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있는데도 저 눈의 외로운 그림자는 사라질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 "어쨌든 이 놈의 인생이라는 거, 즐겁자고 사는 거잖아요. 남의 눈 때문에 즐겁지도 않은 인생을 계속 살 필요는 없죠." - 화장실을 나눠 쓰느라 바쁘게 움직이는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가 이를 닦을 동안 정훈이 샤워를 하고, 정훈이 나와서 아침을 차릴 동안 그가 씻고, 함께 밥을 먹고 출근한다. 차로 정훈을 회사 앞에 데려다주고, 그는 출판사로 출근하고...... - "유리는 유리답게 곱게 보살펴야 돼. 떨어뜨리면 깨지니까. 내 자식이 유리라고 해서 강철이 될 때까지 두들겨 팰 순 없잖아. 안 그래?" - "새로운 세상에 뛰어드는 건 언제나 무서운 거야. 뭐가 있는지 모를 미지의 세계거든." - "내가 해주면 되잖아요." 정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재민은 축축하고 더러운 소맷자락으로 얼굴을 닦고서 그를 보았다. "뭘?" "내가 말해준다고요. 박재민 대단한 사람이라고, 능력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된다고. 뭐든지 간에 하면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내가 말해주는 걸로는 안 돼요? 꼭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만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 거예요?" - "그거 생각해봤어요? 가끔씩 만나는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다 친구는 아니고, 함께 산다고, 피가 섞였다고 다 가족인 것도 아니에요. 누가 당신 친군데? 누가 당신 가족인데? 당신에 대해 알려고 들지도 않고 당신이 원하지도 않는 길을 강요하는 그 사람들 옆에 그렇게 달라붙어 있고 싶어요? 내가 그 사람들을 다 합친 것보다도 훨씬 많이 당신을 사랑하는데? 훨씬 많이 이해하는데?" - "남에게는 그렇게 신경 쓰는 애가 왜 자신한테는 그렇게 신경을 안 쓰니? 남에게는 그렇게 신경 쓰면서, 왜 중요한 사람한테는 신경 안 쓰고?" - "난 싫어. 평범해지고 싶어. 평범하게 살고, 부모님한테 인정받고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지 않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고." "사람들은 언제나 남을 쳐다 봐. 그게 자신을 쳐다보는 것보다 쉽거든. 자신을 쳐다보기 위해선 거울이 필요하니까." - "남은 너한테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해. 왜냐고? 남들이 널 보는 이유는 자신을 보고 싶지 않아서거든. 자신을 보는 건 힘든 일이고,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을 보는 거야." - "넌 우선 너 자신을 제대로 볼 필요가 있어. 아프고 고통스러운 거 알아. 하지만 나를 똑바로 본다는 건 꽤, 뭐랄까, 마음이 탁 트이는 기분이 든다? 해방된달까. 더 이상 남을 통해 나를 봐야 할 필요가 없거든. 남이 뭐라든 나는 내가 어떤 모습인지 아니까." - "초등학교 1, 2학년인 어린애가 돌아와서 취해 널브러진 엄마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술병을 치우고 밥을 챙겨 먹는다는 건 가슴에 꽤나 깊게 남아. 어른이 되어서도 그 상처는 낫지 않았지만, 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거야. 그냥 난 혼자서도 강한 사람이고, 혼자 지내는 게 훨씬 편하고 좋다, 날 귀찮게 하지 마, 그렇게 주장했던 거지. 실은 나도 사랑받고 싶고, 누군가를 믿고 싶었는데." - 사랑. 사랑받고 싶었다. 그가 본 사람 중 제일 당당하고 자신만만해 보이는 선민조차도 사랑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처받을까 봐 무서웠다고 말했고. 선민보다 훨씬 더 허약한 그가 상처받는 게 무섭다고 말하는 건 어쩌면 그리 찌질한 일이 아닐 지도 모른다. - 사람은 왜 자신이 받은 상처만 기억하고, 자신이 준 상처는 기억하기 어려운 걸까. - "그 애를 사랑하시면, 그 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세요. 틀에 끼워맞추려고 하지 말고. 그 애가 자기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알면서도 이 집에서 지금껏 버텼던 건 뭔가 받은 기억이 있기 때문일 거예요." - "박실장을 처음 봤을 때부터 그 애가 생각나더라고. 왠지 몰랐는데, 이제는 알겠어. 그 애도 활발하고 착하고 누가 봐도 인생이 즐거운 듯이 사는 애였는데, 실은 마음 속에 힘든 걸 다 쌓아놓고 있다가 감당이 안 되니까 그런 최악의 선택을 했던 거지. 차라리 가출을 해서 도망을 쳤더라면 좋았을 텐데, 생각했던 적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 식으로 가족을 버리고 갈 만큼 독한 애는 못 됐던 거야." -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내가 되자는 게 요즘 그의 모토였다. - 갑자기 정훈이 왜 그렇게 자기 돈으로 인쇄소를 차릴 거라고 강조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뼈빠지게 돈을 모아서 이뤄야 하는 꿈을 다른 누군가가 훌쩍 끼어들어 홀라당 이뤄버리면 정말로 허무할 것 같았다. - 잘 모르는 제3자의 칭찬을 듣고 싶어서 그렇게 애달아 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기대를 포기하고, 그저 열심히 사니까 바라던 것이 차곡차곡 이루어진다. 참 재미있는 삶의 법칙이었다. - "나 자신을 똑바로 보고 인정하는 건 참 어려워. 인정하기 싫은 부분이 누구나 있거든. 자존심 때문에, 공포 때문에, 이유가 뭐건 간에 누구에게나 있어. 하지만 그걸 다 극복하고 거울 속의 나를 똑바로 보면 말이야......" 선민이 그를 똑바로 보았다. 마치 그가 거울이고, 그에게 비친 그녀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재민은 숨을 멈춘 채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갑자기 선민이 온화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 안에 있는 내가 불쌍하고 사랑스러워. 나 자신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거기 계속 도사리고 있었던 내가. 버림받은 어린애였던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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