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通り雨が近づく |
내가 다시 찾아왔을때, 내가 나온 모교의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떨어진 낙엽,단풍나무가 참 예쁘다. 조그만 농구 골대 네개, 축구 골대도 보이고.
4층으로 되어있는 'ㄱ' 자 모양의 학교 본관.
.....
그 속에서 변한건 나와 그뿐이겠지.
"나카모토 유타"
-역시 오길 잘했다.
한적한 완연한 가을날의 일요일 오후에 비어있는 음악실 안에서 사진기를 찰칵대면서 만족스런 어투로 중얼댄다.
카메라 렌즈에 담긴 가을날의 전경은 굉장히 아름다웠다.
-역시, 가을은 좋아. 창문 좀 열어볼까.
모처럼 예쁜 풍경 사진을 찍어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나는 지금 5년전에 졸업한 고등학교 음악실에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은 가을...그리고 그의 생일이 있는 봄날이 떠올랐다.
창문으로 손을 뻗었고 조금만 몸을 움직이면 별 무리 없이 몸이 바깥으로 쏙-빠져나는 유리창에 반쯤 걸터 앉아, 보송보송하게 스치듯 지나갔던 벚꽃의 촉감이 느껴지는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이렇게 앉아서 벚꽃보고 낙엽봤던거 그와 자주 했던 것 같은데.
-왜 갑자기 니 생각이 나는걸까?
멀리서 희미하게 느껴지는 그의 낯익은 향내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입술을 달싹였다.
어쩌면 지금 회사일을 하면서 사진일도 같이 하는건 그가 이유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그저..단지 그와 함께 있던 시간들을 빛 바래지 않게 그대로 찍어두고 싶었다.
-....어? 유타?
무방비한 상태에서 내 귓가에 울려퍼지는 변하지 않은 그의 목소리 때문에 하마터면 창문에서 떨어질뻔했다.
-.....너...
음악실 앞을 보라색니트에 블랙진을 입은채 자연스레 파마를 한 흑발의 그가 음악실 앞에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우스운 상황이다. 그도 놀라워했지만,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하마터면 떨어질뻔한 내가 뭔가 더 당황한 것 같았다.
입고있던 베이지색 트렌치코트가 주름지는 것도 모르고 그저 얼음상태다.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같은 시공간에 그와 둘이 있게됐다.
5년만인건가.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마치 기억속에 묻어두었던, 아주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연필이나 뭐 그런걸 되찾은 것 같이 설레는 기분이 되어버려서 한숨과 함께 하고 싶었던 말을 쏟아냈다.
-잘 지냈냐니...대체 너라는 놈은...
-하하, 변하지 않았네. 유타는.
한 손을 제 입가로 가져가서 살짝 웃음을 터뜨린 그가 손에 쥐고있던 서류들을 음악실에 들어와 교탁에 내려두고 천천히 내가 걸터 앉아있는 창문쪽으로 다가왔다.
-만나게 될 운명인건가? 너와 나? 약속도 안했는데...이렇게 만나다니. 우연이라기에는...
뭐라고 대답할지 몰라서 잠시 아무말도 못하겠다. 예전에도 저렇게 진지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뭔가 쑥쓰럽다.
나한테 가까이와서 내 오른손을 어루만지면서 천천히 손을 잡아당긴다.
-느끼해.
그런 그의 모습이 적응되지 않아서, 퉁명스럽게 괜히 툴툴대며 말해버렸다. 뒤에서 부서져 들어오는 햇살에 더 선명하게 보이는 그를 빤히 내려다 보았다.
나보다 키도 훨씬 큰 사람인데 이렇게 보니 타쿠야의 머리끝까지 다 보이는게 신기하다.
키가 더 커져있는 것 같네. 마르긴 여전히 말랐구나.
어쨌든 그대로다.
-뭐, 그렇다면 그런거지. 아, 안내려올거야? 옷 주름졌겠다.
시원스럽게 웃는-약간은 옹알대는 말투와 5년전보다는 조금 길어져있는 그의 흑발머리.
깊고 맑고 투명한 흑갈색 눈동자.
내게는 눈물 날 만큼 따뜻하게 대해주는 모습까지. 다 그대로.
-바보 취급 하지마.
겉모습이 거의 변하지 않은 것 같아서 고교 시절로 돌아간 것 처럼 그런 착각에 빠져서 예전에 하던 것 처럼 그의 머리카락을 잔뜩 헤집으며 가볍게 음악실 바닥에 착지했다.
