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카이 노 오와리- Starlight parade
눈을 떠보니 혼자였고 대충 시간은 새벽인듯 하다. 비몽사몽으로 이불 속으로 손을 휘둘러도 어디에도 옆에 있어야 할 사람은 없다. 언제나 따뜻했던 내 왼편이 왠지 모르게 차갑게 느껴졌다. 그가 없다는 것을 완전히 깨달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베란다에서 본 하늘은 정말 잿빛인 새벽이었다. 기지개를 펴고는 거실로 향하는데 어디에도 그는 보이지 않았다. 어라? 어딜간거야,진짜. 거실에는 있을 줄 알았는데-
늦잠이 많은 나와는 다른 그였다. 뭐가 그렇게 예민한건지, 늦게자거나 달랑 몇시간 3-4시간 자거나 밤새는것도 꽤 되던 그였다.
그렇게 밤잠도 없는 그가 아침에도 잠이 없던 것이다.
벽걸이 시계로 눈을 돌리니 정확히 5시 50분이다.
뭐라도 마실 생각으로 부엌으로 갔고 식탁에는 여러 잡지와 신문이 있길래 펼쳐본다.
전기포트에 물을 받아 그걸 기다리는 동안 나는 자리에 앉아 신문을 보았다.
시시콜콜한 이야기, 누가 연애한다, 누가 결혼한다, 이혼한다...
누가 고아원에 기부했다 별 쓰잘데기 없는 기사들만 보여서
신문을 치워버렸고 나는 촛점없는 눈을 하고는 포트만을 바라보았다.평소에는 그렇게나 빨리 끓는것 같던 이 포트가 오늘따라 느려보일 뿐이다.
'흠-실패하지는 않았어, 먹을만해-' 라고 혼자 생각했다.
갑자기, 밀크티를 보자 타쿠 생각이났다.
형이 가끔 아침에 날 위해 밀크티를 만들어주는데,
나도 한번 이번에는 스스로 해마실 생각으로 홍차위에 우유를 적당히 부었고,
살짝 맛을 보자 절로 미소가 나왔다.
샤워를 마치고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며 나와보니, 베란다 밖으로 바라본 바깥 풍경은
비가 오고 있었다. 집안은 아직 조용했고 아직 그는 오지 않았다.
비도 오는데 우산은 있는것인가, 그보다 그는 어디에 갔기에 이렇게 안오는거지?
괜시리 화가났다.
몸에서 흐르는 물이 바닥에 뚝뚝 떨어졌고, 그것들을 나중에 형이 닦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도 무시해버렸다. 예전의 그리 좋지 않던 내 성격이 다시 등장했다.
옷을 대충입고 카우치에 앉아 TV를 킨다. 거기에는 집중이 되지 않았다.
단지, 바닥에 떨어진 물들이 걸리적거렸다.
결국 그 물을 닦는것은 나였다. 예전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
다 닦고나니 이 정도에도 힘들어하고, 이마에 땀이 나는걸 보면 나도 어쩔수없는
게으르기 짝이없는 남자같았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건 거실에 있던 커텐,소파...그리고 벽지.
또 이 집의 구조.
가만보니까 다 타쿠가 선택했던 것이다. 그는 모노톤을 좋아했다. 화이트,블랙,그레이.
나는 따뜻해보이는 노란색,갈색, 그리고 원색들을 좋아하는 반면 그는 우중충한 색깔들만
좋아하는 것이다. 옷 스타일도 예전의 나와는 많이 달라졌다. 화려하고 밝은 그런 색상의 옷만을 고집해 있던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타쿠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바뀌어져있었다.
언제부터 내가 그에게 동화되었을까? 실은 처음부터였을 지도 모른다. 내가 같은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려고, 못내 그에게 차갑게 대했던 적도 있었다.
그거 다 진심 아닌데. 어쨌거나 충분히 타쿠의 입장에서는 서운하고 또 섭섭하고 상처도 받았을텐데 늘 한결같이 웃으며 따스한 말만 하려했던 형이 내 투정을 듣다가 '내가 너를 싫어했으면 좋겠어?' 라고 물으며 처음으로 울던 그때가 생각도 나고...난 그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바로 키스했었고...
그게 벌써 일년도 지난 이야기...
예전 생각을 하던 중에...
그때,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고개를 돌려 현관문쪽을 바라보자 그가 들어오면 머리를 손으로 대충털며 들어오고 있었다.
"으-엄청 쏟아지네...거기에서 뭐해? 웬일로 벌써 깼대?
이상한 일이네..."
"...어디를 그렇게 다녀온거야? 걱정했잖아!"
"? 냉장고가 텅텅 비었길래... 그래서 장 보러 좀 다녀왔어. 요앞에 24시간 하는데있잖아,왜. 그런데 정말...왜 벌써깼어? 스케줄 없으면 이런 일 없잖아...?"
"타쿠 없이 내가 어떻게 자?"
"?? 야 무슨 소리야. 여태껏 잘만 잤으면서!"
"이럴땐 과거는 그냥 넘기는거야-"
"아 알겠다! 배고픈거구나! 쫌만 기다려봐아.. 읍-"
갑작스럽게 내가 그의 허리를 감싸안은채 그의 입을 맞추었고 그는 놀란 눈을 하고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내 눈을 바라보다가 부끄러운지 눈을 살짝 감았다.
그를 놓아주자 "갑자기 키스하는게 어디있어. 이 꼬맹이가? 라고 물었고 나는 그저 웃을뿐이다.
"앞으로는 어디 가지마. 집 앞 마트를 가도 혼자 가지말고, 나 깨워서 가.
내가 만약 안 일어나면...내 엉덩이라도 때려-"
"...얼씨구. 독점욕까지..."
그가 나를 밉지않은 눈빛으로 살짝 노려봐주자 나는 아까보다 더 밝게 미소지었다.
타쿠. 나 말야. 오늘 느낀게 있어. 뭔지 알아?
타쿠 없으면 난 무엇도 견딜수가 없어. 형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이미 타쿠에게 길들어진 나는, 형이 없으면 더이상
나는 더이상 기분좋은 척, 괜찮은척 할수가 없어.
그런 척이라도 못할거야.
그러니까, 항상 내 눈에 보이는 곳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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