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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545

지금 이런 연성 올릴 때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분위기 전환용으로 투척. 

-



진호가 죽은 지 거의 일주일이 지났다. 동민에겐 지옥 같은 일주일이었다. 인간이란 의외로 끈질긴 생물이라서 시간이 흐르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데도 살아있는 게 동민은 신기했다. 동민은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한 채 일주일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세상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데 동민의 세계는 뿌리째 뽑혀 흔들리고 있었다. 이 세상과는 다른 고통의 시간대에서 동민은 괴로움에 허덕여야 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잠들기까지 심장에 칼이 박힌 것 같은 고통이 내내 동민을 괴롭혔다. 어떨 땐 매정하게 떠나버린 진호가 원망스러웠다, 머리 끝까지 화가 났다 또 한없이 슬퍼지기를 반복했다. 사람이란 게 우스울 정도로 약하고 감정적인 동물이라 이렇게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동안에는 눈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실제로 동민은 진호가 떠나버린 뒤로 집에 처박혀서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집에 있으면 눈을 돌릴 때 마다 진호의 물건이 보여 미칠 것 같은 와중에도 밖으로는 나갈 수 없었다. 세상과 단절이라도 선언하듯 동민은 차광커튼을 치고 하루 종일 어두운 실내에 틀어박혀있었다. 차광커튼을 오래도록 쳐 두는 것은 늦게까지 자기 좋아하는 진호의 버릇 중 하나였다. 빛이라고는 커튼 틈새로 들어오는 게 전부였지만 동민은 신경 쓰지 않았다. 집 밖으로, 세상 밖으로 나가는 순간 정말 진호의 부재를 인정하게 될 까봐. 동민은 두려웠다. 침대 위 베개의 눌린 자국. 항상 게임하며 앉아있던 자리에 올려 진 머그컵. 당장 냉장고 문을 열면 진호가 사둔 맛없는 레토르트 식품이 있었다. 



진호는 심지어 핸드폰도 두고 갔다. 돌아오지 못할 줄 자기도 몰랐던 거겠지. 진호를 떠올리게 하는 물건을 볼 때마다 동민은 울컥 치밀어 오르는 눈물을 애써 참아 삼켜야 했다. 당장이라도 저 문을 열고 진호가 들어 올 것만 같은데, 이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동민은 미칠 것 같았다. 인정해야만 하는 현실과 그럴 수 없는 감정이 한데 뒤엉켜 동민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울고 싶을 때 마다 동민은 숨을 죽이듯 감정을 눌러 참았고 밤이 되면 미친 듯이 술을 마셔 괴로움을 달랬다. 그렇게 잠이 든 날 밤이면 꿈에는 어김없이 진호가 나왔다. 뜨겁게 타오르는 유황불 속에서 진호는 괴로움 속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렇게 자다 깨길 몇 번을 반복하면 아침이 왔다. 수면제를 먹어 이 고통을 피해볼까 싶다가도 진호를 생각하면 그럴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진호는 악마에게 영혼을 갈가리 찢기는 고통 속에 괴로워하고 있을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 구역질이 났다. 지옥의 역겨운 유황냄새가 침대 바로 옆까지 타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왜 하필 지옥으로 가서는, 왜. 동민은 죽으면 지옥에 가겠지 라며 무심히 말하던 진호를 떠올렸다. 나는 죽이기도 많이 죽였고, 담배도 이렇게나 많이 피니까. 자기 손으로 추방시킨 악마들이 우글대는 지옥으로 가고싶냐는 말에 진호는 그냥 웃기만 했다. 담배 좀 끊으라고 잔소리를 하면 진호는 들은 척도 안하며 대답했다. 형이랑 다니면 내가 제 명에 못살 것 같아. 담배라도 피워야겠어. 