-헤, 유타 정말 너 그대로네.
내 손길이 닿았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면서 뭐가 그리도 좋은지 웃음소리 끝에 간간히 말을 섞어 내뱉는다.
-...그런가.
분명히 다시 만나게 된다면 웃을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퉁명스레 말하면서도 입꼬리는 슬며시 치켜올라가고 있었다.
-조금쯤 그리웠어. 너가.
조금쯤? 모호한 말을 한 그를 빤히 응시했다.
-아 맞다. 그러고보니 유타는 커피를 별로 안좋아하잖아?
타쿠야의 손에 이끌려서 반 강제적으로 음악실 책상에 걸터앉아 애꿎은 사진기만 만지작거릴때, 그가 내게 물어왔다.
-지금도 그래?
-아, 응.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부터였을까. 우리 두사람이 조금씩 서로의 색채에 물들어 길들여지기 시작한건.
-녹차 프라푸치노는 여기서 만들수가 없으니...녹차라도 마셔.
그나저나 여긴 어쩐 일이야?
그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하얀색의 무선 커피 포트를 뽑아들며 입을 열었다.
-아, 사진 좀 찍고싶어서. 여기가 봄하고 가을에 특히 예쁘잖아.
조용하고 침착한 어조로 간단하게 대꾸해버리자, 타쿠야가 피식 한쪽 입꼬릴 말아올렸다.
-사진일은 그럼 취미로?
또 다시 끄덕.
-응, 동호회 활동도 가끔 하고있어. 후지산도 다녀왔었어.
타쿠야는 그럼 여기 교사가 된거야? 난 사실 네가 작곡가 할줄 알았어.
타쿠야가 녹차 티백을 다 우리고는 티백을 옆에 여분의 컵에 두고 까만머그잔을 내게 건네면서 '응' 이라고 답했다.
-그렇게 됐어. 작곡일 나도 취미로 하고있어. 학교는 올해부터라서 아직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몰라. 학교에 안있으면 뭔가 좀 허전해서 나와봤는데
네가 있네.
눈 밑을 비비면서 그가 나른하게 말해왔다.
교사와 광고업체 회사원, 사진과 작곡. 너와 나는 너무도 달랐는데 미칠듯이 서로를 원했었지.
-나도 내가 선생이 되리라고는 절대 생각 못했었어.
역시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거야...그치?
그가 시원하게 웃으면서 두 팔을 쭈욱 뻗어 서글서글 웃었다.
-하긴. 나도 너랑 이렇게 마주쳐서 다시 얘기할 줄은, 몰랐어.
새하얀 진눈깨비가 휘날리던 5년전을 떠올리면서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있지...유타.
갑자기 사뭇 진지한 표정이 돼서는 내 이름을 불러온다.
그 옛날 너 역시 할 말이 있으면 꼭 내 이름을 부르고는 했었는데.
-응? 왜?
이번엔 또 무슨 말일까? 앞에 나올 말이 조금은 기대가 돼서 묻는다.
-우리 옛날 모습들...다 기억해?
그의 질문에 대답은 나오지 않고 눈을 바라만 본다.
사진으로 찍어두지도 않았는데 빛 바랜 기억들은 희미했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타쿠야는 7년전 봄날에 나한테 고백했었다.
-너...나랑 사귀자.
까맣고, 초롱한 그 눈빛을 보다가 그 눈에 이끌려서 곧장 오케이했었다.
그때의 난 콩깍지가 씌었던 것 같다. 단지 웃는게 예쁘고 잘생기단 이유로 곧 바로 오케이하다니.
-좋아. 사귀자.
봄날에 떨어지는 '흰눈' 단 며칠간 있는 흰눈.
벚꽃나무 아래에서 우리의 인연이 맺어졌다.
타쿠야와 고등학교 시절 중 2년동안 같이 붙어다니면서 바보짓을 하는게 그냥 즐거웠었다.
우린 아직 어렸었고 무엇도 두려운게 없었다.
그냥 '함께'여서 좋았었다.
우리둘만의 아지트. 음악실.
봄엔 부드럽게 흔들리는 벚꽃잎, 여름엔 녹색으로 가득한-가득 열린 이파리가.
가을엔 예쁘고 고풍스런 단풍잎, 겨울엔 아름다운 순백색의 눈.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사계절이 우리의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쉽게 음악실에 다닐수 있던건 음악반장이 타쿠야였고 열쇠는 반에서 그의 소유물이었다.
