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냐?" 방 안을 둘러보니 바닥 한 쪽엔 스크랩북들과 앨범들이 널려 있고, 책상서랍 맨 아래칸은 텅 비어 있었다. 경훈은 방 가운데에 앉아 머리도 들지 않고 낑낑대며 무언갈 만지고 있었다. "야, 너 뭐 하냐고." "잇... 오늘, 그- 날이라, ..아아!! 안 돼!!!" "무슨 날인데? 그리고 일단 뭐 하는 건데?" 유현은 휘적휘적 걸어 경훈의 앞으로 가선 발로 앨범들을 옆으로 대충 밀고 그 자리에 앉았다. 고개를 꺾어 살펴보니 경훈이 만지고 있던 건 위아래에서 나무판들로 눌러 놓은 카드보드 몇 단이었다. 경훈은 울상을 지으며 조심스레 두 번째 카드보드를 떼어내다가 '투둑-' 소리에 멈칫했다. "으으... 안 돼... 이럴 순 없어...." "왜? 뭔데? 봐봐. 무슨 실험 실패한 거야?" ".....아니. 우리의 추억이 찢어져버렸어. 형이랑 첫키스한 날 핀 꽃 꺾어서 압화시켜서 기념일날 기념품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난 무슨 생각을 한 거지? 왜 종이에 붙을 거란 생각을 못 한 거지? 이렇게 머리가 비상하고 똑똑한 내가?" "아하하, 그랬어? 우..우리 경훈이 로맨티스트네~" 어? 잠깐만. 유현은 경훈과의 첫키스날을 떠올리다 뭔가 안 맞는단 생각이 들었다. 유현과 경훈의 첫키스는 겨울이었다. 그것도 밤에 경훈의 집 앞에서. 너 그러고 바로 집에 들어가지 않았냐? "그건 첫딥키스고 이 꽃은 첫뽀뽀한 날 기념." "뭐? 그 날이 우리 완전 처음 입 맞춘 날인데???" "아니야~ 우리 봄에 사생대회하러 공원 갔었잖아. 그 때는 꽃 많았어~" "사생...대.. 야!!!! 15년 전이잖아!!! 그럼 당연히 눌러붙었ㅈ.... 잉? 그 때 우리 중학생 땐데? 나 그 때 너 안 좋아했는데? 우리 사귀지도 않았잖아. 뽀뽀는 뭔 뽀뽀." "......형 중딩때 별명 잠만보." 잠깐의 정적 후 유현은 성추행으로 신고하겠다며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가 그대로 모서리로 경훈의 정수리를 가격했다. 가루가 되어 사라지신 우리집 압화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그냥 전력글 쓰다가 하나 더 생각나서 여유롭게 망글 쪄봤어 아무도 윷찌를 쪄주지 않으니까ㅠㅠ(투척하고 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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