사사건건 부딪칠 때가 많아도 동민과 진호는 꽤 죽이 잘 맞는 파트너였다. 매일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이 일을 하면서 이 정도로 믿을 수 있는 파트너를 구하기도 어려웠다. 진호에게 먼저 접근한 건 동민이었다. 진호는 이미 예전부터 이 바닥에서는 이름을 날리고 있는 퇴마사였다. 어찌나 막무가내로 악마들을 지옥에 처넣는지 아무도 말릴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도 했다. 점 조직이지만 어느 정도 네트워크가 있는 이 세계에서 진호는 이도 저도 엮여있지 않는 마이웨이가 뚜렷한 놈이었다. 진호가 가고 있던 길을 중간에 막아서며 경쟁하듯 나타난 건 동민이었고 예상외로 진호는 동민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줬다. 어차피 인간의 범주를 넘어 선 놈들을 상대하는데 우리끼리 경쟁해서 뭐하냐는 게 진호의 논리였다. 그리고 그때 맺은 연합은 지금까지 무사히 이어져오고 있었다. 진호가 상민과 계약을 하고 지옥으로 떨어지기 전 까지는. 


눔을 감으면 그때가 선명히 떠오른다. 동민이 정신을 차렸을 때 진호는 이미 상민과 계약을 마친 뒤였다. 찢겨진 벽 너머로 지옥의 유황불이 시뻘겋게 날름대며 진호의 발목을 핥아대고 있었다. 안돼. 가면 안돼. 말은 소리가 되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온 몸에 힘이 빠져 동민은 진호를 끌어내릴 수도 없었다. 피를 그렇게나 많이 흘렸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겠지. 이상하게도 칼에 찔린 옆구리가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진호에게 달려드는 악마가 내던지는 칼을 대신 맞지 않았던가. 동민은 손을 들어 옆구리를 어루만졌다. 상처하나 없이 깨끗한 맨 살이 만져졌다. 그때서야 동민은 진호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 수 있었다. 진호는 동민과 자신의 목숨을 맞바꾼 것이다.  


저쪽으로 넘어가려던 진호가 마지막으로 동민이 앉아있는 쪽을 힐끔 인다. 천천히 동민이 있는 쪽으로 걸어온 진호는 눈 앞에 쪼그려 앉아서 담배를 입에 문다. 이게 마지막이네. 진호의 담배 곽에는 정말 담배 딱 한 가치가 남아 있었다. 지상에서 피우는 마지막 담배라는 소린지, 아니면 정말 하나밖에 담배가 남아 있지 않다는 건지, 아니면 동민을 보는 마지막이라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진호는 동민의 주머니를 뒤져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내친 김에 동민에게도 담배를 물려주며 진호는 이번엔 자기 라이터로 불을 붙인다. 



무슨 생각 해, 형. 말할 수 없어서 답답하지? 

진호는 동민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화가난건 지 아니면 슬픈 건지 동민은 알 수 없는 눈으로 진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도 눈에 힘을 주고 있어 붉게 충혈된 눈이 말이라도 건네듯 몇 번이나 깜빡인다. 

지금 나 욕하고 있어? 아마 형은 날 원망하겠지. 미안하다는 말은 안 할게. 그 동안 형도 형 하고싶은 대로 다 했잖아. 

대답이 들리지 않는데도 진호는 혼자서 묻고 혼자서 대답했다. 

내가 떠나고 나면 말도 할 수 있고 일어나서 집도 갈 수 있을 거야. 이제 담배는 그만 좀 끊어. 내 라이터 두고 갈게. 어차피 기름 다 떨어졌거든. 

진호는 동민의 주머니에 자기 라이터를 밀어 넣었다. 

형 거는 내가 가져갈게. 어차피 내가 준거 다시 가져가는 거니까 괜찮지? 

동민의 라이터를 챙겨 든 진호는 곧장 일어서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옥으로 내려 가 버렸다. 그리고 그게 정말로 진호의 마지막이었다. 

-




동민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집이었다. 무슨 정신으로 집까지 기어들어온 건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어떻게 알고 온 건지 현민이 질질 끌다시피 동민을 옮겨 집에 데려왔다고 했다. 동민을 가장 괴롭게 했던 것은 이 세상 어디에도 진호의 영혼이 없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모든 것을 다 내다버리고 진호를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이나 고개를 쳐들었다. 간간히 현민이 들러 돌봐주지 않았다면 동민은 벌써 그렇게 했을지도 몰랐다. 현민은 동민을 돌보는데 지극정성이었다. 집을 치우고, 환기를 시키고, 식사를 거부하는 동민에게 죽을 만들어줬다. 현민이 정성을 다해 돌봐주면 돌봐 줄 수록 동민은 서글퍼졌다. 악마는 이 고통을 빨리 끝내기 위해 죽으라고 속삭였고, 천사는 끔찍한 이 고통 속에 내버려둔 채 억지로 물을 떠다 먹이며 살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오늘도 현민은 이 집에 찾아 와 죽을 만들어줬고, 억지로 몇 술 뜨는 시늉만 하던 동민은 죽 그릇을 옆으로 밀어냈다. 

