었다. 

너, 내 책상 서랍 열어 봤더라? 저거 끝까지 안 봤지? 

진호가 뭐라 대꾸할 틈도 없이 동민은 리모콘을 집어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TV가 켜지고 아까 진호가 보다 만 동영상이 마저 재생되기 시작했다. TV 속 지금보다 조금 더 젊은 진호는 이제 녹음실 쇼파에 앉아 기타를 끌어 안고 있었다. 녹음을 다 마치고 그새 술이라도 마셨는지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풀어져있었다. 웅얼이며 화면 속 진호가 말한다. 



그거 알아 형? 그 날, 형이 나한테 같이 일해 볼 생각 없냐고 했던 날. 사실 나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돌아가려고 했어. 그 날, 밤기차 타고 내려가는 거였는데.. 마지막으로 원 없이 노래나 불러보다 가려고 했었지. 음악 한답시고 집이나 뛰쳐 나온 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아들을 그래도 자식이라고 겨우겨우 부탁해서 일자리 하나 얻어놨다고. 이제 그만 집으로 들어오라고 했거든.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이 길 이젠 미련 없이 접으려고 했었지.


근데 그 때, 형이 나타난 거야. 나더러 가능성이 보이는 놈이라면서. 형도 나도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날 형이 하는 말은 하나도 거짓말 같지가 않았어. 나 데뷔시켜주겠다는 말. 음원 1위는 쉽게 할거라는 말. 지금 제일 잘 나가는 예능에서 너도나도 날 데려가고 싶어 안달나게 해주겠다는 말. 그 말을 그 땐 왜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 아니, 난 지금도 믿어. 형이 정말 그렇게 할거라는 거. 어쩌면 난 누군가 나타나서 나한테 그렇게 말해주길 쭉 바래 왔는지도 몰라. 그 날, 클럽 화장실에서 돌아가는 기차표는 찢어서 버려버렸어. 앞이 보이지 않는 이 깜깜한 길을 형이랑 같이 가면 희망이라는 게 조금은 보일 것 같았거든.

형. 내가 눈 뜨고 숨 쉬게 해주겠다며.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 가 주겠다며. 내가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준다고 했었지? 나도 내가 한계라는 게 있는 놈이라는 거 아는데. 형이 곁에 있어주면 그 한계 넘어볼 수 있을 것 같거든. 그러니까 내 옆에 있어 줘. 정말 좋아해, 형. 지금은 형한테 아무것도 줄게 없지만, 나중에 내가 성공하면 그때 정식으로 고백할게. 



진호는 충격으로 그대로 굳어 버렸다. 머릿속에서 오만 가지 생각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가 사그러들었다. 녹음 첫날 동민과 진탕 술을 마셨다는 것 까지는 기억 났지만 저런 말을 한 것은 진호에게 없는 기억이었다. 동민은 입만 딱 벌린 채 어버벅대는 진호를 보며 여유롭게 옆에서 팔짱까지 끼고 있었다. 다리를 꼬고 거만한 자세로 등을 뒤로 기댄 동민은 큰 소리로 목을 가다듬었다. 



크흠. 난 그래서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고백을 하려고 저러는가 싶어서. 기회는 많지 않았나? 첫 음반 나왔을 때? 음원 1위 했을 때나 첫 예능 나갔을 때나. 콘서트 처음으로 했을 때나. 상 받았을 때나. 근데 이게 뭐냐. 다른 기획사 사장이랑 몰래 만나고 난 다음 날 좋아한다고 말하려고 지금까지 날 기다리게 한 거야? 이 이기적인 새끼야. 기다린 시간이 아깝다 아까워.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다른 여자나 만나는 건데. 



그때서야 진호는 사장은 가오가 살아야 한다며 수트를 쫙 빼 입고 진호가 상을 타거나 음원 1위를 할 때마다 눈을 반짝거리며 곁에 서 있었던 동민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도 동민에게 진심을 고백하는 것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순수하게 진호의 성공을 기뻐하고 있는 동민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망설여졌다. 지금 좋게 유지되고 있는 이 관계에 균열이 갈까 진호도 두려웠던 것이다. 


젊은 패기로 저지른 뜨거운 고백은 그렇다 쳐도 곱씹으면 곱씹을 수록 괴씸했다. 동민은 모든 것을 알면서도 지금껏 진호를 모른 척 해 왔던 거였다. 혼자 그렇게 괴롭고 고통스러워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저 먼 발치에서 보기만 했던 동민이 못 견디게 야속했다. 화가 나 머리끝까지 새빨개진 진호는 동민을 확 밀어 넘어트린 뒤 멱살을 쥐고 흔들었다. 

알면서 모른 척 했다는 거야 그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내가 어떤 마음으로 버텼는지 형이 알기나 해!? 알면 먼저 말해 줄 수도 있잖아! 

