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로 박나비
*박나비-흰제비불나방의 다른말 불나방과의 곤충. 편 날개의 길이는 7cm 정도이며, 몸은 흰색이고 배에는 붉은 줄무늬가 있다. 밤에 등불에 날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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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물을 맞은 기분이였다.
전화를 받지않는 네가 더없이 증오스러웠다.
탁자위의 액자를 집어 던졌더니 깨진 파편이 튀어 얼굴에 작게 선을 그었다.
스스로 진정하기가 힘들었다. 이대로 가다간 미쳐버릴거같아 작업실로 도망치듯이 들어왔다 오감을 손끝에 집중하고 미친듯이 그림을 그렸다.
예전의 사랑스러운 연인이 아닌 지금의 증오스러운 너를 그렸다.
마치 머리를 감듯이 감정을 그림에 씻어 내렸다.
칙칙하게 번진 날개가 푸드덕거리는거처럼 보였다.
감정을 그대로 씻어낸 자리엔 금방이라도 불속에 뛰어들듯이 위협적인 모습의 나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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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적부터 나방을 좋아했다.
내가 나방을 바라보고있을때면 주변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볼때도 있었지만 개의치않았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어느 불빛이든 일단 달려드는 본능이 아름답다고 생각했고 묵직한 날개짓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방을 좋아하기보단 동경했었다.
그림에 재능이 있던 나는 나방을 수도없이 그리기 시작했고 그 작은 낙서들은 곧 커다란 캔버스위의 작품이되어 세계로 나를 알리고 내손에 돈을 쥐어줬다.
내 모국에 있는 개인 전시관은 내가 새 작품을 낼때마다 시시각각 인테리어가 바뀌었고 전시가 끝난 그림들은 부자들이나 다른나라로 값비싸게 팔려나갔다.
난 자주 전시관에가서 다음날이면 팔려갈 작품을 보고 또 보았으며 이제 그건 내 하루의 중요한 일부분이 되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팔려갈 그림을 바라보던 중이였다.
유난히 빠른시간에 전시가 끝난 작품을 아쉬워하며 바라보고 있던중 누군가가 어깨뒤에서 말을 걸었다.
"이 그림 굉장히 아릅답지않나요? 막 금방이라도 날개를 퍼덕거릴거같아요."
흰피부와 대조되는 검은 머리와 눈동자를 가진 남자였다. 퍼덕거린다는 단어선택이 스스로도 이상했는지 짧게 웃는 모습이 맑았다. 처음보는사이인데도 거리낌없이 말을 건네는 모습에 새삼 놀라며 대답을 했다.
"그렇죠. 하지만 아쉽게도 내일이면 팔려가네요"
남자는 내말을 듣자마자 아쉬워했다. 다른그림에 비해서 이그림에 특별히 애착을 가졌던나는 내그림에 관심을 가져준 남자에게 관심이 생겼고 우리는 더 깊은 대화를 하면서 서로를 알아갔다. 남자의 이름은 로빈이였고 로빈도 내가 그림을 그린 작가인걸 알고서는 나에게 관심이 생겼는지 이거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 뒤로도 우리는 잦은 만남을 가지면서 급속도로 친해졌다. 우리는 그렇게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친구에서 애인사이로 발전했고 주위에서 부럽다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완벽한 커플이였다. 로빈을 만나고 난 뒤로 내 그림은 나방보다는 로빈이 좋아하는 나비의 비중이 많아졌으며 나 또한 나방을 잊은지 오래였다.
화가인 나에게 로빈은 커다란 영감이였고 어린시절의 나방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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