형, 제발 좀 먹어요. 며칠 째 아무것도 입에 안대고 있잖아요. 

아무래도 나 진호를 봐야겠어. 

형, 또 그 소리에요? 

오늘 진호가 죽은 지 일주일째 되는 날이야. 오늘이 지나면 힘들어. 

형, 제발. 

현민은 앞으로 다가와 등을 두드리며 동민을 달래기 시작했다. 

진호 형이 형이 이러길 바랬을 것 같아요? 진호형을 생각해서라도 살아요, 형. 

그 다정한 위로가 너무나 달콤해 동민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정말 현민의 말을 듣고 있으면 희망이 생기는 것 같고, 당장이라도 자리에서 떨쳐 일어나 진호의 유지를 이어 받아 살아가는 것이 답인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그게 가장 바람직하고 모범적인 길인 거겠지. 동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나 정말 진심이야. 

동민은 총으로 자기 머리를 겨눈다. 놀란 현민이 눈을 크게 뜨더니 곧 울기 시작한다. 니가 나 대신 울어주는구나. 진호가 그렇게 가 버린 뒤 동민은 마음 놓고 눈물조차 흘릴 수 없었다. 어떻게 울 수 있을까. 진호의 목숨 값으로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있는 거나 마찬가지면서. 동민은 총을 쥔 손에 힘을 줬다. 

형, 제발. 제발 가지 말아요. 

그럼 알려줘, 민아. 너는 방법을 알고 있잖아. 

현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현민이 흘린 뜨거운 눈물이 동민의 무릎 위로 후두둑 떨어진다. 

알잖아요 형. 우린 인과율에 간섭할 수 없어요. 

상민이 형은 했잖아. 

진호 형이 상민이 형을 부른 거겠죠. 

그럼 내가 진호 만나러 가는 것도 말리지 마.

동민은 눈을 감았다. 이대로 방아쇠를 당기면 진호를 만나러 갈 수 있었다. 덥고 영혼까지 타버릴 것 같은 답답한 여행이 되겠지만 그것도 나쁘진 않겠지. 자기들 손으로 지옥에 쳐 넣은 악마의 모습을 오랜만에 다시 보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이었다. 

형, 알았으니까 제발 그만해요.

동민은 총을 내리고 현민을 바라본다. 현민은 체념한 듯 한숨을 길게 내 쉬었다. 

방법은 세 가지에요. 첫 번째는 지금 형이 하려던 것처럼 자살해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거. 그럼 바라던 대로 지옥에서 둘이 행복하게 살 수 있겠죠. 형들이 지옥으로 추방시킨 악마들만 없다면 꽤 해볼만한 시도였겠지만. 두 번째는 위, 아래 명부 모두에서 진호형의 이름을 지워버리는 거에요. 그럼 진호형은 천국도 지옥도 갈 수 없는 영혼이 되어서 이 세계를 계속해서 떠돌 수 있겠죠. 

두 번째 방법은 빼자. 

세 번째는 형이 일시적으로 지옥에 내려갔다 오는 거에요. 저는 추천하고 싶지 않지만. 

그 방법은 나도 알아. 문제는 계약이지. 내가 내려가도 진호를 다시 데려올 수 없잖아. 

진호 형이 상민이 형이랑 한 계약이 뭔데요. 

나도 정확히는 몰라. 계약은 당사자가 아닌 이상 알 수 없잖아. 하지만 내가 살아있고 진호가 죽은 걸로 봐서는 자기가 죽는 대신 날 살린 거겠지. 

현민은 인상을 찡그렸다. 

형, 그 계약이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 확인 해 봤어요? 