캑캑거리면서도 동민은 계속해서 낄낄댔다. 

내가 왜? 나 좋다고 한 건 너잖아? 지가 고백해 놓고도 홀라당 까먹은 새끼한테 내가 뭣 하러 친절하게 말해줘.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너무한 건 너겠지. 데뷔때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키워줬는데 나한테 말도 없이 다른 기획사 사장이랑 미팅까지 가지고 그걸 딴 놈 통해서 듣게 만들어?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동민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때서야 진호는 간 밤에 동민이 술을 마셔야 했던 이유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거짓말처럼 화가 났던 것이 눈 녹듯 사라졌다. 더는 물을 필요도 없었다. 진호가 떠나려고 하는 것을 알면서도 동민은 진호를 위해 스케줄을 잡고,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동민에게 진호가 자신을 떠난다는 것은 아예 생각 할 필요조차 없는 옵션이었던 것이다. 괜히 억울 한 생각이 들어 진호는 동민을 가만히 내려다 봤다. 진호가 진지해지자 덩달아 동민도 웃음을 멈췄다. 

그래서, 대답은? 

실컷 웃다가 진지한 진호를 마주하는 게 어색했는지 동민은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쪽을 보게 하자 웃음기 가득한, 조금은 쑥스러운 얼굴로 동민은 TV 화면을 가리켰다. 


화면 속에서 진호는 이제 기타를 껴 안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동민은 진호가 낯뜨거운 고백을 한 뒤에도 녹화를 끄지 않은 모양이었다. 잠시 후, 카메라가 테이블 위에 올려지는가 싶더니 동민이 화면에 등장했다. 동민은 진호의 기타를 내려 놓고 편히 기대 잘 수 있게 해준 뒤 담요까지 덮어줬다. 진호는 화면 속 자신을 세심하게 돌보는 동민의 손길을 넋이 빠진 것처럼 바라봤다. 동민은 잠이 든 진호의 곁에 앉아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잠시 잠든 진호의 얼굴을 바라보는가 싶더니 동민은 카메라를 끄기 위해 테이블 위로 손을 뻗었다. 화면이 꺼지기 전, 나지막한 목소리로 동민의 대답이 들렸다. 



나도 정말 좋아해, 진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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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
헐 내 취향저격.... 진짜 몰입갑.... 이갓 최소 금손 다이아손.... 진짜 잘봤어 쓰니야....♡ 사랑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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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2
아ㅠㅠㅠㅠㅜ 슬퍼ㅠㅠㅠ 왜 여티ㅢ 삽질했던 거야... 이렇게 다른 회사 가는 거야?ㅠㅠ 그래도 행쇼는 했겠지?흑흑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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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갓
안가지 ㅋㅋㅋㅋㅋㅋㅋ가려는 이유도 자기 이제 퇴물 가수되고 장사장이 자기 안좋아한다고 생각해서 그런거니까. 이번에 1위 못하면 은퇴 할 생각이었는데 음반도 잘팔리고 사실 쌍방통행이라는거 확인 했으니까 안가지 않을까..? 미팅은.. 그저 미팅이었을 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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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3
어흑 대박이야ㅠㅠㅠㅠ내가 미는 동인설정이랑 정말 비슷하다!!! 콩ㅋㅋㅋ 자기가 고백한 것도 기억을 못하다니. 귀엽다. 얼마나 술에 취했으면ㅋㅋㅋ 장도 몇년째 속앓이 하는 콩보면서도 얘기하지 않다니 귀엽기도 하고 역시 장이네 싶기도 하다. 진짜 잘 봤어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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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4
으아 발린다 ㅠㅠㅠㅠㅠ 콩 삽질한거 생각하니 눈물이 ㅠㅠㅠㅠㅠㅠ 장 웃음참느라 실룩거리는 표정이 막 생각나는거 같다 ㅋㅋㅋㅋㅋ 둘 다 귀여워서 어떡해 ㅋㅋㅋㅋㅋㅋ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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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5
금손갓ㅠㅠㅠㅠㅠ방금 두번읽었다 짱ㅂ짱이야 취향저격...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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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6
와 좋다ㅠㅠ 둘이서 삽질을 오래도 했네ㅋㅋㅋㅋ 삽질한만큼 행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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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7
ㅠㅠㅠㅠㅠㅠㅠㅠ잠시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발린다..ㅠㅠㅠㅠㅠㅠ 잘 읽고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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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8
우아ㅠㅜㅜㅜㅜㅜㅜ 이거 뭐야 콩장한테 너무 적절하자나 콩바보 고백한 것도 기억못하고 멍청이 ㅠㅠㅠㅜㅜㅜㅜ 엄청 재밌게 읽었어 역시 콩장콩장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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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9
쓰니갓 고마워 ㅠㅠㅠ해피한 콩장이라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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