첫키스도 그곳에서 창틀에 걸터앉은채로 했었다.
사귀는 2년동안 손을 잡고 껴안는건 했지만 첫키스는 조금 늦은 편이었다. 거의 졸업식 며칠전에서야 했다.
-부드럽다. 유타 입술.
은근히 첫키스 할 날을 기다렸는데 차마 먼저 할 수 없었던 유타는, 막상 타쿠야가 키스를 하니까
뿌리치려고 하다가 엉겁결에 당했고 키스 후엔 부끄러워서 얼굴이 잔뜩 새빨개졌다.
-그리고, 따뜻해.
-응..타쿠야 입술도 따뜻했어.
수줍어하는 날 내려다보다가 타쿠야가 안아주었다. 꽤나 긴 포옹이었다.
그는 그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뭔가 불길해졌다.
졸업식날이 됐을때 잠시 음악실에서 우린 둘만 있을 기회가 있었다.
-2년인건가...?
오늘은 졸업식날이야.
그래서? 라고 하려다가 그냥 아무말 없이 타쿠야를 보았다.
-우리말야. 유타...
헤어지자. 난 도쿄로 가야돼.
차가운 겨울날의 이별, 추억은 아름다울때 묻어둬야해.
잔뜩 가라앉아서는 조금 갈라진 목소리로 타쿠야가 나한테 말해오자 왜? 그러지마. 다시 생각해...이러지않고 내 대답은 그저 한글자였다.
-응.
-그럼...안녕.
천천히 타쿠야가 내게서 등을 돌렸고 사실은 잡고 싶었지만 잡지 않았다.
보내기 싫지만, 보낼 수 밖에 없을 때도 있는거다.
이 다음부터는 일부러 타쿠야의 소식을 듣지 않으려고 온갖 애를 쓰기도 했다.
언젠가 인연이 있다면 만나겠지. 하는 마음같은건 있긴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도 로맨스를 쫓는 한 바보가 나일지도 모른다.
-유타?
잠시 멍해진 내 어깨를 흔들며 타쿠야가 내 이름을 불렀다.
-아...아. 응.
-잠깐 운동장에 나가자.
내 팔을 잡아 내려가는데 묘하게 흥분이 돼서 조금 기분이 들떠버렸다.
-여기는...
그가 처음 고백했던 나무. 지금은 단풍이 가득이지만, 그땐 벚꽃이 있었는데.
-유타.
나무에 비스듬히 타쿠야가 등을 기대면서 내 이름을 불러오자 난 '응?' 이라고 답했고
-다시 시작하지 않을래? 난 이제 어디도 가지 않아.
진지하고 조용하게 그가 말했다.그때보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좋아
내 대답에 입가에 미소가 잔뜩이다.
-진짜? 진짜로? 너한테 헤어지자고 한걸 두고두고 후회했었어.
너한테 연락할 방법도 도무지 모르겠었고.
내가 다시 오사카에 오고 여기에 지원한것도 실은 다 너때문에...
하............
미안해...
그나저나 정말 다시 시작할거지?
정신없이 혼자 말을 이러쿵저러쿵 하는게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알았어. 알았다구.
-속고만 살았어? 다시 시작해.
나도 그렇게 바보처럼 절대로 다신 놓지 않을테니까.
타쿠야가 내 앞으로 다가와 코끝이 찡해지는게 왠지 조금있으면 울것 같아서 타쿠야의 시선을 피하니까
그가 내 턱을 잡아 가볍게 입을 맞추자 눈을 감아버렸다.
눈을 다시 떴을땐 타쿠야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번호좀 찍어줘-라고 아이처럼 웃으면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번호를 교환하고 타쿠야가 웃으면서 내 왼손을 잡아오며 오늘이 10월 18일이지? 라고 묻자 난 그저 끄덕일뿐.
-다행이다, 네 생일 전에 만나서.
-기억해?
-어떻게 잊어. 하하...그때 최고로 좋은데서 밥먹고 데이트하자.
-뭐...그래.
-유타.
-또 왜?
-가을 좋지 않아?
드높은 푸르른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타쿠야가 묻자 나 역시 하늘을 바라보면서,
응...좋아.
생글 웃으며 날 보며 말하는 타쿠야가 미칠정도로 따뜻하다.
가을만으로도 멋지지만은 너와 재회해서 더 멋진 것 같단 생각을 해본다. 타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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