-




클럽에 들어 온 동민은 눈에 보이는 악마란 악마는 닥치는 대로 쏴 죽였다. 할로윈을 맞이 해 광란의 파티가 한창이던 클럽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부드러운 피부가 뜯겨져 나간 그 밑에는 지옥의 형상을 한 악마들이 있었다. 동민은 손톱을 길게 기른 악마가 배를 찌르고 할퀴는 것을 부러 내버려뒀다. 놈은 웃으며 동민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동민아. 너 꼭 그렇게 명을 재촉해야겠니?

상민이었다. 바 끝에서 술을 들이키고 있던 상민이 휘파람을 불자 당장이라도 동민을 찢어 죽일 것 같던 악마들이 쥐죽은듯 조용해 졌다. 동민의 목을 조르던 놈도 슬그머니 손을 내렸다. 

진호랑 계약한 내용이 정확히 뭐야. 

보자마자 본론부터 꺼내는 거니? 계약은 당사자만 알게 되어있다는 거 너도 알잖아. 

형은 그럼 당사자 아니야? 

이 좋은 날에 꼭 이런 이야기를 해야 되니? 일단 여기 와서 술이나 한잔 하면서 얘기 해. 

나 형이랑 농담 따먹기나 하자고 여기 온 거 아니야. 말해. 아니면 형이랑 여기 있는 이 냄새 나는 새끼들 다 지옥으로 추방시켜버릴 거니까.  

동민은 다시 악마들에게 총을 갈기기 시작했다. 상민의 눈치만 보던 악마들은 다시 이를 드러내며 동민을 향해 으르렁댔다.

동민아. 산 사람은 살아야지. 뭐가 부족해서 그러니. 여자라도 붙여 줘? 아니면 돈? 솔직히 일은 혼자서도 할 수 있잖아. 아니면 이번 기회에 일 때려치고 나랑 사업이나 하던가. 

필요 없어. 계약 내용이나 말해. 아니면 여기서 형도 죽고 나도 죽는 거야. 

넌 왜 이렇게 애가 극단적이니? 

내가 찾아올 줄 알고 있었어야지. 어? 그 계약에 나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걸 알았으면서. 내가 그냥 가만히 순순히 아 그렇구나 하고 납득할 줄 알았어? 형이야말로 이상한거 아냐? 도망 다녀도 모자랄 판에 제발로 내 앞에 다 나타나고. 

내가 도망을 왜 가.

형이 죽으면 그 계약도 없어지는 거니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동민은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가지고 온 종이를 태웠다. 눈 앞에 섬광이 번쩍이며 클럽 안에 있던 조명이 일제히 터져 박살이 났다. 유황냄새와 함께 상민의 주변에 있던 악마들이 모두 끔찍한 비명소리를 내며 삽시간에 재가 되어 흩어졌다. 눈이 부셔 상민도 팔로 얼굴을 가린 채 뜨거운 열기를 온 몸으로 버텨내야 했다. 살점이 녹아 내릴듯한 고통이 끝나가는가 싶더니 곧바로 총알이 날아왔다. 


동민은 진심이었다. 상민은 나지막이 욕을 하며 동민에게 다가갔다. 매캐한 연기 틈 새로 동민이 꼭 죽을 것처럼 총을 자기 턱 밑에 들이 댄 것이 보였다. 놀란 상민이 동민의 팔을 붙들었지만 동민이 더 빨랐다. 철컥. 방아쇠를 당기는 소리와 함께 상민은 눈을 감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 새끼가!

순간 화가 치민 상민이 동민의 멱살을 틀어 쥐고 주먹을 갈겼다. 동민은 총을 버리고 팔을 늘어트린 채 상민이 때리는 것을 막지 않았다. 동민은 이제 클럽 정중앙에 있는 수영장 끝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었다. 상민이 그대로 손을 놔 버린다면 동민은 물 속으로 떨어져 내릴 것이다. 

형 왜 이렇게 내 앞에 빨리 나타났어. 아무리 생각해도 형은 그럴 위인이 아니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 계약, 현재 진행형인 거지? 

동민은 주머니 안을 더듬어 주사기를 꺼내 다리에 내리 꽂았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상민이 당황한 틈을 타 동민은 상민의 손을 쥐고 주사기 끝을 콱 찍어 눌렀다. 불에 덴 듯 화들짝 놀라며 상민은 주사기에서 손을 뗐다. 

이거 뭐야?! 

뭐긴. 천사가 준 지옥행 티켓이지. 

동민은 마지막 힘을 짜내 상민의 손을 쳐 냈다. 실 끝에 매달린 추가 떨어지듯 동민은 축 늘어지며 물 속으로 떨어졌다. 상민은 멍한 표정으로 물속으로 점점 가라 앉는 동민을 바라봤다. 

-




데리러 왔어. 

이 세상의 모든 쓰레기를 한 곳에 모아 놓으면 이런 모습일까. 폐허가 된 도시. 녹이 슬어 움직이지 않는 자동차. 모든 이가 빠지고 부서져 쓸모가 없어진 물건들의 틈바귀 속에서 진호는 서 있었다. 지옥의 불길은 뜨거웠고 가만히 서 있어도 미친 듯이 바람이 불어 황량하기 없는 세계 속 물건들을 마모시켰다. 숨을 들이 쉬고 내 쉴 때마다 먼지가 들어 차 폐가 찢겨져 나갈듯한 고통의 연속이었다. 지옥에도 시간이 흐른다면 진호는 이런 곳에서 일주일이나 혼자 있었던 거였다. 얼마나 괴롭고 또 외로웠을까. 동민은 그 고통의 크기를 감히 짐작할 수 없었다. 그나마 한가지 다행인 것은 진호가 떠날 때와 다름 없는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는 거였다. 

여긴 어떻게 왔어. 

동민은 진호가 주고 간 라이터를 흔들어 보인다. 주인에게 이끌리듯 흔들리는 라이터를 나침반 삼아 동민은 진호를 찾아 올 수 있었다. 정말로 지옥까지 데리러 올 줄 몰랐는지 진호는 충격으로 놀라 얼이 빠진 얼굴이었다. 미친 거 아니냐며 형은 정말 못 말린다고 허술한 발음으로 따발따발 따지고 개길 줄 알았던 진호는 다시 얼굴을 굳혔다. 

돌아가.  

진호는 떠날 때와 다름 없는 무심한 눈으로 그렇게 말했다. 동민은 다가가 진호의 팔을 붙들었다.

계약 때문에 그래? 

여긴 형이 있을 곳이 아니잖아. 

그 계약 내가 깨버렸어. 나 상민이 형 손에 죽어서 여기 있는 거야. 

어이가 없는지 진호가 허탈하게 웃었다. 

무서운 인간이네. 진짜. 

그러는 너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냐? 그 계약, 단순히 너랑 내 목숨 바꿔치기 한게 아니잖아. 

맞아. 잘 아네. 살려달라 그런게 아니라 살아있게 해달라고 했어. 내가 없어도 형이 오래 살아있길 바랬거든. 지상에서. 형은 할 일도 많고 항상 바쁜 사람이니까. 지켜야 할 사람도 많고. 나처럼 날 때부터 저주받은 인간이랑은 달리 죽다 살아나서 더 일에 대한 소명의식도 남다르고. 

그래서 너는 여기 지옥에 있고 나는 위에서 일이나 해라? 

응. 솔직히 여기까지 쫓아내려올 줄은 몰랐네. 형은 짊어지고 있는 게 워낙 많아서 다 버리고 절대 못 내려올 거라고 생각 했거든. 맨날 시한부인생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목숨 내놓고 일하니까 그럴 때 마다 상민이 형한테 구제받으면서 내 생각하며 평생 죄책감 가지고 살게 할려그랬지. 

너는 진짜 대단한놈이다. 이 잔인한 새끼야. 

나 대신 먼저 죽으려고 했던 거 형이잖아. 솔직히 나 그때 정말 화났어. 

야, 그건. 

아니, 그래도 안돼. 

내내 굳은 표정이던 진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솔직히 형한테 나쁜 것도 아니잖아. 수호악마가 붙어 다니면서 지켜주는 퇴마사라니. 이세상에 형 하나뿐이었을걸.  

너는 진짜. 믿을 걸 믿어라. 상민이형은 술이나 쳐 먹고 뻗어서 나 뒤지게나 안 만들면 다행일걸. 

내가 괜히 둘 만나는 거 방해하는 것 같네. 

상민이었다. 양반은 못 되는지 두 사람이 서 있는 곳 까지 걸어 온 상민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동민을 바라봤다. 

그렇게 여기 오고 싶었니? 

응. 라이터 찾으러 왔어. 나 그 라이터 없으면 담배 못 피는데, 진호가 내꺼 가져갔거든. 

잘도 속였더라. 현민이가 도와줬니? 

뭘 알려고 그래. 지상에서 공식적으로 난 죽은 거나 마찬가진데. 

빨리 안 돌아 가면 위험한 거 아니었어? 

동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 상민을 노려봤다.  본능적으로 총을 찾아 허리춤에 손이 갔다. 

여기 날 묶어놓을 수 있다면 묶어 놔봐. 어차피 형이 날 공격해야 해서 계약은 또 깨지게 되어있어.

아니 난 또 돌아 갈 방법이 없을까 봐 걱정되서 그랬지. 

그건 걱정하지 마. 

동민은 진호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 자신의 라이터를 꺼냈다. 한 손에 라이터를 쥔 채, 진호와 마주서서 동민은 손을 내밀었다. 사뭇 진지한 그 표정에 진호는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간질거렸다. 동민은 진호가 손을 잡아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애써 그 손을 뿌리치고 여기까지 내려 온 거였는데. 동민이 이렇게 나오니 진호도 어쩔 수 없었다. 진호는 동민의 손을 잡았다. 

돌아가자. 

동민은 라이터를 켰다. 

-



눈을 찌르는 듯한 빛과 함께 진호는 지상으로 돌아 왔다. 주위를 둘러 보니 완전 박살이 난 클럽 안이었다. 심하네. 옆을 보면 동민은 온 몸이 푹 젖어 캑캑대고 있었다. 상민이 그래도 수영장 안에서 꺼내 주고 가긴 한 모양이었다. 동민의 손에는 새까맣게 그을린 라이터가 들려 있었다. 그걸 보고 있자니 진호는 어쩐지 낯이 뜨거워졌다. 진호는 괜히 유황냄새를 털어내듯 옷을 털어댔다. 

무슨 생각이야. 라이터를 성물로 만들다니.

나한텐 소중한 물건이었으니까. 

동민은 아무렇지도 않게 저런 낯간지러운 말을 했다. 헐떡이던 동민이 진호를 가만히 마주본다. 시간은 어느새 자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생일 축하해 진호야. 

진호는 멋쩍은 듯 웃으며 고개를 떨궜다. 기억 못할 줄 알았는데 동민은 이상하게 이런 것들만 기가 막히게 잘 기억했다. 

할로윈데이는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 돌아오는 날이라는데.

축축한 동민의 팔이 말 없이 진호를 꽉 끌어 안았다. 다시는 놓치지 않을 것처럼.  

돌아온 걸 환영해 진호야.



-

콩 생축픽이었는데 늦어도 한참 늦은ㅋㅋㅋㅋ 할로윈데이 다 지났는데 할로윈데이 연성ㅋㅋㅋㅋ 

생일자인데 죽여서 그저 콩한테 미안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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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
공지로 싸해진 마음을 따뜻하게 데우는 콩장픽 ㅠㅠ 글에서 콘스탄틴의 오컬트함이 가득해서 행복... 안 그래도 좋아하는 영화인데 ㅎㅎㅎ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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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2
와... 쓰니 글 진짜 잘 쓴다... 빈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스토리도 짱이고 필력도 짱이고ㅠㅠㅠㅠ 정말 재밌게 잘 봤어ㅠㅠㅠㅠ 콩장만세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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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3
하.. 발려 죽을것 같다ㅠㅠㅠㅠㅠ 스토리 대박이다 진짜..ㅜㅜㅜㅜㅜ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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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지니어스) 꾸금 발언도 못하다니ㅜㅠㅠ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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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지니어스) 갓들아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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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지니어스) 커플링 별 커플이 되어가는 순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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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지니어스) 현민이랑 윷 트윗봤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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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지니어스) 요즘 짓긏방이 한산해서 초록창을 이용한다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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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지니어스) 현민이 위탈 고정이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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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지니어스) 오늘 현민이 위기탈출 나오잖아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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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지니어스) 시즌5에 기존플레이어 제외 나왔으면 하는 사람 적고 가!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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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지니어스) 즌2정주행 중인데4
11.02 18:57 l 조회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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